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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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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앵!"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도로에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함께 가던 아내도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묻는다. "오늘이 며칠이지?" 하고 내가 도리어 아내에게 황당 의문사를 담아 물어본다. 13일. 13일이면 민방위훈련을 하는 날이 아닌데?

조금 더 걸어가니 도로 교차로에 민방위 깃발을 들고 서 있는 통제요원들이 보인다. '이제 민방위훈련을 당겨서 하는가 보다.' 아내에게 민방위훈련에 대해서 설명했다. 아내는 한국에 온지 4년이 넘었어도 아직 한번도 도로에서 이러한 상황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

"삑!"

건널목을 들어서려는데 통제요원이 제지한다. 차만 올스톱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동작그만시키는구만. 저기 할아버지는 통제요원의 호갈(호각, 호루라기의 경상도 사투리)소리에도 생까고(무시하다의 비속어)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땡볕에 아내와 아내의 친구가 피곤해하자 우리도 그 할아버지처럼 생까고 갈 걸 그랬나 은근히 후회되기도 했다. 다른 곳에선 사람들이 얼마든지 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유독 우리가 가는 길에서 이런 일이. 잘못 걸렸다 싶은 생각만 들었다.

15분이나 통제를 하니 차량이 엄청 밀렸다. 게다가 마산 무역자유지역에서 자재나 상품을 싣고 나오는 차량이 많다 보니 꼬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차들이 시동을 걸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직 통제요원은 깃발을 든 채 도로 한가운데 그대로 서 있다. 아마도 운전자들이 급한 마음에 미리 시동을 걸었을 것이다. 이 바쁜 시각에 차량운행을 못하게 막다니 하고 불만이 많았을 것 같다. 걸어가는 우리도 15분이나 허비하는 것이 아까워 죽겠는데.

회사에 돌아와 오늘 훈련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뒤졌더니 정례화한 민방위훈련이 아니었다.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이란다. 어제 1차로 풍수해 대응훈련을 했고 오늘은 지진과 해일을 대비한 훈련이고, 내일은 도 터널 속에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대 어떻게 하는지 훈련을 한단다. 내일 10시 즈음해서 터널에 들어간 차량운전자들, 다 죽었다.ㅋㅋ

그런데 꼭 필요한 장소에서 재난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하나 물류운송이 가장 활발한 시각인 오전 10시에 도로를 통제하는 것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물류는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많다. 제시간에 자재가 전달되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도미노현상까지 일어난다면 그 경제적 손실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역시 15분을 도로에서 꼼짝도 못하고 허비하는 바람에 중요한 서류를 15분 늦게 제출해야만 했다. 운이 나빴다로 해석할 수 없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연 도로에서 모든 움직이는 것들을 단지 '동작그만' 시킨 것이 바람직한 훈련이었을까. 이렇게 훈련하지 않으면 실제상황에서 혼란을 피할 수 없는 것일까. 백번 양보해 생각을 해도 이건 아니다.

적재적소, 좀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훈련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른 연유로 도로가 막히고 시민의 발이 묶이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던 권력기관과 언론들이 어찌 이문제는 너그럽게 보아넘기는지 그것도 희한한 게 요즘 세상인가 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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