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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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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이 87세, 공통점이 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알아듣기 힘들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야 이해가 쉽다. 차이점, 한 사람은 행동이 점점 느려지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빠리빠리'해지고 있다는 것.

둘의 관계가 재미있다. 처음엔 아주 우호적이었다가 갈수로 대립관계로 변한다. 증조할머니의 인식능력이 상대적으로 월등히 앞섰을 때엔 '어이구 내새끼, 우리 공주가 자나'하며 부드러운 말투를 보였는데, 이 공주가 기어다니고 걸어다니고, 지금은 뛰어다니다시피 하니까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현관 입구에 나란히 섰다. 아니 증조할머니는 다리가 휘청거려 서있지 못하고 앉았다. 옆에 증손녀가 따라 나온다. 같이 밖으로 나갔으면 하는 심산이다. 그러나 왕할머니는 그것이 증손녀에게 아주 위험한 것으로 여긴다. "위험하다, 들어가라." 증손녀는 꼼짝않고 서있다. "뭐하노? 위험하다카이!" 앉아계신 왕할머니의 말이 서있는 증손녀에게 통할 리가 없다. 말은 못하지만 '내보다 하미가 조심해야지예' 속으로 반항처럼 외치고 있는지 모른다.

딸을 60이 훨씬 넘도록 키웠고, 손자를 40고개 몇 번이나 넘기면서 거두고 있는데... 이 한 살밖에 안 된, 조막만한 증손녀가 내 말을 무시해? 할머니의 자존심도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처지에 서 있는지 모른다. 불꽃튀는 조손간의 라이벌전.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도 다 이해하고 넘어가는 신경전이 가족관중을 즐겁게 한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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