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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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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다른 사람의 청결과 피로해소를 위해 일하는 아내는 요즘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 아내의 직업은 속된 말로 '때밀이'라고 하고 법적용어로 쓰이는 고상한 말은 '목욕관리사'라고 하더군요. 외국인이라서 아직 한국어가 서툰 아내는 어디서 들었는지 '세신'이라는 말이 좋다며 은근히 그렇게 부르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아내는 아직 고정된 목욕탕에서 일하지 않고 여러 목욕탕을 돌아가며 일을 합니다. 미용학원에서 정한 목욕관리사 정규 교육기간인 3개월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보름만 있으면 그 3개월 교육과정이 끝납니다. 처음 배운 기술이지만 아내는 총기가 있어서인지 1개월 반 만에 목욕법과 마시지, 경락 기술을 거의 익힌 덕에 일찍 일을 나섰습니다. 물론 이렇게 일을 나가는 것은 '대타'라고 해서 해당 목욕탕에 목욕관리사가 나오지 못한 경우 대신 일하는 것입니다.

학원에서도 아내가 다른 교육생 앞에서 시범을 보일 정도로 잘 배운 모양입니다. '대타' 나간 목욕탕에서도 사람들이 칭찬을 많이 하더랍니다. 한 번은 키가 아주 작은 아줌마(아마 소아마비인 듯)가 몸을 씻어 달라고 해서 정성껏 씻어줬답니다. 그 아줌마는 자신을 그렇게 정성스레 씻어주는 사람은 처음이라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그 말에 더욱 힘을 얻어 신나게 일을 했답니다.

그런데 배운 대로 열심히 일한 이유 때문에 오히려 아내가 일하는 목욕탕의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목욕관리사 두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아내가 손님에게 정성을 다해 때를 밀고 마사지를 해주자 대타로 간 그 목욕탕에서 아내를 찾는 손님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자 기존에 있던 그 목욕관리사가 '자신의 손님을 뺏어간다'는 이유로 그 다음부터는 아내에게 손님 배당을 해주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 전에는 그렇게 맘씨 좋던 '언니'였다는데 경쟁심이 생기자 냉정하게 돌변한 것 같습니다. 순진한 아내가 직업전선에 뛰어든 후 처음 겪은 치열한 인생살이를 적나라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아내의 자존심도 어지간히 센 편인데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합니다. 주변에선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주변의 상황을 봐가며 적당히 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충고를 합니다.

자신의 실력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노력해서 손님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자신보다 못한 실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하는 관습은 비단 아내가 어쩌다 한 번씩 일을 나가는 그 목욕탕에만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자신보다 늦게 직장에 들어온 사람이 자신보다 실력이 더 좋으면 괜히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 주변에 혹시 없나요?

잘 배워놓고도 배운 대로 써먹지 못하게 하는 사회분위기는 아마도 곳곳에 잠재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선의의 경쟁이 필요한 곳에 주변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처절한 삶의 처세술을 먼저 터득해야하는 사회분위기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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