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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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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큰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가보았습니다. 작은 아이는 유치원을 다녔을 때이니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작은 아이가 학교 축구부에서 방과후 활동을 하는지 아빠에게 자신의 축구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학교에서 가까운 시내에서 시장도 볼겸 큰 아이 예전에 다니던 학교로 놀러갔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학교에 들어서자 초록색 잔디에 나무색 트랙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큰 아이가 "야, 학교 많이 변했네."하며 감탄했습니다. 자신이 옛날에 다니던 학교가 이렇게 멋지게 변한 게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옛추억을 떠올리고 싶은지 먼저 혼자 학교를 한바퀴 돌고 싶다고 했습니다.

작은 아이와 나도 '이게 웬 횡재냐'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모래운동장이 아니라 잔디에서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리석은 착각이란 것을 금세 알게되었습니다. 축구장 둘레에는 철망이 쳐져 있었는데 문은 모두 잠겨있었습니다. 토요일 오후 이곳에서 공놀이 하고 싶은 아이들이 많이 있을 텐데 왜 이 좋은 공간을 폐쇄해놓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한쪽 구석 좁은 공간에서 몇몇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곳도 인조잔디를 깔아놓았는데 우리가 같이 들어가 공놀이하기엔 불편할 것 같아서 그냥 트랙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놀았습니다. 그런데 트랙에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해서 마음놓고 공을 찰 수가 없었습니다.

참, 트랙은 공설운동장 등에서 사용하는 재질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이었습니다. 달리기 좋게 표면이 약간 거칠긴 했지만 잘못해 넘어지면 크게 상처를 입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트랙이었습니다. 옛날이 많이 타고 놀던 그네는 없어졌습니다. 막내가 그네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하는 수없이 미끄럼틀만 몇 번 타고 말았습니다.

큰 아이가 막내를 보는 사이 작은 아이와 나는 축구공으로 농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조례대 위에서 어떤 선생님이 막 소리를 지르기에 보았더니 교문 입구쪽 운동장 잔디밭에 여학생들이 철망을 넘어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의 고함에 주춤주춤 일어서서 다시 담을 넘어 나갔습니다. 그 선생님이 한참이나 서 있다가 들어가자 족구장에서 축구를 하던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던 아이들과 어디서 왔는지 몇몇 아이들이 학교 교실쪽 철망 문을 열고 들어가 축구를 했습니다. 그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는데 안쪽에서 열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손을 넣어 열고 들어갔던 것입니다. 우리도 문을 따고 들어가서 축구를 할까 하다가 학교측에서 들어가지 못하게 해놓은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예전엔 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면 자주 놀러와 자전거도 타고, 공놀이도 하며 운동장을 몇 바퀴나 돌면서 마음껏 놀았는데 학교가 참 많이 변했습니다. 큰 아이는 "학교가 축구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은 좋지만 축구부가 아닌 일반 학생이 마음껏 놀 수 없게 운동장이 변했다"며 우려했습니다. 오랜 만에 모교를 찾은 아이에게 멋지게 변한 초등학교는 오히려 불만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인조잔디로 변한 학교 운동장엔 더 이상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또 철망 밖에서 공놀이를 하다 공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하는 수없이 담을 넘어야 하는 비교육적 장면이 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는 특기 교육을 위한 예산으로 학교 운동장을 멋지게 만든다고 이렇게 했을지 모르지만 이로 인해 더 많은 학생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점은 생각지 않은 것일까요.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조성한 것까진 좋은데 철망을 쳐놓는 바람에 학교를 망치게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 방과후 노는 아이들은 줄어들고 구석구석에 중학생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거나 또는 남녀학생들이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양입니다. 이런 학교 어찌 다시 공을 들고 놀러 갈 수 있겠습니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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