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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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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 딸이 '검은 사제들'을 보고 와서는 재미 있다며 보러 가라고 추천했다.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사이 지난 주 제 어미와 둘이서 또 보고 왔단다.


"돈이 썩어자빠졌냐? 본 영화를 왜 또 봐?"


딸의 말은 두 번 봐도 재미있는 영화란다. 그러면 지 혼자 보러 갈 것이지 엄마는 왜 데꼬 가가지고... 정작 내 불만은 내가 함께 보러 갈 사람이 없어졌다는 데 있었다.


아내가 딸의 추천 영화를 봐 버렸으니 내가 보고 싶다고 한 번 더 봐라고 할 수도 없고... 다음에 스마트폰 T프리미엄에 영화 뜨면 그때 보지 뭐! 하고 넘어갔다. 그래도 아쉬움이 가시지 않았는데...  지난 주 목요일이었던가 경남도민일보에 영화난에 '내부자들'이란 영화가 소개됐다. 길지 않은 기사였는데 줄거리를 소개한 최규정 기자의 깔끔한 필담에 끌려 결정했다. 아내와 함께 '내부자들'을 보기로.




그런데, 여유라고는 일요일밖에 없는 우리 부분데 마침 취재일정이 잡혀버렸다. 그래서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할 형편이었는데 마침 오늘 대체휴무를 하면서 아내가 일을 마치는 시각에 맞춰 기다렸다가 바로 영화관으로 직행했다. 아내는 계속 피곤하다며 쉬고 싶어하는데... 모른 체 했다. 이번에 못 보면 또 몇 달이든 1년이든 기다렸다가 스마트폰에 무료영화 뜨면 그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안상구(이병헌)라는 정치깡패가 국회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대선을 준비하는 현역 의원과 대기업 재벌회장이 얽힌 정치자금 문제를 폭로하는 것이어서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깡패의 말을 어떻게 믿어?"


안상구가 내민 증거와 잘린 손목을 보여주며 사실임을 증명하려 하지만 '괴물' 같은 그들, 정치와 재벌, 언론의 연결고리는 오히려 안상구를 파렴치범으로 매도해버린다.


시간은 2년 전으로 돌아간다. 우장훈(조승우) 검사는 중앙지검이 아닌 서울지검에서 그놈의 '족보도 없는' 딱지를 떼려고 아등바등하다 장필우만 엮으면 된다는 얘기에 조사를 하던 중 장필우가 거액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정보를 접한다. 미래자동차 실무자로부터 증거를 넘겨받기로 했는데 안상구가 그 절묘한 타임에서 미래자동차 그 양반을 납치해버린다.


안상구는 비자금 사실을 평소 형님동생하고 지내던 조국일보 이강희(백윤식) 논설주간에게 알린다. 언론인과 깡패, 이 둘은 20년 전부터 아는 사이다. 묘한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안상구는 연예기획사 대표인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정계와 재계의 난잡한 파티에 여자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비 오는 날 미래자동차 회장이 마련한 파티에 여성들을 데리고 간다. 미래자동차 상무와 대화 중에 안상구가 내뱉는 말, "내가 쌍팔년도 채홍사도 아니고". 채홍사는 연산군 때 흥청 기생을 뽑기 위해 전국을 돌며 여자를 차출해 간 관리가 아닌가. 




그렇게 멋지게 한마디 내뱉고 돌아나오는데 상무로부터 뒤통수를 맞고 쓰러진다. 컨테이너 속. 온몸이 묶인 안상구. 상무로부터 손목이 잘린다. 그 후 안상구는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일하는 신세로 전락하지만 잘나가는 보스로 살았던 때문인지 다른 조폭들이 함부로 대하진 못한다.


안상구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장필우와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에게 복수하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복수극 설계를 하면서 연예기획사 일을 할 때 함께 했던 주은혜에게 그들의 난잡한 생활을 동영상 촬영하라고 시킨다. 그러면서 하는 말 "복수극으로 가자고. 화끈하게!" 주은혜는 촬영에 성공은 하지만 이강희와 침실에 있다가 그가 쏟아버린 술잔에 에러가 나버린다.


한편 우장훈도 비자금을 추적하다 안상구를 알게 되고 안상구의 뒤를 쫓는다.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처음 만나지만 우장훈은 안상구에게 봉변만 당하고 그를 놓친다. 안상구는 부하 박종팔(배성우)에게 장필우 후원회에 들어가 장필우 비리를 캐도록 했는데, 이강희가 박종팔의 정체를 알고 장필우에게 알려준다. 손과 발목이 잘릴 상황에서 박종팔은 안상구를 배신한다.


안상구가 사는 집으로 쳐들어온 미래자동차 조상무 패거리들. 여기서 난투극이 벌어지고 조상무가 또 같은 방법으로 안상구의 뒤통수를 쳤는데, 그 뒤에서 또 조상무의 뒤통수를 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우장훈이렷다.


우장훈은 안상구를 모텔에 데려가고 깨어난 안상구에게 장필우 비리 원본을 내놓으라고 설득하다. 나이트클럽 룸 전등 위에 숨겨진 USB를 찾지만 여기엔 관련 서류들만 있어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데... 안상구는 좀체 내놓질 않는다. 언제까지고 모텔에서 버틸 수는 없는 노릇. 갈 곳없는 안상구를 우장훈은 헌책방 하는 자기 아버지 집으로 데려간다.




안상구는 우장훈 아버지로부터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아들이 철이 없으니 잘 부탁한다는 말에 "철은 좀 있는 것 같고 싸가지가 없는디 고건 제가 좀  거시기해볼테니까요."라고 대답한다. 싸가지와 깡패, 우장훈과 안상구의 대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우장훈의 설득에 안상구는 목걸이에서 비자금 증거가 될 만한 원본USB를 건네준다.


이로써 우장훈은 야당 국회의원에게 부탁하여 안상구가 첫 장면인 국회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도록 한다. 하지만 '괴물'들은 오히려 안상구를 자신이 관리하는 연예인을 성폭행하는 등의  파렴치범으로 몰아간다. 


장필우는 안상구의 폭로가 어이없는 것이라며 자신은 결코 비자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까지 하며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안상구에겐 탈출을 계획하는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안상구는 우장훈과 장필우를 잡을 설계를 다시 짠다.


탈출에 성공한 안상구는 이강희를 찾아간다. 모든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강희는 안상구의 왼쪽 손을 연필로 찌그고 골프채로 때린다. 하지만 안상구의 반격에 목이 졸리 상황에서 모든 것은 장필우가 시킨 짓이라고 한다. 안상구는 그 내용을 녹음했고 이강희를 오른손목을 도끼로 내리쳐 자신의 빚을 청산한다. 그러고는 경찰서에 가서 자수한다.




안상구로부터 녹음파일을 넘겨받은 우장훈은 이강희를 찾아간다. 억압적인 상황에서 얻은 자백은 증거능력을 상실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터. 우장훈은 이강희에게 이 파일을 장필우에게 넘기겠다고 한다. 대선후보가 될 정도로 이미 커버린 장필우는 이강희에게도 두려운 존재다.  이렇게 우장훈은 이강희를 통해 중앙지검 검사로 '영전'하고 장필우, 오현수, 이강희 등의 그룹으로 들어간다. 우장훈도 내부자가 되는 것이다.


우장훈은 요정에서 벌어지는 나체파티를 가져간 술병에 설치한 카메라로 모든 내용을 동영상촬영을 한다. 이 동영상이 안상구에게 전달되고 이것이 SNS를 타고 세상에 뿌려진다. 장필우는 순식간에 정치생명을 잃게 되었고 내부자들은 파괴되었다.


6개월 후 우장훈은 검사 때려치우고 변호사를 하고 있다. 그에게 안상구가 찾아왔다. 여직원이 돌아온 우장훈에게 턱짓으로 방향을 가리키자 거기에 안상구가 웃으며 앉아 있다.


"어이, 깡패!"

"이런 싸가지."


막판에 안상구가 우장훈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잘 할랑게."


이 말은 주은혜가 안상구에게 했던 말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인가? 난 도통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 몰디브는 어디 나라 이름 같은디.. 모히또는 또 뭐야? 에 참... 베라 벨.



이강희 조국일보 논설주간. 일개 신문사에서 칼럼을 쓰는 인간이 정치의 멱살을 쥐락펴락하는 게 당키나 하겠나 여길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 생태계를 보면 조국일보와 유사한 느낌이 드는 그 일보의 행태를 보면 고개가 절로 주억거려질 수도 있겠다.


그래. 주억거려 질 수도 있다가 이강희 주필 말마따나 주억거려진다, 혹은 매우 주억거려진다로 바꾸어 표현하면... 그가 그랬다. "말은 곧 권력이고 힘이야."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력을 주었단 말인가?


우장훈의 활약으로 대한민국의 내부자들, 그 악취나는 카르텔이 다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카르텔이 생기고 또 다른 우장훈이 생기겠지. 그래, 생길 거라고 믿어야만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단어가 자취를 감추지 않을 거야.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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