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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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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역녀(驛女) 월명(2)

함양군 함양읍 백천리 수지봉 월명총에 얽힌 전설


(전편 줄거리)월명은 사근역 역녀로 출퇴근을 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씨가 착해 역을 오가는 관원들이 수작을 종종 걸지만 한 번도 그들과 식사를 같이하거나 마을을 안내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역문을 닫을 쯤에 급한 말발굽소리가 들립니다.


월명이 밖으로 나가가 파발마는 역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지친데다 흥분되어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그 바람에 파발 관원이 땅에 떨어집니다. 그 순간 관원이 말발굽에 밟힐 위기에 처하자 월명이 소리를 쳐서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관원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서면서 서로 눈이 마주치는데 월명의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이런 일은 처음 느껴보는 것입니다. 월명은 말을 마방에 데리고 가면서도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늦은 시각에 도착한 게 미안해서 관원은 저녁을 사겠다고 하고 식당으로 갑니다. 월명은 처음으로 파발관원이 산다는 식사에 응한 것입니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관리의 이름이 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월명은 수영을 깨워 역으로 함께 갑니다. 월명은 김 역장에게 말해 중등마를 내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수영은 나주로 떠납니다. 수영을 보낸 월명은 가슴이 휑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수영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역시 역참 문을 닫을 시각. 월명은 퇴청 준비를 하고 나서는데 수영이 나타납니다. 월명은 그에게 달려가 안기는 상상을 합니다. 그러자 수영이 그를 와락 껴안습니다.


………………………………………………………………..


월명은 자신도 모르게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던 수영이지만 이렇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너무 얼떨결에 남자의 품에 안긴 터라 두 팔은 축 늘어뜨린 채로 서 있었습니다.


“월명, 보고 싶었소. 어제 헤어진 뒤 그대 생각만 하였소. …?”


월명은 자신도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러자 수영이 자기 혼자 반가워 무례를 범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 미안하오. 내가 너무 반가운 마음에…. 용서하시오.”


수영은 월명을 안았던 팔을 풀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월명은 수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수영은 더욱 당황하였습니다. 수영은 어쩔 줄 모르고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월명낭자가…, 내 마음이…. , 이런 어떻게 말해야 하나?”

“하하하하. 나리께선 참 순수하신 분이군요.”


월명은 가슴이 콩닥거려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수영의 얼굴을 보았던 것뿐인데, 수영이 당황해 하며 말도 더듬거리자 그만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수영도 그런 월명을 한참 바라보다가 함께 웃었습니다.


두사람은 이틀 전에 갔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남강변을 걸었습니다. 파발마들이 다니는 곳이어서 강변을 따라 길게 길이 나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또 물억새가 한 번씩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흰머리칼을 휘날리며 춤을 추었습니다.


“이 마을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아요.”


월명은 이번에 경주로 가면 언제 또 오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속내를 내보이는 것 같아 얼른 말을 돌린다는 게 마을 사람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더군요. 몇 분 만나보진 못했지만 다들 친절하시고….”

“국밥집 아주머니 있죠? 그분 딸이 제 친구랍니다. 둘금이라는 애인데 걔, 엄마와는 달리 아주 미인이랍니다.”

“그런가요? 아주머니도 예쁘게 생겼던데, 그보다 더하다면 절세미녀겠는데요. 하하.”

“…. 나리, 둘금이란 애 소개시켜 드릴까요?”

“…….”


월명은 속으로 후회가 되었습니다. 수영에게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자꾸 딴 이야기만 늘어놓게 되는 것이 속상했습니다. 수영 역시 함께 경주로 가서 살고 싶다라든지 월명만 원한다면 이곳에서 살겠다든지 이런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꺼내지 못하는 자신이 갑갑했습니다.


점점 밤은 깊어갔습니다. 월명도 이제 집으로 들어가야 할 시각이 되었습니다. 수영 역시 월명과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도 안 한 남녀가 밤늦게까지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동네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일이니까요.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집까지 바래드리겠소.”


수영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습니다. 월명 역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습니다.


“그래요. 너무 늦은 것 같네요.”


두 사람은 월명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앞에는 월명의 아버지가 나와 있었습니다. 해시정각(오후 9)이 다 되었는데도 과년한 딸이 집으로 들어오지 않자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엔 아무리 늦어도 술시반각(오후 8)을 넘긴 적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왜 이리 늦은 거냐?”


월명의 아버지는 딸의 옆에 웬 남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속으로 적잖게 놀랐습니다. 한편으론 과년한 딸이 남자의 배웅을 받아 집까지 온다는 것은 반갑기도 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이라 걱정도 되었습니다. 역에서 일을 하다 보니 뜨내기 관리들이 월명에게 집적거리는 일이 많았던 데다, 물론 그럴 때마다 딸이 현명하게 대처하곤 했지만 자칫 마음을 주었다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옆에…, 누구냐?”

“아, 아녜요. 아버지. 그냥…, 나주서 경주로 돌아가던 파발 관원입니다. 마을 구경을 하고 싶대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런 적이 없던 니가 웬일이냐?”

“아, 안녕하십니까? 경주에 사는 이수영이라고 합니다.”


월명의 아버지는 재빨리 눈치를 챘습니다.


‘이 아이가 경주 총각을 좋아하는구나.’


월명 아버지는 총명하기로 함양에서도 소문난 딸이 남자를 집앞에까지 배웅받아 데려온 것은 그만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자네 술 마실 줄 아는가?”

“네, 조금씩은 마십니다.”

“주막에 가서 막걸리 두 병 사오게.”

“네? , 알겠습니다.”


수영은 너무 뜻밖의 일이라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 연모하는 사람의 부친이 자신에게 술심부름을 시킨다는 것은 함께 술을 마시자는 얘기일 테고, 그렇다면 호감을 보인다는 얘기가 되므로 아주 기뻤습니다.


수영이 주막으로 가자 월명의 아버지는 딸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저 총각이 그렇게 마음에 드느냐?”

“지금까지 봐왔던 사람과는 달라 보였습니다.”

“알겠다. 애비가 저 총각의 마음이 어떤지 살펴보마.”


월명은 부엌으로 가서 술안주를 만들었습니다. 주안상을 마련해 나왔을 때 술 두 병을 사들고 돌아온 수영과 마주쳤습니다.


“이렇게 밤이 늦었는데 아주머니께서 술을 팔던 모양이죠?”

“네, 문을 닫았으니 딴 데 가보라는 걸 딴 데는 아는 곳이 없다며 한사코 졸랐지요. 하하.”

“그래서 늦었군요. , 들어가세요.”


월명의 아버지와 수영은 술상을 가운데에 놓고 마주앉아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월명은 이야기를 듣는 중에 수시로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두 사람의 정담이 툭하면 혼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월명이 술 심부름을 몇 번이나 하였는지 모릅니다. 아버지는 수영에 대해 아주 큰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수영 역시 아버지의 솔직한 태도와 말에 터놓고 얘기하며 즐거워하였습니다. 어느덧 자정을 넘기고 멀리서 밤부엉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장인 어른, 이제 일어나 보겠습니다.”

“어? 좋지 장인 어른. 이보게 사위. 오늘 잠은 여기서 자게나. 이 시각에 객점 문 두드려봤자 욕만 얻어먹고 쫓겨날 걸세.”


월명은 자기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여전히 아버지 방에서는 두 사람이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립니다. 멀리서 다시 부엉이가 연방 목청을 뽑습니다.


얼마나 눈을 붙였을까. 월명은 닭울음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밖을 나오니 동쪽 산등성이 위로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장인 어른, 따님과 혼인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경주에 돌아가면 경주관헌 일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이사를 오겠습니다. 여기서 장사를 시작하여 돈을 벌겠습니다. 그래서 살림을 차릴 정도가 되면 정식으로 청혼을 올리겠습니다.’


월명은 어젯밤 수영이 아버지에게 한 말을 되새기면서 살포시 미소를 짓고는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월명 역시 아버지와 수영을 위해 아침을 짓다 보니 어느덧 자신이 수영의 아내가 된 듯하여 낯이 붉어졌습니다.


아침을 먹은 후 월명과 수영이 역참으로 향했습니다. 수영의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월명의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향에 돌아가 어머니 허락만 받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역참에 도착한 월명은 수영에게 말을 내어주었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열흘쯤 걸릴 것 같소. 반드시 돌아올 테니 꼭 기다려 주시오.”


월병은 수영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딱 열흘 후.


수영은 약속대로 함양 수동마을에 나타났습니다. 경주에서 완전히 함양으로 이사를 온 것입니다. 수영은 월명의 집 옆에다 집을 지었습니다. 이미 월명과의 관계를 어찌 알았는지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함께 도왔습니다. 수영은 이곳에서 생활을 하며 행상을 시작하였습니다.


수영은 5~6년간 파발 업무를 맡아 일했기 때문에 전국 어느 곳에 무엇이 많이 나고 어디서 그런 물건이 비싸게 팔리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수영은 전국으로 다녔기 때문에 어느 때엔 열흘간 집을 비우는 때도 있었습니다. 함양으로 돌아왔을 때엔 늘 월명과 함께 했습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다 보니 계절과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해 장사 물품을 정해야 했습니다. 수영에겐 그런 안목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수영에겐 많은 돈이 모였습니다. 수영은 이제 월명에게 청혼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월명도, 월명의 아버지도, 또한 마을 사람들도 공통으로 그렇게 느꼈는지 이젠 살림을 합치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였습니다. 월명과 수영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수영의 부모님은 너무 먼 거리여서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함양으로 오는 도붓장수를 통해 축하한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축하해주니 정말 행복하오.”

“우린 하늘이 맺어준 부부인가 봐요. 서로 좋아해도 반대하는 가족이나 가문의 어른들 때문에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요. 궁합이 맞지 않아 못하고, 예단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 결혼식을 앞두고 파혼하기도 하고.”

“서로 잘 사귀다가 싸움 한 번 한 걸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서 헤어지기도 하지요.”

“그러고 보면 우린 천생연분이구료. 하하하하.”

“그래요. 하하하하.”


월명과 수영은 밤늦도록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신혼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이들의 첫날밤을 밖에서 지켜보던 마을 아주머니들은 이제나저제나 신랑이 신부의 옷을 벗기는 모습을 보고자 기다렸는데 계속 이야기만 나누는 모습을 보곤 길게 하품을 하며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수영은 결혼 후엔 한동안 장인의 짚신을 짜고 가마니를 만드는 등 일을 도우며 월명과 함께 지냈습니다. 월명도 열흘간 역참일을 쉬었습니다. 하루하루 월명과 수영의 집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무뚝뚝했던 수영의 장인도 사위와 함께 일을 하면서 늘 즐거워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집앞을 지날 때마다 어허, 이 집에 깨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지네그려 하면서 부러워했습니다.


그렇게 아흐레가 지났습니다. 내일이면 월명은 역참으로 출근을 하고 수영은 다시 전국을 다니며 행상을 떠날 것입니다. 아흐렛날 오후가 되자 두 사람은 서로 보면서 이러한 생활이 더 지속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나누었습니다.


“잠깐 잠깐 떨어져 살다 보면 우리의 사랑이 더 깊어질 수도 있을 거요. 너무 아쉬워 말아요.”

“그렇겠지요. 당신을 기다리는 것도 즐거움일 수 있을 거예요.”

“행상을 다녀올 때마다 당신에게 선물을 사오리다.”


서로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잠시라도 떨어져 산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습니다. 짧게는 사흘 정도이지만 원행을 떠날 때엔 열흘이 넘게 걸리기도 하니까요. 수영은 월명의 손을 꼭 잡은 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조만간 행상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보게, 수영이! 오랜만일세. 결혼했다면서? 늦게라도 축하하네.”


수영이 파발 관원 일을 할 때 알게 된 도붓장수 득수가 어스름녘에 찾아왔습니다.


“이런! 득수가 아닌가? 이게 몇 년 만이야? 함양엔 어쩐 일로?”

“경주에 갔다가 자네 집에 들렀지. 그런데 아버님이 자네에게 전해주라며 편지를 주더군. 마침 나도 거창에 일도 있고 해서 가는 길에 이렇게 온 거라네.”


수영은 편지를 건네받고 펼쳐보았습니다. 편지를 읽던 수영의 얼굴이 일순 잿빛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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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역녀(驛女) 월명(1)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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