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보이> 낙오자가 된 두 남자 이야기
노홍진 감독의 2010년 작 '굿바이 보이'는 적어도 내가 보기엔 진우라는 주인공 아이가 겪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하나는 백수로만 살아가는 아버지와 또 하나는 신문팔이하면서 만난 창근이란 친구다.
아버지에게서 가정이란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철새 둥지와 같은 존재다. 그런 아버지에게선 자식들이 몰랐던 병이 있다. 심각한 위염이다. 뒤늦게야 짜장면을 먹지 않은 이유를 알게된 것은 주인공을 더욱 슬프게 한다. 사실 위염으로 죽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첫번째 결혼을 실패하면서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삶을 살다 간 것이 슬픈 것이다.
삶을 포기하는 두 가지 방법 중에 진우의 아버지는 자살 보다는 비루하게 사는 쪽을 택했다. 결국 그러한 삶이 조금이나마 가족에게 '보험금'이라는 목돈을 안겨다주긴 했다만 과연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죽으면서 진우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웃는 모습은 묘한 늬앙스를 던져준다.
또 하나의 사례로 창근이는 배짱이 두둑한 아이다. 비록 힘은 없어도 기죽지 않고 맞서는 용기가 주인공 진우는 감히 흉내도 못낼 모습이지만, 창근은 오히려 그 때문에 뇌 기능을 잃게 되는 장애인이 되어버린다. 비겁한 구청장의 아들이 쪽수로 창근을 몰매준 것이다. 정정당당히지 못하고 조직의 힘을 등에 업고 턱쪼가리에 힘을 넣는 치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치일까.
아버지와 창근,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사회의 낙오자다. 아버지는 평생을 헛된 꿈, 즉 구청장이 되려고 선거 때만 되면 집권당, 당시 민정당을 드나들며 열심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창근은 강한 척하다가 흉기로 머리를 맞아 결국 병신이 되어 바보로 살아간다. 두사람 모두 진우와 헤어진다. 굿바이다.
진우는 이삿짐 차 뒷칸에 타고서 지금까지 자랐던 동네를 떠난다. 바보 창근이가 자전거를 타고 죽어라 쫓아 온다. 친구 진우를 보내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진우는 아버지의 유품이었던 라이터를 창근을 향해 던진다. 아버지와도 완전한 이별이고 창근과의 인연도 이것으로 끝이다. 중학생 어린 나이에 두 가지 이별을 겪은 진우는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될까?
나는 과연 진우의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창근과 같이 '당랑거철' 무모한 자신감으로 살진 않았을까. 데모를 진압하는 전두환의 개들에 의해 전세 살던 누나가 서답치고난 뒤의 빨래처럼 축 늘어져 끌려가던 모습을 겁에 질려 지켜만 보고 있던 모습은 혹시 내가 아닐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달리 있을지 몰라도 나는 '굿바이 보이'를 이렇게 읽었다. '비겁함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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