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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조선 임란
직전의 시기. 역적으로
몰린 신기철 대감의 집안이 풍비박산되고.
부인 박씨는 가까스로 3살
난 아들을 데리고 탈출,
영축산으로 도피합니다.
그러나 뒤에선 관군이 추격해오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부인 박씨는 바위굴로
숨어들려다 어떤 사내와 마주칩니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생면부지의 이 중년 남자에게
아들을 맡기고 사라집니다.
그렇게 해서 17년
동안 운암도사는 신동대를 키우게 됩니다.
신동대는 스무 살이 된 해
운암도사를 떠나 하산합니다.
처음 양산읍내로 들어온 신동대,
막손이패의 시비에 휘말리나 오히려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고, 비무대회에
출전했다가 관료들의 비리를 목격하게 됩니다.
비리의 연결고리를 조사하다 밀수를 하던 용호칠웅의
움직임을 포착하게 되는데 용호칠웅의 두목 오지곤과
형방이 월향관에서 만나 뇌물을 주고받는 현장을
덮칩니다. 이들을
꾸짖고 돌아오는 길에 신동대와 막손은 나머지 용호칠웅의
습격을 당합니다. 그러나
무예실력이 크게 발전한 막손과 함께 신동대는 이들을
가볍게 물리치고 선행당으로 돌아옵니다.
그 뒤를 밟던 그림자는 신동대 일행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후 돌아갑니다.
신동대의 아버지 신기철의
호위무사였던 덕수는 월향관으로 돌아와 신동대의
어머니 박씨 부인에게 상황을 보고합니다.
월향관은 신동대의 어머니 박씨 부인이 운영하는
술집입니다. 그는
아들을 찾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기방을 차렸던 것입니다.
박씨 부인이 아들을 찾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습니다. 형방과
오지곤이 비밀리에 만나는 것을 몰래 지켜보던 덕수가
의외의 인물들이 그 방에서 나오기에 유심히 봤는데
그 중 한사람이 한쪽 귀가 유난히 큰 도련님이었던
것입니다.
며칠 후 신동대의 선행당으로
덩치 큰 사내가 찾아옵니다.
그는 형방의 요청으로 벽천대감이 보낸 살수인
살모사입니다. 살모사는
신동대를 얕잡아보고 공격을 하지만 매번 실패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밉니다.
결국 칼을 꺼내 휘두르게 되고 바람을 가르는
칼날을 밟고 올라선 신동대의 왼발차기 하나에 나가떨어지고
맙니다. 이렇게 해서
살모사도 막손과 마찬가지로 신동대를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선행당 식구가 됩니다.
그러던 중 신동대는 벽천대감이 전국에서 거둬들인
뇌물을 왕실에 상납한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
다음날.
신동대는 막손과 살모사를 데리고 벽천대감의
집으로 갔습니다. 신동대
일행은 복면을 하고서 대감의 저택 지붕으로 날아올랐습니다.
신동대의 도술을 처음 본 살모사는 신기해 했습니다.
“이야~!
형님 대단합니다. 이런
술법도 다 쓸 줄 아시는군요.
이런 도술 나도 좀 가르쳐주쇼.”
“씨끄럽다,
이놈아. 들키겠다.”
신동대는 살모사의 이마에 알밤을
주었습니다.
“아이쿠야!”
“쉿!”
살모사의 목소리가 너무 커
신동대와 막손이 함께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었습니다. 신동대는
지붕을 타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른 지붕으로 건너뛸 때엔 막손과 살모사의 손을
잡고 도술을 부려 몸을 가볍게 하였습니다.
막손도 이러한 도술은 처음이라 신기해 했지만
살모사가 너무 감탄을 쏟아내는 바람에 짐짓 태연한
척 하였습니다.
“형님,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막손이 소리나는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습니다. 세
사람은 용마루를 타고 조심조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여러
가옥으로 둘러싸인 큰 마당에는 여러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며
분주했습니다. 세
사람은 바로 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많이도 거둬들였구나.”
권력을 이용해 이처럼 많은
재물을 끌어모으려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신동대는 벽천대감이란 자를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살모사가 신동대의 어깨를 살짝
쳤습니다.
“저깁니다.
형님.”
“뭐가 말이냐?”
“맞은편 죽담 위에 서 있는
늙은이 보이시죠? 저자가
바로 벽천대감입니다.”
“음,
고약한 관상을 하고 있군.”
세 사람은 한동안 더 지켜보았습니다.
“야,
이놈들아! 좀 더
빨리빨리 움직여.”
덕천대감의 집사가 하인들을
재촉했습니다.
“이봐,
장서방. 그 물건
좀 조심해서 다루게. 그게
어떤 물건인지 아는가?
명나라에서 들여온 보물들이라네.
자네가 평생을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그런
물건이지.”
집사는 다른 하인들과 달리
진귀한 물건들을 많이 알고나 있다는 듯이 아는 체하며
말하였습니다. 신동대
일행은 지붕 위에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히
관찰하고 그들이 나누는 말을 모두 들었습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물건들은 경상도뿐만 아니라 전라도와 강원도,
심지어 평안북도에서도 벼슬을 하고자 하는
양반들로부터 받은 것이며 명나라에서 밀수한 진귀한
물건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신동대와 막손,
살모사가 지붕 위에서 한 시진(2시간)을
보냈을까. 물건을
옮기던 벽천대감의 하인들이 손을 털고 허리를 폈습니다.
“나리,
물건들 모두 달구지에 실었습니다요.
소를 끌고 올까요?”
“서둘러라.”
집사는 하인들에게 명령을 하고
벽천대감에게 자신이 직접 왕실 대군나리에게 전해주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집사는
벽천대감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일개 평민에 지나지 않는 신분으로 양반 중에서도
지체가 높은 벽천대감과 직접 말을 주고 받는 사이인
것을 보면 말입니다.
벽천대감은 피곤한지 두 팔을
벌여 길게 하품을 하고는 사랑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하인들은 소를 몰고 와 달구지를 걸었습니다.
소가 세 마리. 적지
않은 달구지에 온갖 귀한 물건들이 가득 실려있으니
이는 아무리 못해도 한 고을의 백성들이 평생을 먹고
살아도 남을 재산입니다.
“얼마나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짰으면 뇌물로 받은 물건들이 저렇게도 많단
말이냐?”
신동대가 한숨을 쉬듯 내뱉자
막손이 말을 받았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벽천대감 같은 사람이 이렇게 비리가 많은 데도
어찌 조정에선 내치기는커녕 계속 더 높은 벼슬을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들에게 본떼를
보여줘야겠다. 살모사
넌 혹시 벽천대감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고 있거라.
난 막손과 함께 저 물건들을 접수해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온갖 보물이 실린 소달구지
주변엔 두건을 쓰고 검은 복장을 한 벽천대감의
호위무사들로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집사와 하인들을 합하면 모두 열두 명입니다.
멀리서 이들을 뒤따르던 신동대와 막손은 적절한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신동대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물리치고
물건을 빼앗는 거야 문제도 아니지만 가능하면 대감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벗어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손아,
이 물건들은 양산천을 따라 내려가다 낙동강과
만나는 호포나루로 가는 모양이다.
아마도 거기서 배에 실어 한양으로 옮기겠지.
우린 이 물건들이 삽량교를 지날 즈음에 접수하기로
하자. 넌 선행당으로
가서 동생들을 데리고 오너라.
삽량교에서 만나자.”
소달구지가 삽량교를 지날 무렵이
되었습니다. 신동대는
여전히 복면을 한 모습으로 일행 앞에 나섰습니다.
“이 야밤에 웬 소달구지
행차신가?”
“웬놈이냐?”
벽천대감의 호위무사들은 일제히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달빛도
희미한 삼경 야밤에 정체 모를 사내가 소달구지를
들먹이며 길을 막아서니 도적일 게 분명하다 여겼겠지요.
“웬놈은?
백성의 눈물을 거두어주려는 분이지.”
호위무사들은 소달구지를 뒤로
하고 신동대를 막아섰습니다.
호위무사 중 한 명이 신동대에게 칼을 겨누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괜히 명을 재촉하지 말고 썩 물렀거라!”
“물러날 것 같으면 애초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너희들이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닐 터 목숨은 살려줄 테니
소달구지를 버리고 떠나거라.”
“하하하.
네놈이 실성을 한 게로구나.
곱게 말해서 물러나진 않을 듯하니 원대로 해주겠다.
대신 원망은 사양한다.”
그렇게 말한 호위무사가 신동대를
향해 검기를 날렸습니다.
신동대는 바람에 흩날리는 깃털처럼 칼끝을 살짝
피했습니다. 호위무사는
다시 검을 휘둘렀습니다.
역시 신동대는 검기의 방향을 따라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피했습니다.
‘보통 놈이 아니구나!’
몇 번의 공격을 그렇게 피하자 호위무사는 신동대의
실력이 궁금해졌습니다.
“내 검을 피하다니 제법이구나.
하지만 이번엔 쉽지 않을 거다.
변화쌍검, 얍!”
호위무사의 검이 두 개로 변화하며
신동대에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신동대는
칼끝이 눈앞에 닿을 때까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호위무사는 상대가 자신의 변화쌍검에 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딱 그 찰나였습니다.
“펑!”
‘엉?’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져야 할 상대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자 호위무사는 어리둥절하였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호위무사는 엉덩이의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다섯걸음이나 튕겨나가며 꼬꾸라졌습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호위무사들이 한꺼번에 공격하고자
신동대를 둘러쌌습니다.
“그래.
여러분이 한꺼번에 덤벼줘야 나도 신이 나지.”
“네놈이 아무리 잔꾀를 부린다한들
고수들의 다섯 검을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호위무사들은 신동대를 가운데
두고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밖에서 보면 팽이가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몇 번 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신동대의
신형이 높이 치솟았습니다.
그러자 호위무사들도 신형을 날려 신동대를 재차
공격했습니다. 잠시후.
호위무사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습니다.
이윽고 신동대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듯 천천히
땅에 내려섰습니다.
공중에서 단 한 수에 호위무사들을
모두 처치한 신동대가 고개를 돌려 노려보자,
하인들은 기겁하여 모두 달아났습니다.
이제 집사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집사는 칼을 빼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양손으로 잡은 칼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무예를 익히지 않은 터라 칼로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책임을 맡고 왕실에
전달할 물건이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보시오.
당신을 해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괜한 사단을
만들지 마시오.”
“이 물건들을 빼앗기면 어차피
죽은 목숨이다. 여기서
목숨을 아껴 무엇하겠느냐?
덤벼라!”
집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동대는 신형을 순식간에 이동해 집사의 이마에 지풍을
날렸습니다. 집사는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습니다.
그 시점에 막손이 아우를 데리고 삽량교에
도착했습니다.
“딱 맞춰서 왔구나.”
“이것들,
형님 작품이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지.”
주변을 둘러본 막손이 넌지시
신동대에게 농을 던졌습니다.
“두 시진이 지나면 모두 깨어날
테니 어서 물건부터 옮겨야겠다.
막손이 넌 아우들과 함께 이것들을 비밀창고에
갖다놓고 선행당에 가 있거라.
난 벽천대감을 좀 만나보고 와야겠다.”
신동대는 소달구지에 있는 보물
몇 개를 챙겨 품에 넣고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벽천대감은 아직 방에 그대로
있느냐?”
신동대는 지붕 위에서 벽천대감을
감시하고 있던 살모사에게 물었습니다.
“예,
아직 움직임이 없습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
신동대는 지붕에서 낙엽처럼
뛰어내려 사랑채로 다가갔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벽천대감은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습니다. 밤늦게
뇌물을 챙겨 뇌물로 바치려니 피곤했겠지요.
은근히 부아가 치민 신동대는 벽천대감을
걷어찼습니다. 벽천대감은
몸을 움찔하며 골던 코골이를 멈췄다가 다시 코를 골며
잤습니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둔해?’
신동대는 다리고 허리고 어깨,
돌아가면서 걷어찼습니다.
꿈속에서 가위에 눌렸는지 벽천대감은 두 손을
허우적거렸습니다.
“어,
어, 살려주세요.
염라대왕님.”
게슴츠레 뜬 벽천대감의 두 눈
속에 복면의 사내가 들어왔습니다.
“넌 지은 죄가 워낙 많아 도저히
살려줄 수가 없구나.”
그제야 벽천대감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 앉았습니다.
“다,
당신 누구요?”
“나?
염라대왕!”
“여봐라,
밖에 누구…”
“밖에 누가 있을리 없지 않느냐?
이걸 운반하느라 죄다 내보냈을 텐데?”
신동대가 달구지에서 가져온
보물 몇 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니?
네 이놈.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이러는 것이냐?
날 잘못 건드린 것 후회하게 해주마.”
“아니!
네놈이 한 번 더 이런 짓 했다간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것인지 알게 해주마.
개과천선을 빈다.”
벽천대감이 몸을 돌려 벽에 걸린
칼을 잡으려 하자 주먹을 날려 옆구리에 꽂았습니다.
“욱!”
눈알이 쏟아질 듯한 고통과 함께
벽천대감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벽천,
이건 예고편임을 명심해라.
내가 다시 당신 앞에 모습을 나타낼 때엔 저승사자와
길동무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을 남기고 신동대는 도술을
부려 사라졌습니다. 벽천대감은
옆구리를 얻어맞은 고통에다 왕실 상납 재물을 모두
잃은 것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얼굴이 괴기스럽게
변했습니다.(다음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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