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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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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4.07.01 (전설텔링)신동대전(傳)(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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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조선 임란 직전의 시기. 역적으로 몰린 신기철 대감의 집안이 풍비박산되고. 부인 박씨는 가까스로 3살 난 아들을 데리고 탈출, 영축산으로 도피합니다. 그러나 뒤에선 관군이 추격해오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부인 박씨는 바위굴로 숨어들려다 어떤 사내와 마주칩니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생면부지의 이 중년 남자에게 아들을 맡기고 사라집니다. 그렇게 해서 17년 동안 운암도사는 신동대를 키우게 됩니다.


신동대는 스무 살이 된 해 운암도사를 떠나 하산합니다. 처음 양산읍내로 들어온 신동대, 막손이패의 시비에 휘말리나 오히려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고, 비무대회에 출전했다가 관료들의 비리를 목격하게 됩니다. 비리의 연결고리를 조사하다 밀수를 하던 용호칠웅의 움직임을 포착하게 되는데 용호칠웅의 두목 오지곤과 형방이 월향관에서 만나 뇌물을 주고받는 현장을 덮칩니다. 이들을 꾸짖고 돌아오는 길에 신동대와 막손은 나머지 용호칠웅의 습격을 당합니다. 그러나 무예실력이 크게 발전한 막손과 함께 신동대는 이들을 가볍게 물리치고 선행당으로 돌아옵니다. 그 뒤를 밟던 그림자는 신동대 일행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후 돌아갑니다.


신동대의 아버지 신기철의 호위무사였던 덕수는 월향관으로 돌아와 신동대의 어머니 박씨 부인에게 상황을 보고합니다. 월향관은 신동대의 어머니 박씨 부인이 운영하는 술집입니다. 그는 아들을 찾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기방을 차렸던 것입니다. 박씨 부인이 아들을 찾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습니다. 형방과 오지곤이 비밀리에 만나는 것을 몰래 지켜보던 덕수가 의외의 인물들이 그 방에서 나오기에 유심히 봤는데 그 중 한사람이 한쪽 귀가 유난히 큰 도련님이었던 것입니다.


며칠 후 신동대의 선행당으로 덩치 큰 사내가 찾아옵니다. 그는 형방의 요청으로 벽천대감이 보낸 살수인 살모사입니다. 살모사는 신동대를 얕잡아보고 공격을 하지만 매번 실패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밉니다. 결국 칼을 꺼내 휘두르게 되고 바람을 가르는 칼날을 밟고 올라선 신동대의 왼발차기 하나에 나가떨어지고 맙니다. 이렇게 해서 살모사도 막손과 마찬가지로 신동대를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선행당 식구가 됩니다. 그러던 중 신동대는 벽천대감이 전국에서 거둬들인 뇌물을 왕실에 상납한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


다음날. 신동대는 막손과 살모사를 데리고 벽천대감의 집으로 갔습니다. 신동대 일행은 복면을 하고서 대감의 저택 지붕으로 날아올랐습니다. 신동대의 도술을 처음 본 살모사는 신기해 했습니다.


“이야~! 형님 대단합니다. 이런 술법도 다 쓸 줄 아시는군요. 이런 도술 나도 좀 가르쳐주쇼.”

“씨끄럽다, 이놈아. 들키겠다.”


신동대는 살모사의 이마에 알밤을 주었습니다.


“아이쿠야!”

“쉿!”


살모사의 목소리가 너무 커 신동대와 막손이 함께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었습니다. 신동대는 지붕을 타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른 지붕으로 건너뛸 때엔 막손과 살모사의 손을 잡고 도술을 부려 몸을 가볍게 하였습니다. 막손도 이러한 도술은 처음이라 신기해 했지만 살모사가 너무 감탄을 쏟아내는 바람에 짐짓 태연한 척 하였습니다.


“형님,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막손이 소리나는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습니다. 세 사람은 용마루를 타고 조심조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여러 가옥으로 둘러싸인 큰 마당에는 여러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며 분주했습니다. 세 사람은 바로 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많이도 거둬들였구나.”


권력을 이용해 이처럼 많은 재물을 끌어모으려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신동대는 벽천대감이란 자를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살모사가 신동대의 어깨를 살짝 쳤습니다.


“저깁니다. 형님.”

“뭐가 말이냐?”

“맞은편 죽담 위에 서 있는 늙은이 보이시죠? 저자가 바로 벽천대감입니다.”

“음, 고약한 관상을 하고 있군.”


세 사람은 한동안 더 지켜보았습니다.


“야, 이놈들아! 좀 더 빨리빨리 움직여.”


덕천대감의 집사가 하인들을 재촉했습니다.


“이봐, 장서방. 그 물건 좀 조심해서 다루게. 그게 어떤 물건인지 아는가? 명나라에서 들여온 보물들이라네. 자네가 평생을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그런 물건이지.”


집사는 다른 하인들과 달리 진귀한 물건들을 많이 알고나 있다는 듯이 아는 체하며 말하였습니다. 신동대 일행은 지붕 위에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히 관찰하고 그들이 나누는 말을 모두 들었습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물건들은 경상도뿐만 아니라 전라도와 강원도, 심지어 평안북도에서도 벼슬을 하고자 하는 양반들로부터 받은 것이며 명나라에서 밀수한 진귀한 물건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신동대와 막손, 살모사가 지붕 위에서 한 시진(2시간)을 보냈을까. 물건을 옮기던 벽천대감의 하인들이 손을 털고 허리를 폈습니다.


“나리, 물건들 모두 달구지에 실었습니다요. 소를 끌고 올까요?”

“서둘러라.”


집사는 하인들에게 명령을 하고 벽천대감에게 자신이 직접 왕실 대군나리에게 전해주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집사는 벽천대감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일개 평민에 지나지 않는 신분으로 양반 중에서도 지체가 높은 벽천대감과 직접 말을 주고 받는 사이인 것을 보면 말입니다.


벽천대감은 피곤한지 두 팔을 벌여 길게 하품을 하고는 사랑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하인들은 소를 몰고 와 달구지를 걸었습니다. 소가 세 마리. 적지 않은 달구지에 온갖 귀한 물건들이 가득 실려있으니 이는 아무리 못해도 한 고을의 백성들이 평생을 먹고 살아도 남을 재산입니다.





“얼마나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짰으면 뇌물로 받은 물건들이 저렇게도 많단 말이냐?”


신동대가 한숨을 쉬듯 내뱉자 막손이 말을 받았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벽천대감 같은 사람이 이렇게 비리가 많은 데도 어찌 조정에선 내치기는커녕 계속 더 높은 벼슬을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들에게 본떼를 보여줘야겠다. 살모사 넌 혹시 벽천대감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고 있거라. 난 막손과 함께 저 물건들을 접수해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온갖 보물이 실린 소달구지 주변엔 두건을 쓰고 검은 복장을 한 벽천대감의 호위무사들로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집사와 하인들을 합하면 모두 열두 명입니다. 멀리서 이들을 뒤따르던 신동대와 막손은 적절한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신동대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물리치고 물건을 빼앗는 거야 문제도 아니지만 가능하면 대감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벗어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손아, 이 물건들은 양산천을 따라 내려가다 낙동강과 만나는 호포나루로 가는 모양이다. 아마도 거기서 배에 실어 한양으로 옮기겠지. 우린 이 물건들이 삽량교를 지날 즈음에 접수하기로 하자. 넌 선행당으로 가서 동생들을 데리고 오너라. 삽량교에서 만나자.”


소달구지가 삽량교를 지날 무렵이 되었습니다. 신동대는 여전히 복면을 한 모습으로 일행 앞에 나섰습니다.


“이 야밤에 웬 소달구지 행차신가?”

“웬놈이냐?”


벽천대감의 호위무사들은 일제히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달빛도 희미한 삼경 야밤에 정체 모를 사내가 소달구지를 들먹이며 길을 막아서니 도적일 게 분명하다 여겼겠지요.


“웬놈은? 백성의 눈물을 거두어주려는 분이지.”


호위무사들은 소달구지를 뒤로 하고 신동대를 막아섰습니다. 호위무사 중 한 명이 신동대에게 칼을 겨누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괜히 명을 재촉하지 말고 썩 물렀거라!”

“물러날 것 같으면 애초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너희들이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닐 터 목숨은 살려줄 테니 소달구지를 버리고 떠나거라.”

“하하하. 네놈이 실성을 한 게로구나. 곱게 말해서 물러나진 않을 듯하니 원대로 해주겠다. 대신 원망은 사양한다.”


그렇게 말한 호위무사가 신동대를 향해 검기를 날렸습니다. 신동대는 바람에 흩날리는 깃털처럼 칼끝을 살짝 피했습니다. 호위무사는 다시 검을 휘둘렀습니다. 역시 신동대는 검기의 방향을 따라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피했습니다.


‘보통 놈이 아니구나!’ 몇 번의 공격을 그렇게 피하자 호위무사는 신동대의 실력이 궁금해졌습니다.


“내 검을 피하다니 제법이구나. 하지만 이번엔 쉽지 않을 거다. 변화쌍검, !”


호위무사의 검이 두 개로 변화하며 신동대에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신동대는 칼끝이 눈앞에 닿을 때까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호위무사는 상대가 자신의 변화쌍검에 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딱 그 찰나였습니다.


“펑!”


‘엉?’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져야 할 상대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자 호위무사는 어리둥절하였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호위무사는 엉덩이의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다섯걸음이나 튕겨나가며 꼬꾸라졌습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호위무사들이 한꺼번에 공격하고자 신동대를 둘러쌌습니다.


“그래. 여러분이 한꺼번에 덤벼줘야 나도 신이 나지.”

“네놈이 아무리 잔꾀를 부린다한들 고수들의 다섯 검을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호위무사들은 신동대를 가운데 두고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밖에서 보면 팽이가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몇 번 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신동대의 신형이 높이 치솟았습니다. 그러자 호위무사들도 신형을 날려 신동대를 재차 공격했습니다. 잠시후. 호위무사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습니다. 이윽고 신동대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듯 천천히 땅에 내려섰습니다.


공중에서 단 한 수에 호위무사들을 모두 처치한 신동대가 고개를 돌려 노려보자, 하인들은 기겁하여 모두 달아났습니다. 이제 집사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집사는 칼을 빼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양손으로 잡은 칼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무예를 익히지 않은 터라 칼로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책임을 맡고 왕실에 전달할 물건이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보시오. 당신을 해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괜한 사단을 만들지 마시오.”

“이 물건들을 빼앗기면 어차피 죽은 목숨이다. 여기서 목숨을 아껴 무엇하겠느냐? 덤벼라!”


집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동대는 신형을 순식간에 이동해 집사의 이마에 지풍을 날렸습니다. 집사는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습니다. 그 시점에 막손이 아우를 데리고 삽량교에 도착했습니다.


“딱 맞춰서 왔구나.”

“이것들, 형님 작품이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지.”


주변을 둘러본 막손이 넌지시 신동대에게 농을 던졌습니다.


“두 시진이 지나면 모두 깨어날 테니 어서 물건부터 옮겨야겠다. 막손이 넌 아우들과 함께 이것들을 비밀창고에 갖다놓고 선행당에 가 있거라. 난 벽천대감을 좀 만나보고 와야겠다.”


신동대는 소달구지에 있는 보물 몇 개를 챙겨 품에 넣고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벽천대감은 아직 방에 그대로 있느냐?”


신동대는 지붕 위에서 벽천대감을 감시하고 있던 살모사에게 물었습니다.


“예, 아직 움직임이 없습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


신동대는 지붕에서 낙엽처럼 뛰어내려 사랑채로 다가갔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벽천대감은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습니다. 밤늦게 뇌물을 챙겨 뇌물로 바치려니 피곤했겠지요. 은근히 부아가 치민 신동대는 벽천대감을 걷어찼습니다. 벽천대감은 몸을 움찔하며 골던 코골이를 멈췄다가 다시 코를 골며 잤습니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둔해?’ 신동대는 다리고 허리고 어깨, 돌아가면서 걷어찼습니다. 꿈속에서 가위에 눌렸는지 벽천대감은 두 손을 허우적거렸습니다.


“어, , 살려주세요. 염라대왕님.”


게슴츠레 뜬 벽천대감의 두 눈 속에 복면의 사내가 들어왔습니다.


“넌 지은 죄가 워낙 많아 도저히 살려줄 수가 없구나.”


그제야 벽천대감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 앉았습니다.


“다, 당신 누구요?”

“나? 염라대왕!”

“여봐라, 밖에 누구…”

“밖에 누가 있을리 없지 않느냐? 이걸 운반하느라 죄다 내보냈을 텐데?”


신동대가 달구지에서 가져온 보물 몇 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니? 네 이놈.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이러는 것이냐? 날 잘못 건드린 것 후회하게 해주마.”

“아니! 네놈이 한 번 더 이런 짓 했다간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것인지 알게 해주마. 개과천선을 빈다.”


벽천대감이 몸을 돌려 벽에 걸린 칼을 잡으려 하자 주먹을 날려 옆구리에 꽂았습니다.


“욱!”


눈알이 쏟아질 듯한 고통과 함께 벽천대감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벽천, 이건 예고편임을 명심해라. 내가 다시 당신 앞에 모습을 나타낼 때엔 저승사자와 길동무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을 남기고 신동대는 도술을 부려 사라졌습니다. 벽천대감은 옆구리를 얻어맞은 고통에다 왕실 상납 재물을 모두 잃은 것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얼굴이 괴기스럽게 변했습니다.(다음주에 계속됩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신동대전()(1)

(전설텔링)신동대전()(2)

(전설텔링)신동대전()(3)

(전설텔링)신동대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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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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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신동대전()(4)

양산 원동면 선리 영축산 중턱 신동대 굴에 얽힌 전설

 

(지난줄거리) 신동대가 세 살 때 어머니는 관군에게 쫓겨 영축산 기슭까지 왔습니다. 여기서 운암도사를 만난 신동대의 어머니는 아이만이라도 살리려는 마음으로 대뜸 맡기고 달아납니다. 그렇게 신동대는 운암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운암은 전국을 떠돌며 자신보다 무예와 도술이 뛰어난 사람을 찾아다녔는데 이 일로 양산에 정착하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신동대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운암은 신동대에게 하산하라고 합니다. 출세를 해서 행복하게 살라고 이릅니다. 양산 읍내에 첫발을 디딘 신동대에게 막손패거리가 시비를 걸지만 오히려 모두 신동대에게 혼이 납니다. 두목으로 모시겠다는 막손이패를 동생으로 거둬들인 신동대는 비무대회에 출전합니다.

 

그러나 비무대회에서 비리를 발견한 신동대는 이몽란에게 준결승에서 양보하고 근거지인 선행당으로 돌아옵니다. 관아 형방의 비리를 밝힐 궁리를 하던 차에 검계 용호칠웅 패거리들이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영호칠웅의 두목 오지곤의 뒤를 밟던 중 그가 월향관에서 형방을 만나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신동대와 막손이 그들에게 나타나 비리행위를 질타하고 속히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라고 합니다. 그러고 돌아오는 길에 용호칠웅의 나머지 여섯 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습니다. 신동대는 무예실력이 급격히 좋아진 막손과 함께 용호칠웅 패거리를 흠씬 두드려패서 쫓아 보냅니다. 이때 숲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

 

그림자는 신동대와 막손이 선행당으로 돌아올 때까지 멀리서 미행을 하였습니다. 이들이 선행당 문을 열고 들어설 때까지 지켜보다가 다시 용호칠웅이 달아난 방향을 향해 신형을 날렸습니다. 그림자는 부상당해 이동이 쉽지 않은 용호칠웅 패거리를 앞질러 달렸습니다. 용호칠웅은 그 그림자가 자신과 신동대를 감시하고 돌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그림자가 도착한 곳은 월향관이었습니다.

 

마님, 다녀왔습니다.”

들어오너라

 

그림자가 어느 문 앞에서 심부름을 다녀왔다는 기척을 하자 방 안에서 중년의 여성 목소리가 담담하게 흘러나왔습니다. 그림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방 한쪽으로 발이 처져 있고 그 발에는 큰 가채를 얹은 여인의 실루엣이 비쳤습니다.

 

그래, 아이는 무사하더냐?”

, 마님께서 우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도련님의 무예실력이 뛰어났습니다. 용호칠웅 녀석들이 오히려 크게 다쳐 도망을 칠 정도였습니다.”

어디에 사는지는 확인했고?”

읍내 시장 인근에 선행당이란 편액이 걸린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후훗. 발 건너편 여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습니다.

 

덕수,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으니 늘 그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고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목숨을 걸고 도와주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마님.”

 

여인은 바로 신동대의 어머니 박씨 부인이었습니다. 17년 전 품에 안은 아이를 알지 못하는 사내에게 맡기고 관군을 피해 달아났던 그 여인. 박씨 부인은 가까스로 관군의 추격을 따돌리고 오랫동안 신불산 깊은 산속에서 초근목피로 살았습니다.

 

그렇게 목숨을 부지하며 살고 있던 박씨 부인에게 덕수가 나타난 것은 3개월이 지나서였습니다. 덕수는 역적 모함으로 목숨을 잃은 신동대의 아버지 신기철 대감의 호위무사였습니다. 덕수는 관군에 저항하다 마님과 도련님을 보호하라는 대감의 명령에 따라 탈출했지만 사라진 마님과 도련님을 찾지 못하다 그제야 겨우 마님만 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관군의 추격이 끊이지 않은 데다 전국 방방곡곡에 현상금이 걸린 방이 나붙어 한곳에 정착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년간 전국을 떠돌다시피 옮겨다니며 살다 장사를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다시 양산에 와서 신분을 속이고 박씨부인은 연화라는 이름으로 기방을 차린 것이었습니다.

 

박씨 부인이 양산 읍내에 기방을 차린 것은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추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도 한때 좌상의 부인이 기생이 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양산으로 다시 온 것은 혹시 살아있을지 모를 아들 신동대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기방을 차린 지 1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양산을 비롯해 이웃 청도와 대구, 울주까지 덕수를 보내 다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통금시간에 형방과 오지곤이 만난 그 방을 감시하던 덕수가 그 방에서 나오는 두 젊은이를 발견하였습니다. 의외의 인물에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어둠 속 두 젊은이를 유심히 관찰하다 한 청년의 모습이 낯익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쪽 귀가 유난히 큰 젊은이, 그가 바로 그토록 찾아 헤매던 도련님, 신동대였던 것입니다.

 

도련님, 살아계셨군요.’ 덕수는 즉시 박씨 부인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버선발로 대문을 나선 박씨 부인은 멀리서나마 아들의 뒷모습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박씨 부인의 두 볼에는 연방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습니다. ‘신령님, 고맙습니다.’

 

한편, 부상당한 몸으로 한참 후에 월향관에 도착한 용호칠웅 여섯 사내는 오지곤과 형방으로부터 크게 야단을 얻어먹었습니다.

 

너희들이 그러고도 칼을 차고 다니는 무사더냐? 무기도 하나 없는 시정잡배 같은 두 놈을 여섯 명이 당해내지 못하고 이런 머저리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냐?”

 

형방은 노발대발하며 용호칠웅 사내들을 쥐어박고 걷어차고 하였습니다. 여전히 막힌 기혈을 풀지 못한 오지곤 역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분한 마음을 삭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형방이 자신의 부하들을 막대하는 것이 더 기분 나빴습니다.

 

내가 너희들을 믿고 어떻게 일을 도모하겠느냐?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하겠다.”

아니, 형방 나리.”

 

오지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형방은 방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형방이 나간 방에 남은 용호칠웅 무사(?)들은 수선을 떨었습니다. 오지곤의 막힌 혈을 푸는 방법을 몰라 아무렇게나 몸 이곳저곳을 찌르고 두드리고 하느라 자신들의 두목을 거의 초죽음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지곤은 부하들의 등에 업혀 월향관을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남들이 혹시라도 알아볼까 봐 소리없이 자신들의 본거지로 이동했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났습니다. 선행당에 온몸이 근육질로 틀이 잘 잡혀 있는 거구의 사내가 들어섰습니다.

 

여기에 신동대란 놈이 있느냐?”

누구신데 이러시오?”

 

막내가 달려나가 막아서자 거구의 사내는 손등으로 툭 쳤습니다. 그러자 막내는 다섯 걸음이나 뒤로 튕겨나가 구석에 처박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우들이 우르르 몰려가 거구와 대치했습니다.

 

너희들 조무래기들과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여기 신동대란 놈이 있느냐 말이다.”

덩치만 컸지 전혀 못 배워먹은 놈이구만. 남의 귀한 함자에다 함부로 놈 자를 붙이다니 이런 무식한 놈이 무슨 일로 찾아왔나 그래.”

 

신동대는 아우들을 옆으로 물리고 거구의 사내 앞에 딱 버텨 섰습니다. 그렇게 큰 키도 아니고 힘이 셀 것 같지도 않은, 오히려 연약해 보이는 사내가 당돌하게 나오자 거구는 기가 찼습니다.

 

. 네놈이 신동대냐?”

어허, 이놈이 눈앞에 사람을 보고도 소갈머리 없는 말투하고는. 네놈은 이름이라도 있느냐?”

 

거구는 형방으로부터 들었던 정보, 그러니까 무사 일곱 명을 단숨에 해치운 자라는 이야기를 믿고 자신에게 대적할 만한 체구는 갖췄으리라 생각을 했던 것인데 막상 만나고 보니 너무 가소로워 보여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아니, 이런 생기다 만 녀석에게 일곱 명이나 되는 무사들이 맥도 못 췄단 말인가?’ 거구는 거만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내 성함은 알 것 없고! 살모사로 세상에 알려졌으니 모르진 않을 게다.”

살모사? 어느 뒷골목에서 놀던 철부지 이름인지 모르겠고. 그래, 날 만나서 어쩌자는 게냐?”

네놈이 신동대라면 오늘이 제삿날이라, 저승길에 사연은 알고 가야 할 테니 알려주마. 이 동네 형방이 벽천 대감에게 네놈을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벽천 대감은 나에게 큰돈을 주면서 청부를 한 것이다. 이제 사연을 알았으니 죽어도 왜 죽게 되었는지 갑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살모사의 오른손이 신동대의 목을 향해 쏜살같이 뻗었습니다. 신동대는 마치 깃털처럼 밀리며 살모사의 손을 피했습니다. 그렇게 빨라 보이지 않는데 자신의 공격을 여유 있게 피하는 모습을 본 살모사는 당황했습니다.

 

동작이 그렇게 굼뜨고서야 내 옷깃이라도 스칠 수 있겠느냐?”

 

신동대가 부채를 펴서 살짝 부치고는 뒷짐을 졌습니다. 그러자 살모사는 서서히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양손 주먹을 꽉 쥐고는 신동대를 향해 붕붕 휘둘렀습니다. 그때마다 신동대의 신형은 흐트러짐 없이 살짝살짝 피했습니다. 화가 난 살모사가 가구를 들어 공격하려 하자 신동대는 재빨리 선행당 밖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따라나온 살모사는 등에서 칼을 뽑았습니다.




 

몸에 칼집은 내지 않고 저승길로 보내주려 했건만 안 되겠구나.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해다녔겠다. 이 화룡검도 어디 피해보거라.”

 

살모사는 신동대를 향해 검을 열십자로 휘둘렀습니다. 그때마다 신동대는 칼끝의 검기를 피해 부드럽게 피했습니다. 살모사는 공격이 하나도 먹혀들지 않자 쓸데없이 공력만 끌어올려 기를 낭비했습니다. 끝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살모사는 무리한 공격을 시도합니다.

 

에잇! 이 칼을 받아랏!”

 

살모사는 검을 쥔 팔을 앞으로 쭉 뻗어 온몸을 신동대에게 던졌습니다. 신동대는 가볍게 몸을 날려 검을 밟고 올라서서 오른발로 살모사의 얼굴을 그대로 강타했습니다. 검과 함께 열 걸음 넘게 튕겨나가며 나동그라진 살모사는 겨우 비틀거리며 일어섰습니다.

 

주먹만 한 놈이 제법이구나! 이번엔 정말 인정사정없다. 각오해!”

 

살모사는 신동대를 껴안으려고 달려들었습니다. 그의 두 팔에 감기면 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습니다. 신동대는 살모사의 공격에 몸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신동대의 몸이 그대로 살모사의 두 팔에 감겼습니다.

 

이제 넌 죽었다. 크하하하!”

 

! 살모사가 안고 있던 신동대는 간 곳이 없고 대신 작은 짚단이 그의 품에 안겨 있었습니다. 아하하하. 이를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과 선행당 아우들이 배꼽을 잡고 웃어댔습니다. 신동대는 어느새 살모사의 등 뒤에 뽕하고 나타나 그의 엉덩이를 세게 걷어찼습니다.

 

천하를 두려움에 떨게 하던 그 명성이 웃음거리가 되자 살모사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넌 나를 죽이러 왔지만 난 너를 죽이진 않겠다. 다만, 이제 남의 목숨을 파리보다 가볍게 여기는 살수 노릇은 그만두거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겠다면 나에게 무례를 저지른 점은 용서하겠다.”

 

살모사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신동대에게 절을 하였습니다.

 

저를 동생으로 거두어주십시오.”

무슨 소리냐? 나이도 나보다 많은 것 같은데.”

무인들 세계에 나이가 무슨 소용입니까? 절 받아주신다면 형님을 도와 착한 일을 하며 살겠습니다.”

 

그렇게 살모사는 신동대의 부하 겸 동생이 되었고 선행당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살모사는 신동대와 막손으로부터 벽천 대감의 비리에 대해 전해들었습니다. 벽천 대감은 양산관아 형방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각 고을의 각종 이권에 개입해 뇌물을 받고 있는 비리 관료라는 사실을 살모사는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내일 저녁 벽천 대감이 전국에서 거둬들인 뇌물을 왕실에 상납한다는 정보가 있다. 관리들에게서 흘러나온 정보라 거짓은 아닐 것이다. 내일 우린 벽천 대감의 집을 털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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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신동대전()(3)

양산 원동면 선리 영축산 중턱 신동대 굴에 얽힌 전설


(지난줄거리) 3살 때 떠돌이였던 운암도사에게 맡겨진 신동대는 영축산 기슭 바위굴에서 운암과 함께 기거하며 17년 동안 도술과 무예를 익히며 살았습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운암은 신동대에게 하산하라고 합니다. 세상에 나가서 새로운 삶을 살라는 것이지요.


스승과 마지막 대련을 끝으로 하산한 신동대는 양산읍내에서 시정잡배인 막손이패를 만납니다. 막손은 신동대에게서 촌티가 나자 호락호락하게 여겨 가진 것을 빼앗으려 듭니다. 하지만, 신동대는 막손이패를 하나 둘 힘도 들이지 않고 쓰러뜨리자 한꺼번에 협공을 펼칩니다. 그래도 역시 신동대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막손이마저 신동대의 손가락 끝에 맥도 못 추고 나가떨어지자 무릎을 꿇고 자신과 부하들을 거둬달라고 애원합니다.


막손이 일파를 동생으로 거두기로 한 신동대는 그들이 나쁜 짓을 더는 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다 비무대회가 있어 참가하게 되는데 승부조작을 요구하며 돈으로 심판을 매수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신동대는 자신이 벼슬길에 나서는 것보다 정직하고 무예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무대회 준결승에서 만난 이몽란에게 결승진출을 양보합니다.


……………………………………………………………………………………………


“아니, 형님!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상대인데 왜 포기하십니까?”

“저 양반, 앞으로 큰일을 할 사람이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니 너희들은 잔말 말고 따라오느라.”


신동대는 막손과 부하들을 데리고 ‘선행당(善行堂)’으로 돌아왔습니다. 선행당은 신동대가 막손이 패거리가 사용하던 움막 같은 집에 붙인 이름입니다. 앞으로 착한 일을 하면서 살라는 의미를 담은 택호입니다. 신동대가 처음 집 이름이 ‘선행당’이 어떠냐고 제안했을 때 반발이 만만찮았습니다. 유치하다부터 시작해 다른 패거리들에게 무시당하기 좋은 이름이다, 우리 같은 왈패에게 선행이란 말이 어울린다고 보느냐 등등. 하지만, 이런 논란도 신동대의 한마디에 쏙 들어가고 말았다.


“싫은 사람은 떠나라!”


그렇게 해서 정해진 이름이 선행당입니다. 신동대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막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시장의 흐름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사회구조를 파악해나갔습니다. 그 절정에서 현장 목격한 것이 비무대회의 심판매수 사건이었습니다. 관리들의 비리가 가장 정정당당해야 할 비무대회까지 엮여 있으니 다른 이권관계에 있는 사안들에는 오죽하랴 싶었습니다.


“자, 모두 이쪽으로 모여라.”


신동대는 짧게 한마디 하고 손끝으로 ‘딱!’ 소리를 내었습니다. 신동대의 한마디에 막손과 부하들은 순간이동을 한 듯 탁자에 모여앉았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할 일이 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쭉 지켜본바 읍내 상인들을 보호한답시고 형성된 검계(劍契) 용호칠웅(龍虎七雄)과 고을수령 간에 이루어지는 모종의 거래를 파헤쳐봐야겠다. 너희들은 검계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가 관아의 사람과 접촉이 있거든 즉시 내게 알려야 한다.”

“그러면, , 그 현장을 우리가 확 덮쳐서 고, 공을 세우는 건가요? 두목?”


뚱보 막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막손의 알밤이 막내 머리에 떨어졌습니다.


“아야! 왜 때려요? 두목…? 아니, 형님!”

“야, 이 녀석아! 칼도 없고 무공도 일천한 우리가 무슨 수로 용호칠웅을 상대로 싸우겠느냐? 다 우리 도사 형님께서 알아서 하실 게다.”


막손은 은근히 신동대에 대한 불평을 실어 막내를 타박했습니다. 신동대를 형님으로 모신지 벌써 2주째가 되었지만 단 한 번도 도술이나 무예를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용호칠웅, 관군으로 활동하다 각종 비리로 쫓겨나고 나서 저희끼리 조직을 형성하고 수준에 맞지 않은 이름을 스스로 붙인 게 ‘용호칠웅’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자존심이 강해서 남들이 이름 가지고 약간 들먹거리기만 해도 떼로 몰려가 패악질을 해대었습니다. 그래서 상인들이 사실 시정잡배일 뿐이지만 이들 앞에선 입도 벙긋 못하였습니다. 신동대가 보기엔 오합지졸에 불과하지만 막손과 동생들이 그들을 상대할 일도 있겠다 싶어 기본 초식 정도는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알겠다. 너희도 무예를 배워놓으면 써먹을 데가 있겠지. 하지만, 그것을 나쁜 일에 써먹는 즉시 목숨을 내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으면 안 될 것이야.”

“넵! 알겠습니다. 사부님.”


막손이 가장 좋아하였습니다. 다른 동생들도 ‘앗싸!’하며 좋아하였습니다. 신동대는 매일 파루를 치는 오경인 새벽 인시(4)가 되면 동생들을 깨워 산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며칠 간은 자신들도 무예를 닦는다 생각해서인지 힘든 훈련을 잘 극복하는가 싶더니 며칠 되지 않아 도저히 못 하겠다며 엄살을 부렸습니다.


그러나 막손은 신동대가 가르치는 대로 아무리 어려운 훈련이라도 잘 소화해내었습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해 그렇지 막손에게는 무공을 받아들이는 기가 있었습니다. 막손은 매일 하루가 다르게 무공을 익혀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을 둘러보고 있던 막내가 숨을 헐떡거리며 선행당으로 달려왔습니다.


“막손이 형님, 용호칠웅 아이들이 시장에서 난동을 부리고 난리예요.”


‘이 녀석들 또 시작이군!’ 막손은 짧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사실 막손일파와 용호칠웅 간에는 시장 상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서로 일종의 경쟁관계를 형성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쟁관계라고 해도 주먹패인 막손이파는 검을 지니고 다니는 용호칠웅에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신동대가 자리를 비운 터라 막손이 동생들을 데리고 시장으로 달려갔는데 이미 용호칠웅이 온통 들쑤셔놓고 간 뒤였습니다. 상인들의 이야기로는 지금까지 거둬가던 보호비 명목의 회비를 일방적으로 두 배나 올리더니 그 처사가 잘못되었다고 반발하자 이런 난동을 부렸다는 것입니다.


막손은 상인들의 사정을 모두 듣고 돌아와 신동대에게 낱낱이 전했습니다. 신동대는 용호칠웅과 관아 사이에 분명히 뭔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갑자기 용호칠웅이 회비를 두 배나 올린 것은 급하게 돈이 필요했다는 이야기이며, 급히 큰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뭔가 큰 이권이 생겼다는 얘기였습니다.


신동대는 직접 용호칠웅의 뒤를 밟기로 했습니다. 신동대는 그날 밤 막손과 함께 용호칠웅의 본거지 인근에서 잠복을 하였습니다. , , 땡…. 어디선가 인경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통행금지 시각인 해시가 된 것입니다. 그러자 용호칠웅의 근거지인 주택 문이 열리면서 우두머리인 오지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변을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그는 빠른 걸음으로 몸을 움직였습니다.


신동대와 막손은 들키지 않게 멀찌감치 떨어져 미행하였습니다. 오지곤이 들어간 곳은 이미 영업을 끝내고 문을 닫은 읍내 제일 기방인 월향관(月香館)이었습니다. 오지곤이 대문 앞에서 몇 번 헛기침을 하자 대문이 삐걱하고 열렸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나리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용호칠웅의 우두머리 오지곤은 월향관 시중 아이의 안내에 따라 안쪽 기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 돈은 준비했는가?”


이렇게 묻는 사람은 다름 아닌 관아 형방이었습니다. 형방은 관내 폭력사건을 주로 담당하다 보니 자연히 용호칠웅 패거리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된 것이지요. 형방은 문 앞에서 주춤거리며 서 있는 오지곤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말씀하신 것만큼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 상인들이 갑자기 반발을 하는 바람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형방은 노기를 띠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상인들을 다루는 실력이 없고서야 어찌 이번 일을 맡아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 자네를 다시 보아야겠네.”

“어르신, 그 돈은 조만간 해결이 될 것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번 명나라에서 들어오는 밀수품들이 정상 수입된 것으로 처리만 해주신다면 두고두고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좌정하시고 소인의 구체적 계획을 들어보시지요.”


형방은 조만간 큰돈이 생긴다는 기대에 속으로는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심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고는 도포 자락을 뒤로 한 번 홱 쳐올리고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일단 이 돈부터 받으시지요. 선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누가 돈 때문에 이러는가? 일을 진행하다 보면 이리저리 돈이 들어가는 구석이 많긴 하지만, 나야 자네의 수완을 높이 사고 있는 터. 자네가 우리 지역에서 새로운 거상 자리를 꿰차고 시장질서를 바로잡아 준다면 나라를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기에 내가 이렇게 발벗고 나서는 것 아닌가? 으흠.”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도사복을 입은 젊은이와 왈패인 막손이 눈앞에서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도사복을 입은 젊은이는 다름 아닌 신동대였습니다. 형방과 오지곤은 아직 신동대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형방과 오지곤을 향해 막손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통금 시간도 한참 지났고 모두 잠자리에 들 이 야심한 시각에 두 분이서 거금을 주고받으며 무슨 작당 모의를 하시나, 그래?”

“이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용호칠웅 오지곤이 칼을 빼려는 순간, 신동대가 손가락 끝에 도술을 걸어 지풍을 날렸습니다. 그러자 나오려던 검이 다시 철컥하고 들어가서는 오지곤이 아무리 용을 써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신동대는 다시 한 번 형방과 오지곤에게 지풍을 날려 혈을 눌렀습니다. 두 사람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막손이 더 의기양양해하여 뺀질뺀질한 목소리로 약을 올렸습니다.


“안전은 강아지뿔! 안전 좋아하고 있네. 이제 너희들 불안전이야. 다 죽었어. 너희들 밀수한다는 거 다 들었거든. 이분이 누구냐면, 신동대 도사님이시다. 너희들을 혼내주러 온!”

“원, 원하는 게 무엇이오?”

“우리가 원하는 건 바로 이런 짓거리를 한 놈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관리들의 비리 때문에 백성은 힘들어하는데, 이런 식으로 비열한 짓을 한 자들이 부자가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지.”


신동대는 형방을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일갈했습니다. 읍내 최고 고수라는 오지곤도 신동대의 술법에 꼼짝하지 못하자 형방은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꿇어앉았습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딱 한 번 눈감아주시면 반드시 청렴한 관리가 되겠습니다.”

“좋아, 일단 믿어주지. 내일 밀수품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고 제대로 하지 않을 시 이 돈과 밀수품들은 그 이튿날 백성들 앞에 공개될 것이다.”


신동대와 막손은 그들을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월향관에서 선행당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야 합니다. 신동대와 막손이 언덕 초입에 들어섰을 때 주변에서 인기척이 일었습니다.


“형님, 누군가 매복해 있는 것 같습니다. 살기가 흐르는 것으로 보아 한두 놈이 아닙니다.”

“하하. 막손이 너 많이 늘었구나. 벌써 그런 기를 터득하다니. 걱정 마라. 모두 형편없는 무예를 지닌 자들이다. 용호칭웅 애들 다시는 그런 짓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형방과 오지곤을 봐준 거야. 죄가 더 커진 만큼 이젠 용서를 구하기도 어렵게 되었으니까.”


언덕 위, 개활지로 나서자 복면을 쓴 여섯 명이 칼을 빼어 들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막손은


“꼼짝 마라. 너희 두 놈, 오늘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인명은 재천! 너희들이 원한다고 모두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상대를 죽이려고 들이댄 놈들이 비겁하게 복면이 뭐냐? 용호칠웅 중 오지곤을 뺀 나머지 떨거지인 줄 알고 있으니 답답하게 베쪼가리 뒤집어쓰고 있지 말고 냉큼 벗거라.”


복면 무리는 내심 깜짝 놀라며 서로 눈치를 살폈습니다. 어떻게 알았지? 하는 거겠지요. 그러다 그 중 한 명이 복면을 벗으며 한 발 나섰습니다.


“용케도 우리가 누군지 알았구나. 그렇다면, 더욱더 살려둘 수 없는 목숨이다. 바로 저승사자를 만나게 해주마. 애들아, 쳐라!”


용호칠웅의 여섯 사내가 일제히 신동대와 막손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습니다. 사대들의 손에 든 검이 달빛에 번쩍이며 거침없이 다가오자 막손은 바짝 긴장했습니다.


“긴장할 것 없다. 녀석들의 움직임만 잘 관찰하거라. 그러면 검의 흐름을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검을 한 번 피하고 나면 바로 근접 공격을 해야 할 것이다. 두 놈은 니가 맡을 수 있겠지?”

“예, 형님. 두 놈이야 식은 죽먹기죠.”


막손은 신동대가 시키는 대로 검의 일초식을 피하고 즉시 상대에게 몸을 바짝 붙여 주먹을 날렸습니다. 상대도 예상치 못한 공격이라 막손의 일격에 그만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습니다.


“크윽. 동네 불량배 정도인 줄만 알았더니 제법 무공을 쓸 줄 아는구나.”

“이 정도를 무공이라 하는 걸 보니 니놈 실력을 알겠다. 퍼뜩 일어나서 한 번 더 덤벼봐!”


막손은 더욱 큰소리쳤습니다. 막손과 등을 지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동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그려졌습니다. 그때 용호칠웅 여섯 명의 공격이 일시에 이루어졌습니다. 막손은 신동대가 가르쳐준 대로 신형을 유지하며 공격을 펼쳤고 신동대 역시 쏟아지는 검 끝을 손에 쥐고 있던 부채로 탁탁 쳐내며 공격을 막았습니다. 신동대의 부채방어술은 단지 방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격해오던 칼끝이 부채에 튕기면서 사내들의 몸까지 멀리 튕겨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용호칠웅 여섯 사내가 몇 번을 공격해보아도 신동대와 막손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외상과 함께 내상도 상당히 입은 터라 더는 공격을 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물러섰습니다.


“두고 보자. 선행당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두고 보자는 놈치고 겁쟁이 아닌 놈 없다지! 아이놈들아, 겁먹은 똥개처럼 꼬리를 빼지 말고 어디 다시 한 번 덤벼봐! 하하하.”


막손이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쯤에 용호칠웅 패거리는 벌써 막손의 목소리가 들릴락말락 한 거리만큼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신동대와 막손은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때 숲속에서 신동대와 막손의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다음 주 4편으로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신동대전()(1)

(전설텔링)신동대전()(2)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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