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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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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01 (전설텔링)신동대전(傳)(3)
  2. 2014.06.18 (전설텔링)신동대전(傳)(2)
  3. 2014.06.11 (전설텔링)신동대전(傳)(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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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신동대전()(3)

양산 원동면 선리 영축산 중턱 신동대 굴에 얽힌 전설


(지난줄거리) 3살 때 떠돌이였던 운암도사에게 맡겨진 신동대는 영축산 기슭 바위굴에서 운암과 함께 기거하며 17년 동안 도술과 무예를 익히며 살았습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운암은 신동대에게 하산하라고 합니다. 세상에 나가서 새로운 삶을 살라는 것이지요.


스승과 마지막 대련을 끝으로 하산한 신동대는 양산읍내에서 시정잡배인 막손이패를 만납니다. 막손은 신동대에게서 촌티가 나자 호락호락하게 여겨 가진 것을 빼앗으려 듭니다. 하지만, 신동대는 막손이패를 하나 둘 힘도 들이지 않고 쓰러뜨리자 한꺼번에 협공을 펼칩니다. 그래도 역시 신동대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막손이마저 신동대의 손가락 끝에 맥도 못 추고 나가떨어지자 무릎을 꿇고 자신과 부하들을 거둬달라고 애원합니다.


막손이 일파를 동생으로 거두기로 한 신동대는 그들이 나쁜 짓을 더는 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다 비무대회가 있어 참가하게 되는데 승부조작을 요구하며 돈으로 심판을 매수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신동대는 자신이 벼슬길에 나서는 것보다 정직하고 무예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무대회 준결승에서 만난 이몽란에게 결승진출을 양보합니다.


……………………………………………………………………………………………


“아니, 형님!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상대인데 왜 포기하십니까?”

“저 양반, 앞으로 큰일을 할 사람이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니 너희들은 잔말 말고 따라오느라.”


신동대는 막손과 부하들을 데리고 ‘선행당(善行堂)’으로 돌아왔습니다. 선행당은 신동대가 막손이 패거리가 사용하던 움막 같은 집에 붙인 이름입니다. 앞으로 착한 일을 하면서 살라는 의미를 담은 택호입니다. 신동대가 처음 집 이름이 ‘선행당’이 어떠냐고 제안했을 때 반발이 만만찮았습니다. 유치하다부터 시작해 다른 패거리들에게 무시당하기 좋은 이름이다, 우리 같은 왈패에게 선행이란 말이 어울린다고 보느냐 등등. 하지만, 이런 논란도 신동대의 한마디에 쏙 들어가고 말았다.


“싫은 사람은 떠나라!”


그렇게 해서 정해진 이름이 선행당입니다. 신동대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막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시장의 흐름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사회구조를 파악해나갔습니다. 그 절정에서 현장 목격한 것이 비무대회의 심판매수 사건이었습니다. 관리들의 비리가 가장 정정당당해야 할 비무대회까지 엮여 있으니 다른 이권관계에 있는 사안들에는 오죽하랴 싶었습니다.


“자, 모두 이쪽으로 모여라.”


신동대는 짧게 한마디 하고 손끝으로 ‘딱!’ 소리를 내었습니다. 신동대의 한마디에 막손과 부하들은 순간이동을 한 듯 탁자에 모여앉았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할 일이 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쭉 지켜본바 읍내 상인들을 보호한답시고 형성된 검계(劍契) 용호칠웅(龍虎七雄)과 고을수령 간에 이루어지는 모종의 거래를 파헤쳐봐야겠다. 너희들은 검계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가 관아의 사람과 접촉이 있거든 즉시 내게 알려야 한다.”

“그러면, , 그 현장을 우리가 확 덮쳐서 고, 공을 세우는 건가요? 두목?”


뚱보 막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막손의 알밤이 막내 머리에 떨어졌습니다.


“아야! 왜 때려요? 두목…? 아니, 형님!”

“야, 이 녀석아! 칼도 없고 무공도 일천한 우리가 무슨 수로 용호칠웅을 상대로 싸우겠느냐? 다 우리 도사 형님께서 알아서 하실 게다.”


막손은 은근히 신동대에 대한 불평을 실어 막내를 타박했습니다. 신동대를 형님으로 모신지 벌써 2주째가 되었지만 단 한 번도 도술이나 무예를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용호칠웅, 관군으로 활동하다 각종 비리로 쫓겨나고 나서 저희끼리 조직을 형성하고 수준에 맞지 않은 이름을 스스로 붙인 게 ‘용호칠웅’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자존심이 강해서 남들이 이름 가지고 약간 들먹거리기만 해도 떼로 몰려가 패악질을 해대었습니다. 그래서 상인들이 사실 시정잡배일 뿐이지만 이들 앞에선 입도 벙긋 못하였습니다. 신동대가 보기엔 오합지졸에 불과하지만 막손과 동생들이 그들을 상대할 일도 있겠다 싶어 기본 초식 정도는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알겠다. 너희도 무예를 배워놓으면 써먹을 데가 있겠지. 하지만, 그것을 나쁜 일에 써먹는 즉시 목숨을 내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으면 안 될 것이야.”

“넵! 알겠습니다. 사부님.”


막손이 가장 좋아하였습니다. 다른 동생들도 ‘앗싸!’하며 좋아하였습니다. 신동대는 매일 파루를 치는 오경인 새벽 인시(4)가 되면 동생들을 깨워 산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며칠 간은 자신들도 무예를 닦는다 생각해서인지 힘든 훈련을 잘 극복하는가 싶더니 며칠 되지 않아 도저히 못 하겠다며 엄살을 부렸습니다.


그러나 막손은 신동대가 가르치는 대로 아무리 어려운 훈련이라도 잘 소화해내었습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해 그렇지 막손에게는 무공을 받아들이는 기가 있었습니다. 막손은 매일 하루가 다르게 무공을 익혀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을 둘러보고 있던 막내가 숨을 헐떡거리며 선행당으로 달려왔습니다.


“막손이 형님, 용호칠웅 아이들이 시장에서 난동을 부리고 난리예요.”


‘이 녀석들 또 시작이군!’ 막손은 짧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사실 막손일파와 용호칠웅 간에는 시장 상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서로 일종의 경쟁관계를 형성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쟁관계라고 해도 주먹패인 막손이파는 검을 지니고 다니는 용호칠웅에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신동대가 자리를 비운 터라 막손이 동생들을 데리고 시장으로 달려갔는데 이미 용호칠웅이 온통 들쑤셔놓고 간 뒤였습니다. 상인들의 이야기로는 지금까지 거둬가던 보호비 명목의 회비를 일방적으로 두 배나 올리더니 그 처사가 잘못되었다고 반발하자 이런 난동을 부렸다는 것입니다.


막손은 상인들의 사정을 모두 듣고 돌아와 신동대에게 낱낱이 전했습니다. 신동대는 용호칠웅과 관아 사이에 분명히 뭔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갑자기 용호칠웅이 회비를 두 배나 올린 것은 급하게 돈이 필요했다는 이야기이며, 급히 큰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뭔가 큰 이권이 생겼다는 얘기였습니다.


신동대는 직접 용호칠웅의 뒤를 밟기로 했습니다. 신동대는 그날 밤 막손과 함께 용호칠웅의 본거지 인근에서 잠복을 하였습니다. , , 땡…. 어디선가 인경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통행금지 시각인 해시가 된 것입니다. 그러자 용호칠웅의 근거지인 주택 문이 열리면서 우두머리인 오지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변을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그는 빠른 걸음으로 몸을 움직였습니다.


신동대와 막손은 들키지 않게 멀찌감치 떨어져 미행하였습니다. 오지곤이 들어간 곳은 이미 영업을 끝내고 문을 닫은 읍내 제일 기방인 월향관(月香館)이었습니다. 오지곤이 대문 앞에서 몇 번 헛기침을 하자 대문이 삐걱하고 열렸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나리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용호칠웅의 우두머리 오지곤은 월향관 시중 아이의 안내에 따라 안쪽 기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 돈은 준비했는가?”


이렇게 묻는 사람은 다름 아닌 관아 형방이었습니다. 형방은 관내 폭력사건을 주로 담당하다 보니 자연히 용호칠웅 패거리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된 것이지요. 형방은 문 앞에서 주춤거리며 서 있는 오지곤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말씀하신 것만큼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 상인들이 갑자기 반발을 하는 바람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형방은 노기를 띠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상인들을 다루는 실력이 없고서야 어찌 이번 일을 맡아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 자네를 다시 보아야겠네.”

“어르신, 그 돈은 조만간 해결이 될 것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번 명나라에서 들어오는 밀수품들이 정상 수입된 것으로 처리만 해주신다면 두고두고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좌정하시고 소인의 구체적 계획을 들어보시지요.”


형방은 조만간 큰돈이 생긴다는 기대에 속으로는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심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고는 도포 자락을 뒤로 한 번 홱 쳐올리고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일단 이 돈부터 받으시지요. 선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누가 돈 때문에 이러는가? 일을 진행하다 보면 이리저리 돈이 들어가는 구석이 많긴 하지만, 나야 자네의 수완을 높이 사고 있는 터. 자네가 우리 지역에서 새로운 거상 자리를 꿰차고 시장질서를 바로잡아 준다면 나라를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기에 내가 이렇게 발벗고 나서는 것 아닌가? 으흠.”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도사복을 입은 젊은이와 왈패인 막손이 눈앞에서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도사복을 입은 젊은이는 다름 아닌 신동대였습니다. 형방과 오지곤은 아직 신동대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형방과 오지곤을 향해 막손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통금 시간도 한참 지났고 모두 잠자리에 들 이 야심한 시각에 두 분이서 거금을 주고받으며 무슨 작당 모의를 하시나, 그래?”

“이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용호칠웅 오지곤이 칼을 빼려는 순간, 신동대가 손가락 끝에 도술을 걸어 지풍을 날렸습니다. 그러자 나오려던 검이 다시 철컥하고 들어가서는 오지곤이 아무리 용을 써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신동대는 다시 한 번 형방과 오지곤에게 지풍을 날려 혈을 눌렀습니다. 두 사람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막손이 더 의기양양해하여 뺀질뺀질한 목소리로 약을 올렸습니다.


“안전은 강아지뿔! 안전 좋아하고 있네. 이제 너희들 불안전이야. 다 죽었어. 너희들 밀수한다는 거 다 들었거든. 이분이 누구냐면, 신동대 도사님이시다. 너희들을 혼내주러 온!”

“원, 원하는 게 무엇이오?”

“우리가 원하는 건 바로 이런 짓거리를 한 놈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관리들의 비리 때문에 백성은 힘들어하는데, 이런 식으로 비열한 짓을 한 자들이 부자가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지.”


신동대는 형방을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일갈했습니다. 읍내 최고 고수라는 오지곤도 신동대의 술법에 꼼짝하지 못하자 형방은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꿇어앉았습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딱 한 번 눈감아주시면 반드시 청렴한 관리가 되겠습니다.”

“좋아, 일단 믿어주지. 내일 밀수품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고 제대로 하지 않을 시 이 돈과 밀수품들은 그 이튿날 백성들 앞에 공개될 것이다.”


신동대와 막손은 그들을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월향관에서 선행당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야 합니다. 신동대와 막손이 언덕 초입에 들어섰을 때 주변에서 인기척이 일었습니다.


“형님, 누군가 매복해 있는 것 같습니다. 살기가 흐르는 것으로 보아 한두 놈이 아닙니다.”

“하하. 막손이 너 많이 늘었구나. 벌써 그런 기를 터득하다니. 걱정 마라. 모두 형편없는 무예를 지닌 자들이다. 용호칭웅 애들 다시는 그런 짓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형방과 오지곤을 봐준 거야. 죄가 더 커진 만큼 이젠 용서를 구하기도 어렵게 되었으니까.”


언덕 위, 개활지로 나서자 복면을 쓴 여섯 명이 칼을 빼어 들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막손은


“꼼짝 마라. 너희 두 놈, 오늘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인명은 재천! 너희들이 원한다고 모두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상대를 죽이려고 들이댄 놈들이 비겁하게 복면이 뭐냐? 용호칠웅 중 오지곤을 뺀 나머지 떨거지인 줄 알고 있으니 답답하게 베쪼가리 뒤집어쓰고 있지 말고 냉큼 벗거라.”


복면 무리는 내심 깜짝 놀라며 서로 눈치를 살폈습니다. 어떻게 알았지? 하는 거겠지요. 그러다 그 중 한 명이 복면을 벗으며 한 발 나섰습니다.


“용케도 우리가 누군지 알았구나. 그렇다면, 더욱더 살려둘 수 없는 목숨이다. 바로 저승사자를 만나게 해주마. 애들아, 쳐라!”


용호칠웅의 여섯 사내가 일제히 신동대와 막손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습니다. 사대들의 손에 든 검이 달빛에 번쩍이며 거침없이 다가오자 막손은 바짝 긴장했습니다.


“긴장할 것 없다. 녀석들의 움직임만 잘 관찰하거라. 그러면 검의 흐름을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검을 한 번 피하고 나면 바로 근접 공격을 해야 할 것이다. 두 놈은 니가 맡을 수 있겠지?”

“예, 형님. 두 놈이야 식은 죽먹기죠.”


막손은 신동대가 시키는 대로 검의 일초식을 피하고 즉시 상대에게 몸을 바짝 붙여 주먹을 날렸습니다. 상대도 예상치 못한 공격이라 막손의 일격에 그만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습니다.


“크윽. 동네 불량배 정도인 줄만 알았더니 제법 무공을 쓸 줄 아는구나.”

“이 정도를 무공이라 하는 걸 보니 니놈 실력을 알겠다. 퍼뜩 일어나서 한 번 더 덤벼봐!”


막손은 더욱 큰소리쳤습니다. 막손과 등을 지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동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그려졌습니다. 그때 용호칠웅 여섯 명의 공격이 일시에 이루어졌습니다. 막손은 신동대가 가르쳐준 대로 신형을 유지하며 공격을 펼쳤고 신동대 역시 쏟아지는 검 끝을 손에 쥐고 있던 부채로 탁탁 쳐내며 공격을 막았습니다. 신동대의 부채방어술은 단지 방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격해오던 칼끝이 부채에 튕기면서 사내들의 몸까지 멀리 튕겨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용호칠웅 여섯 사내가 몇 번을 공격해보아도 신동대와 막손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외상과 함께 내상도 상당히 입은 터라 더는 공격을 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물러섰습니다.


“두고 보자. 선행당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두고 보자는 놈치고 겁쟁이 아닌 놈 없다지! 아이놈들아, 겁먹은 똥개처럼 꼬리를 빼지 말고 어디 다시 한 번 덤벼봐! 하하하.”


막손이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쯤에 용호칠웅 패거리는 벌써 막손의 목소리가 들릴락말락 한 거리만큼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신동대와 막손은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때 숲속에서 신동대와 막손의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다음 주 4편으로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신동대전()(1)

(전설텔링)신동대전()(2)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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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줄거리) 조선 임진란이 일어나기 수년 전. 양산 영축산 운암도사에게서 도술을 익히며 생활하던 신동대는 나이가 스무 살에 이르자 스승으로부터 하산하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스승은 신동대를 옆에 앉히고 과거를 회상합니다. 신동대는 17년 전 무예 강자를 하나 둘 꺾으며 전국을 떠돌던 운암도사에게 맡기었습니다. 관군에게 쫓기던 어떤 여인이 아이의 목숨만이라도 살리고자 운암에게 떠맡기다시피 했던 거지요.


당시 운암도사는 무예 강자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강자를 만나면 대련을 펼쳐 하나 둘 쓰러뜨려 나갔습니다. 청도를 거쳐 양산으로 가던 중 얼떨결에 아이를 맡게 되었던 것입니다. 운암도사는 이미 전국 제일 무예가로 군림하다시피 했던 터라 아이를 맡은 그 자리에서 아이에게 무술과 도술을 가르치며 남은 생을 조용히 살고자 마음을 먹습니다. 언제가 아이의 어머니가 다시 찾아오길 바라면서 말이죠.


신동대는 자신의 아비가 누군지 어미가 누군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스승과 떨어져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하는 것에 조금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신동대가 양산읍내 시장에 들렀을 때 남루한 옷차림에 딱 봐도 시골뜨기 모양새라 동네 왈패들이 돈을 뜯어낼 심산으로 접근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신동대에게 오히려 당하기만 하자 이번엔 여럿이 한꺼번에 공격을 합니다.


……………………………………………………………………………………


여섯 명. 모두 일제히 신동대 쪽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펑!”


순간적으로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그와 함께 사내들은 머리와 어깨가 서로 부딪히며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에구구…. 어깨가 빠개지는 것 같애.”

“그런데 이 녀석 어디로 갔지?”


공격을 지시하고 옆에서 지켜보던 우두머리도 신동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아했습니다. 분명히 머리와 어깨가 부딪히는 순간까지만 해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는데 말입니다. 우두머리가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거리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수하들의 공격을 받은 그 촌뜨기가 바로 자신의 옆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크!”


우두머리는 주춤 물러났습니다.


“야, 이놈들아! 그 정도 실력으로 내 상대가 될 상 싶으냐? 어찌 팔다리 하나씩 분질러 줄까?”


쓰러져 있던 수하들이 겁을 먹은 듯 쭈뼛거리며 우두머리 뒤로 몸을 피했습니다. 우두머리는 수하들이 한심한 듯 쳐다보다가 신동대를 향해 더듬거리며 큰소리를 쳤습니다.


“이, 이놈,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겁도 없이 덤비느냐?”

“어허, 이놈 보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가 덤볐다고? 그래 내가 본격적으로 한번 덤벼볼까? 그러면 너희 모두 목숨을 내어놓아야 할걸.”


우두머리는 부하들 앞이라 큰소리는 쳤지만 은근히 겁이 났습니다. 상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하들 앞에서 겁쟁이처럼 꼬리를 내릴 수는 없는 체면. 우두머리는 두 주먹을 쥐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서는 공격을 하였습니다. 자신도 이 바닥에선 당할 자가 없을 정도로 제법 무공이 높은 편인데 이 촌뜨기는 아무리 공격을 해도 먹혀들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두머리는 제풀에 지쳤습니다.


“그것도 무술이라고 내게 명함을 내민 것이냐? 무술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신동대는 검지로 우두머리의 이마를 살짝 밀었습니다. 그러자 우두머리는 몸이 키 높이로 붕 떠오르더니 다섯 걸음 뒤로 나가떨어지는 것입니다. 우두머리는 벌떡 다시 일어섰지만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는 힘없이 신동대에게 걸어왔습니다.


“이렇게 무공이 뛰어나신 분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무례하게 대한 점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두머리가 그렇게 고개를 숙이자 나머지 사내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허, 짜슥들! 괜히 시간만 낭비했잖아.”


그러고는 되돌아서려는데, 우두머리가 신동대의 바짓자락을 잡았습니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저희들을 거두어주십시오. 제 이름은 막손이라 합니다.”

“어라! 네놈들이 지금 나보고 시정잡배가 돼라? 이말이렷다?”

“아닙니다. 형님께서 거두어만 주시면 개과천선하여 남을 해치는 짓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저희들을 거두어주십시오.”

“일 없다.”


막손은 냉정하게 뿌리치고 돌아서는 신동대의 바짓가랑이를 더욱 세게 붙잡았습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놔라! 옷 찢어진다. 갈아입을 옷도 없다 말이다.”

“저희를 받아주시기 전엔 절대 놓을 수가 없습니다.”


막손 패거리들이 워낙 집요하게 간청을 하자 신동대는 하는 수 없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귀찮다고 물리치는 것보다 오히려 수하로 거둬들이는 것이 이들로 하여금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신동대는 막손에게 읍내 여러 정황을 물었습니다. 여러 이야기 중에 신동대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며칠 후 무술인들의 실력을 겨루는 비무대회가 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면 당분간의 생활비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과가 없는 기간이어도 관리의 눈에 들어 무인으로서 최하위 관리인 별장 자리라도 얻을 거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비무대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습니다. 신동대는 막손과 수하들을 데리고 비무대회 장소로 갔습니다. 각지에서 온 무예가들이 시합에 나가기 위해 줄을 서서 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신동대는 참가자 면면을 살펴보았습니다. 몸에서 발산하는 기를 보아하니 하나같이 무공이 일천한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신동대는 이번 비무대회 우승은 권법이든 검법이든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의 상대들이라면 자신이 지닌 무공의 1%만 발휘해도 2초식을 넘기지 않고 모두 나가떨어지게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자, 지금부터 비무대회를 시작하겠다.”


상급 관리가 비무를 펼칠 무대 위에 올라서서 대회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러자 참가자들과 구경꾼들이 일제히 와 하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이번 비무대회는 무기를 들지 않고 싸우는 맨손대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신동대는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막손과 함께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의 주머니를 터는 전대치기 아이들도 눈에 띄었고 누가 이길 것인가로 도박을 벌이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신동대는 막손을 불렀습니다.


“예, 형님.”

“저 녀석들, 저 짓 하지 못하게 해라.”

“예…….”


막손은 지금까지 전대치기와 도박을 부추기며 그들에게 돈을 뜯어내곤 했는데 신동대를 형님으로 모신 이후론 오히려 그들을 말려야 하는 입장이 된 것에 난처했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모시겠다고 한 분의 명이니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막손은 부하들에게 바로 지시했습니다.


시합이 벌어지고 있는 무대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동안 한쪽 구석에서 심판관과 비무대회 참가자 몇몇이 웅성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뭔가 나쁜 거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그들이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신동대는 막손에게 잠시 지켜보라고 이르고 담벼락 뒤로 돌아갔습니다.


“수리수리!”


주문과 함께 신동대는 참새로 변했습니다. 심판관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 인근 초가의 처마 끝에 앉았습니다.


“나리, 이거 얼마 안 됩니다만 넣어두십시오.”

“어허, 왜 이러나? 이러면 안 된대두.”


심판관은 혹시 보는 사람이 없나, 잠시 두리번거렸습니다.


“이번 대회에 3등 안에만 들게 잘 부탁합니다. 일이 잘 풀려 제가 군관이 되면 그때 또 섭섭하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알겠소. 어쨌든 당신이 쓰러지면 그땐 나도 어찌 손 쓸 도리가 없음을 잘 기억하시오.”


이들의 모습에 신동대는 기가 막혔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경기가 되도록 이끌고 판정을 해야 하는 심판관이 뒤로는 특정인에게서 뇌물을 받고 잘 봐주겠노라고 약속하는 꼴이라니. 정정당당하게 시합을 펼쳐 능력이 있는 자가 실력을 인정받는 대회가 되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동대는 이번 대회에서 무술인 다운 사람이 우승할 수 있게 하고 못된 사람은 탈락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온 신동대는 막손과 함께 무대 가까이 자리를 옮겼습니다. 몇몇 대련아 끝났습니다. 어느새 신동대의 차례가 왔습니다. 상대는 좀 전에 보았던 그 뇌물남이었습니다. ‘옳지, 너 운도 되게 없구나!’ 신동대는 입가에 살짝 웃음기를 흘렸습니다.


“뭐야? 기분 나쁘게. ! 오늘이 제삿날임을 각오하거라. 이 마관충님의 주먹 한 방이면 바로 의원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입으로 시합하냐? 그만, 됐고. 덤벼!”


와하하하. 구경꾼들이 일제히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마관충의 인상이 일그러졌습니다. 점점 얼굴이 붉어지더니 신동대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동대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마관충의 정권이 날아오면 손가락으로 살짝 튕겨냈습니다.


“우욱!”


마관충은 주먹을 사타구니 사이에 넣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아니, 저 녀석이 어찌했기에 주먹이 이렇게 아픈 거야?’ 마관충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격할 때 녀석의 손가락만 살짝 스쳤는데 이렇게 통증이 심하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마관충은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신동대를 공격했습니다. 이번엔 발공격. 신동대는 빙글빙글 돌면서 검지로 상대의 발바닥을 톡 쳤습니다. 또 무대 한쪽 끝으로 나가떨어집니다.


“어이쿠!”


마관충은 심판에게 뇌물을 준 것도 있어서 어쨌든 쓰러지지 않고 버티기만 한다면 심판관이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공격을 하지 않고 방어자세를 취했습니다.


“겁을 먹었군.”


신동대가 비웃듯 말했습니다. 그러자 마관충이 궁색하게 항변을 했습니다.


“무슨 소리냐? 이것도 권법의 하나다. 너의 공격을 유도해 반격으로 상대를 눕히는 것이지.”

“그럼, 나의 발 공격을 한 번 막아보거라. 무영각!”


신동대는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선 마관충을 넘어 착지했습니다. 마관충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앞으로 꼬꾸라졌습니다. 구경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신동대는 단지 마관충의 키를 넘은 것뿐이었지요. 다만, 그 순간 따다닥 하는 소리만 들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상당한 실력자로 알려진 마관충이 처음으로 비무대회 출전한 사내에게 당해 맥도 못 추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어리벙벙했습니다.


신동대는 마관충을 시작으로 성정이 포악하거나 술수가 비열한 자들은 도술을 부려 시합에서 패배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신동대를 비롯한 4명이 무대에 남았습니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무대에 오른 4명은 서로 격려하며 선의의 경쟁을 위해 예를 표했습니다. 먼저 신동대와 청도에서 왔다는 이운룡이 대련을 펼쳤습니다. 몇 번 손과 발을 이용해 초식을 펼친 후 신동대는 상대의 실력과 자질이 무관으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함을 읽었습니다.


“이 주먹 한 번 받아보시오!”


이운룡은 변화무쌍하게 몸을 움직이며 신동대를 향해 정권을 날렸습니다. 신동대가 몸을 돌려 주먹공격을 피하자 연속 동작으로 발공격을 이어나갔습니다. 신동대는 이때다 싶었습니다.


“으앗!”


신동대는 겁을 먹은 표정을 짓고 무대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이운룡도 신동대의 갑작스런 행동에 의외라는 듯이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신동대는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내 여럿을 상대하며 가볍게 물리치고 준결승전까지 올라왔으나 이형의 무예에는 상대하기 벅차군요. 손과 발의 움직임이 정말 대단하오. 괜히 전력을 다해 싸웠다가 크게 몸을 다칠까 두렵소. 하하하!”


함께 시합을 한 이운룡보다 더 놀란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막손이가 신동대 곁으로 다가갔습니다.(다음 주에 3편이 계속됩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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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양산문화원에서 발행한 ‘양산고을 옛이야기’에서 신동대 굴에 대한 전설을 기록하면서 그 위치가 신불산 중턱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성지도를 살펴보면 신불산이라기보다 오히려 통도사에 가까운 영축산 줄기에 굴이 있습니다.


이 굴에 가려면 통도사 서축암을 거쳐 서쪽으로 산 능선을 따라 올라가 시살등에서 서북방향으로 30분 정도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됩니다. 또 반대 방향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원동면 통도골을 따라 올라가다 산골이야기라는 펜션 맞은편 등산로를 따라 1시간 정도 올라가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신동대 굴은 천연석굴입니다. 전설에 나타난 것처럼 신동대라는 사람이 실존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동대가 홍길동이나 전우치처럼 신묘한 인물로 묘사된 것으로 보아 이 전설은 당시 임진왜란을 겪은 백성들의 갑갑한 심리를 드러낸 이야기인 듯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신동대는 이 굴에서 도술을 터득해 자신의 신통력을 나쁜 쪽으로 씁니다. 서울에 있는 궁궐에 침입해 궁녀들을 욕보이기도 하지요. 신동대는 워낙 신출귀몰해서 자신을 잡으러 오는 나졸들을 피해 축지법을 써서 순식간에 중국으로 도망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한 노파를 만나는데 그가 자신보다 한 수 위임을 알게 되면서 겸손해졌고, 그래서 자신의 도술을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무찌르는 등 의미 있게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노파가 일러준 금기, 즉 장터에서 만난 노파와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충고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죽게 되지요. 신동대 전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신동대가 죽은 후 그가 살던 굴에는 어떤 노파가 와서 살게 되는데 굴속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하얀 쌀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굶주리던 상황이라 노파는 그것으로 밥을 해먹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심이 생겨 그 구멍을 헤집어 크게 하였더니 쌀 대신 물이 흘러나왔답니다. 그래서 결국 그 노파는 굶어 죽게 되었는데, 이 얘기가 신동대 전설에 이어진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신동대 이야기와 쌀이 나오는 구멍, 이 두 이야기가 어느 시점에 섞여버린 듯합니다. 참고로 쌀이 나오는 바위 구멍 이야기는 전국에 산재해 있지요.


처음 이 전설을 접했을 때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신통한 도술로 왜군을 무찌르는 그림을 그리면 참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홍길동과 전우치, 박씨부인의 도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궁궐에 침입하여 궁녀를 희롱했다가 잡히지 않으려고 축지법을 쓴 것 말고는 구체적 액션이 없던 신동대, 어떤 모습으로 다시 스토리를 얻게 되는지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야기 중에 나오는 실존인물들의 모든 행적은 허구일 뿐이라는 거, 아시죠?


………………………………………………………………………


“펑!”


‘이크’. 신동대는 간발의 차로 운암도사의 장풍을 피했습니다. 도사의 장풍을 맞은 바위는 쩍하고 반으로 갈라졌습니다. 신동대는 후다닥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큰 바위 위로 올라갔습니다.


“할아버지! 무슨 장풍이 이렇게 약하대요? 입김 부시는 줄 알았어요!”

“뭐야? 이놈이. 내가 제대로 장풍을 보내면 니 배에 구멍이 날 텐데 어찌 힘대로 하겠느냐? 봐주면서 하는 걸 고마워하거라.”

“에이~. 안 그런 것 같은데요. 이제 저한테 못 이기니까 마구 공격을 펼치시는 것 같은데요?”

“아니래두! 이 녀석이. 그럼 지금부터 제대로 공격을 할 테니까 다치고 나서 후회하지는 말거라.”


운암도사는 바위를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그리고는 지팡이 끝에 기를 모아 신동대를 공격했습니다. 신동대는 도사의 지팡이 끝이 눈앞에 다다랐을 때 도술을 부려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도사는 예상했다는 듯이 지팡이를 거꾸로 돌려 잡고 뒤쪽으로 휘둘렀습니다. “우앗!” 도사의 등에 뿅하고 나타나던 신동대는 갑작스런 스승의 공격에 그만 휘청했습니다. 지팡이에 맞지는 않았지만 중심을 잃고 바위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에구구구!”


신동대가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나자 바위 위에 서 있던 운암도사가 낄낄 웃었습니다.


“야, 이 녀석아! 내가 뭐랬냐? 넌 아직 나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어.”


도사는 도술을 써서 바위 아래로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신동대는 머리를 긁적이며 장난스레 웃었습니다.


“헤헤헤, 그래도 스승님 지팡이 공격은 피했잖아요. 제가 스승님을 이기면 스승님께서 괴로우실 거 아녜요. 제가 져 드린 겁니다.”

“이 녀석이 끝까지 자기가 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구나.”

“아, 배고파! 스승님 저녁엔 뭐 드시고 싶으세요? 꿩 한 마리 잡아서 구울까요?”

“됐다. 이 녀석아! 허허허허….”


밤이 되었습니다. 까만 하늘엔 하얀 별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박혀 있었습니다. 스승과 제자는 말없이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별똥별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스승님, 별똥별이 떨어지면 누군가 하늘나라로 가는 거라면서요?”

“…….”


운암도사는 한동안 대답 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신동대의 손을 잡았습니다.


“동대야, 이제 하산할 때가 된 것 같구나. 올해 너의 나이가 스물이니 세상에 나가 벼슬도 하고 가정도 꾸려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해라.”

“스승님,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계속 이 산 속에 묻혀 살 작정이었냐? 이제 독립할 때가 되었다는 얘기다.”

“제가 산을 내려가면, 스승님께선 혼자 어찌 사시려고요?”

“떽기! 이놈이 속에 없는 할애비 걱정을 하는구나.”

“아네요. 정말이에요. 스승님께선 저 없이 심심해 못 사시는 분이잖아요.”

“널 이렇게 17년 동안이나 키웠으면 됐지, 더 데리고 있는 거 이제 지겹다. 이제 나도 자유를 누려보련다.”

“…….”


신동대는 한동안 운암도사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농으로 하산하라고 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신동대는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느꼈던 2년 전 세상에 나가고 싶다고 스승님께 졸랐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그때 신동대는 스승으로부터 견디기 힘들 정도로 혼이 났던 적이 있습니다. 무술 대련에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요. 그때 스승님은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절대 세상에 나갈 생각을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스승님이 먼저 하산하라고 말을 합니다. 신동대는 어찌해야 하나 혼란스러웠습니다.


“동대야, 너를 처음 만났을 때가 어제 일처럼 선하구나. 니가 세 살쯤 되었을 때였을 게다. 이 할애비가 뛰어난 무인들과 무술시합을 하며 전국을 떠돌던 때였지. 청도에서 가장 강한 무인을 꺾고 양산으로 가는 길이었지. 이곳 바위굴을 지날 때 너를 만났지.”


운암도사는 17년 전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도사는 경공법으로 산을 단숨에 넘었습니다. 배내골을 지나 다시 고개를 넘는 지점이었습니다. 병풍같은 바위에 올라섰을 때 멀리 양산읍내가 보였습니다. 당시 나이 50대 초반인 데다 조선 최고의 무공을 익힌 터였기 때문에 세상에 무서울 것 없었습니다. 비록 키는 작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이길 자신이 있었으므로 세상을 부유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습니다.


한동안 바위 위에 서 있는데 동쪽 고개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린 아이를 등에 업은 여인이 관군에게 쫓기고 있었습니다. 도사는 바위에서 몸을 날려 아래에 있는 바위굴에 몸을 숨겼습니다. 무슨 일일까 계속 바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여인의 다급한 발걸음이 가까워지더니 바위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여인은 사내의 존재에 깜짝 놀라 다시 밖으로 나가려다 되돌아섰습니다. 그리고는 사내를 향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대인, 초면에 예의가 아닌 줄 아오나 너무 시급한 상황이라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관군에게 잡히면 저희 두 모자 죽은 목숨입니다. 이 아이를 숨겨주십시오. 제가 만약 살아남게 된다면 대인께 그 은혜를 반드시 갚겠습니다.”


여인은 운암도사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올리고 다시 굴 밖으로 나가 도주했습니다. 관군은 여인을 추적하느라 굴속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얼떨결에 아이를 맡은 운암도사는 난처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보는 순간 불쌍하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제자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이의 어머니가 찾으러 올 때까지 여기서 길러야겠군. 운암도사는 가만히 아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한쪽 귀가 유난히 큰 아이. 도사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무릎을 굽혀 앉고는 이름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신…동…대’. 아이는 머뭇거리며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맡게 된 후 운암도사는 이 바위굴을 떠나지 않고 도술과 무술을 가르치며 아이의 어머니를 기다렸습니다. 어쩌면 긴 세월이기도 합니다. 운암도사는 신동대와 함께 살아왔던 나날을 회상했습니다. 운암도사와 신동대는 나란히 앉아 여전히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습니다. 운암도사가 신동대의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신동대는 스승님의 표정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신동대는 괴나리봇짐 하나만 달랑 메고 스승님에게 하직인사를 올렸습니다. 물론 세상에 뜻을 펼치려 산을 떠나는 것이긴 하지만 언제이건 스승님을 찾아 뵐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운암도사 역시 제자를 떠나보내는 것이 서운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제자가 세상에 나아가 큰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기에 떠나보낼 수 있었습니다.





운암도사는 바위 위에 서서 제자가 하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신동대 역시 내려가면서 수시로 되돌아보았습니다. 바위 위에선 스승님이 여전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신동대는 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습니다.


점심 무렵에 신동대는 양산읍내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집들과 사람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시장에 갔을 때는 더했습니다.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동대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공터로 나왔을 때 대여섯 명의 사내가 신동대에게 접근했습니다. 신동대의 모양새가 시골에서 살다 갓 도회지로 나온 촌뜨기로 보였기 때문에 장난을 걸어 협박을 하여 가진 돈을 빼앗을 심산이었습니다.


“어이! 촌뜨기. 못 보던 얼굴인데, 어디서 왔어?”

“초면인데 반말에 무례하군. 어디서 왔으면?”

“하하하! 쎄게 나오는데? 우리가 누군지 알고도 이러나?”

“시정잡배에 불과한 네 녀석들 누군지 알 바 없고. 마침 점심 때라 출출한데 나랑 놀아서 지는 사람 밥 사기 어떠냐?”

“풋, 이놈 봐라. 괴나리봇짐만 내놓고 가면 용서해줄까 싶었는데, 죽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놈일세. 막내야, 적당히 손을 봐주거라.”

“예, 형님!”


막내라는 사내는 패거리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뚱뚱한 체구였는데 제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였습니다. 쿵쿵거리며 다가오면서 주먹을 세게 휘둘렀지만 신동대가 살짝 피하니 제풀에 쿵하고 넘어졌습니다. 패거리들이 그 모습을 보곤 깔깔거리고 웃어댔습니다. 이어 다른 사내가 덤벼들었습니다. 그 역시 신동대의 단순한 손놀림에 나가떨어졌습니다.


“너, 어디서 무술하는 것을 주워 익힌 모양인데 이 형님의 성미를 잘못 건드렸어. 얘들아, 한꺼번에 덤벼!”(다음 주 2편으로 계속됩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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