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볼만한 연극]함안 극단 아시랑 '늙은 부부 이야기'
월간 <한국연극>에 실은 경남 연극 소식이다. 혼밥먹는 사람이라면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말은 안 하지만 은근히 마음은 가겠다. 상대가 내게 대시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고... 나이가 들어도 그런 마음은 똑같겠지.
함안 극단 아시랑 <늙은 부부 이야기>
8월 23일 오후 3시·7시 30분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공연
첫사랑이 아름다울까, 끝사랑이 아름다울까? 질문을 떠올려놓고 보니 이런 우문(愚問)도 없다. 그럼에도 인생의 황혼기, 이제 남은 거라곤 이 세상 즐거운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지 싶은 나이에 찾아오는 야릇하고 설레는 사랑은 착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삶의 덤일까. 극단 아시랑은 올해 경남공연장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3번째 레퍼토리 작품으로 위성진 오영민 작 손민규 연출의 <늙은 부부 이야기>를 무대에서 펼친다.
무대를 내려다보면, 일찍 남편을 하늘나라로 배웅하고 30년 동안 국밥집을 하면서 억척수레 세 딸을 키워낸 과부 점순이네 집이 조명을 받고 있다. 점순은 혼자 사는 여자라 괄시라도 받을까 봐 일찍부터 욕을 체화시켰다. 점순에게서 욕은 아주 효과적인 호모막이 됐다. 이런 욕쟁이 할머니 점순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의 집에 동두천 멋쟁이 신사 박동만이 세를 들면서다. 동만 역시 아내를 먼저 보내고 두 아들에게 얹혀살다가 이제 막 ‘독립만세’를 부르며 자유를 되찾은 처지다. 30년 동안 온갖 메뉴의 욕으로 무장하고서 혼자 살아온 여인에게 우연히 나타난 비슷한 처지의 백발남성은 어떤 첫인상을 심어주었을까.
“영감이 우리 집에 찾아왔던 그 봄날 말예요. 나 그때, 이 영감하고 무슨 일이 생기겠구나 싶었어요.” 어떤 이는 일출 장면이 아름답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황혼이 수많은 색의 조화를 느낄 수 있어 아름답다고 한다. 늦게 맺어진 인연이라 서로 연결된 끈은 더욱 농도 진한 사랑과 연민, 존경과 자비로 구성되어 있다. 젊은이들처럼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세월에 장사 없다 하듯 또 한쪽을 먼저 보내야 하는 시기를 맞아서는 안타까움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어느새 사랑이 가득한 세례를 받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문의 055-585-8602(아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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