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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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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산책]일몰풍경 속을 걸으며 한해 마무리

창원 진해구 행암마을 철길…연인들의 데이트 산책 코스 추천


해돋이 장면도 그러하지만 해넘이 장면도 구름 한 점 없이 깔끔하고도 이글거리는 태양의 모습을 대하기란 어지간한 운이 따르지 않으면 쉽지 않은 노릇인 모양이다. 지난주 금요일멋진 일몰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 창원시 진해구 해양공원에 갔다가 수평선 위로 어지러이 깔린 구름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애초 계획이 일몰이 있는 산책코스를 다녀와서 그 느낌을 소개하려 했던 것이 해넘이 장관만 머릿속에 그리다 보니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아쉬운 마음만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주는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 많이 아쉬웠는데 마침 여유가 생긴 일요일 날씨가 좋았다.


진해 삼포마을 넘어가는 해안도로에서 해양솔라타워를 배경으로 촬영한 일몰 풍경.


해양공원 쪽은 일몰을 보면서 산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이번에는 행암마을로 향했다. 행암마을은 마을과 부두 사이에 폐철길이 있어 이색적이고 멋진 풍경이 있는 곳이다.


이런 독특한 풍경 때문에 주말이면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젊은 연인들 또는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지난 주말 역시 그랬다. 오후 3시 철길 옆으로 나란히 그려진 주차면에는 열대여섯 대의 자동차가 띄엄띄엄 줄지어 있더니 너댓 시가 되니 대부분 주차면을 채웠다.


행암마을 포구 앞 주차장과 철길.


진해 바다 70리길 안내판.


일몰 시각 오후 510. 하지만, 440분 정도가 되면 태양은 서서히 붉은 화장을 하기 시작한다. 특히 연말이어서 이 해넘이 멋진 장면을 구경하러 이곳 행암을 많이 찾는 듯하다. 행암은 창원시에서도 일몰 풍경이 멋진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해가 떨어지는 서쪽으로 보면 오른쪽으로 가까이 진해 태평동 관출산이 있고 가운데 저도, 그리고 왼쪽으로는 목조 데크 다리가 설치된 행암곶 끝에 부도가 살짝 드러나 있다. 그리고 더 멀리 구산면 옥계리 산능선이 짙은 구름 아래로 실루엣을 이루고 있다.


행암마을의 이 산책 구간은 ‘진해바다 70리길’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진해바다 70리란 진해의 바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인데, 진해 해안을 따라 조성된 총 길이 30킬로미터다.


이 해안 둘레길은 진해수협에서 시작한다. 안내판에 그려진 그림에서 1구간부터 길을 따라 눈으로 쭉 따라가 보니, 진해루, 에너지환경과학공원, 진해해양레포츠스쿨, 이순신리더십국제센터, 합포승전비, 진해해양공원, 동섬, 삼포로가는길 노래비, 웅포해전 기념비, 흰돌메공원, 황포돛대 노래비, 진해안골포굴강을 거쳐 안골부두까지 이어진다.


사랑표 조형물이 설치된 포토존.


한겨울 철모르고 핀 벚꽃.


행암마을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그런지 사랑표 모양의 조형물이 바다를 배경으로 설치되어 있다. 연인과 가족들이 이 포토존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이런 조형물 하나가 단조로운 해안 산책길의 분위기를 살리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동지가 지났어도 아직은 한참 겨울이다. 앞으로 더 추워질 수도 있고 꽃피는 삼월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그런데 벌써 벚꽃이 꽃망울 터뜨렸다. 하긴 오늘날 한겨울에 벚꽃이 피었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여길 사람도 이젠 없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자연이 계절을 잊고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은 더할 테니까.


벚나무의 혼란스러움을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해안을 따라 나무 데크 다리가 설치된 곶으로 향했다. 곶이란 말은 ‘호미곶’ ‘장산곶’처럼 지형에 바다로 불쑥 튀어나온 곳을 이르는 말이다.


곶을 따라 바다 위에 설치된 나무 데크 다리.


계단식으로 조성된 포구와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데크 다리는 아래쪽 교각은 콘트리트 위에 철제 기둥으로 받쳐져 있고 길은 나무 데크로 이루어져 있다. 곶의 끄트머리에서 살짝 떨어져 설치된 덕분에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총 길이 150미터 정도의 짧은 길이지만 이 길을 걸으며 감상하는 풍경이 멋지다.


테크 위를 걷다가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방파제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제법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낚시가 잘되나 보다. 거기서 포구 안쪽으로 쭉 크고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데 이 또한 멋진 풍경이겠다.


멀리 방파제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아직 완전히 붉은 화장을 하지 않은 해가 점점 바다 너머 멀리 구산면 산능선을 향해 떨어지는데 능선 위로 드리워진 짙은 구름이 아무래도 일찌감치 태양을 삼켜버릴 것만 같다. 그림이 좋지 않다. 데크 전망대 끝에서 터닝점을 찍고 손에는 그대로 카메라를 든 채 돌아 나왔다.


포구 건너편 방파제로 가면 풍경이 어떨까 싶다. 다시 조바심이 일었다. 일몰 풍경 사진에 신경 쓰지 말고 산책코스 소개에 초점을 맞추자고 다짐했건만 해 떨어지는 모습을 우려스런 눈으로 바라본 순간 그런 다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데크 다리 위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는 연인의 뒷모습.


철길 위를 걸으며 즐기고 있는 가족들.


돌아 나오는 길에서 들어가는 연인과 가족들을 상당히 지나쳤다. 그들의 행복한 표정을 읽었어야 했는데, 날개 없는 태양의 추락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란 당연한 예감은 내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게 되었다.


희한한 일이다. 철길 쪽으로 나왔을 때 연인과 가족들이 녹슨 철길 위를 걷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자 머리 속에선 곤두박질치고 있던 해가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레일 위에서 수평을 잡고 걷는 게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은근히 나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나도 아직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실망이다. 쉬워 보였는데, 쉽지가 않다. 다섯 걸음을 걷기 어렵다. 무한도전! 몇 번을 하다 보니 서서히 균형감각이 되살아나나 보다. 50걸음을 레일 위에서 걷는 데 성공했다. ^^.




멋진 풍경을 잡을 수 없어 아쉽기만 한 일몰 풍경들.


아차, 일몰. 방파제는 멀어 보여도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방파제에 도착했을 때에도 태양은 수평선 위 짙은 구름에 아직은 잡혀먹히지 않은 상태였다. 구름이 두꺼워 그런지 그림이 썩 좋지 못하다. 이곳 역시 적지는 아닌 모양이다. 다시 포구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선 어디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들 멋진 장면을 담아내기는 어렵다. 그제야 눈이 산책로와 사람들에게로 돌아간다. 산책로 소개하려고 취재 계획을 세웠음에도 일몰에 집착하는 바람에 산책로로서의 분위기를 제대로 스케치하지 못했다.


그나마 보석처럼 반짝이는 윤슬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한 번 더 와야겠다. 그땐 정말 멋진 경치를 카메라에 담을 생각만 하지 말고 아내와 일몰 분위기를 즐기는 데 몰입하며 산책을 즐겨 보아야겠다. 이번 취재, 그나마 한 번씩 물끄러미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보석같이 빛나는 윤슬에 감탄을 하였으니 영 아쉽기만 한 건 아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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