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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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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06:46

신불산은 그 이름만으로 오랜 추억이 깃든 곳이다. 스물두 살 즈음, 방위 복무할 때 박격포 사격장이 있던 곳, 81밀리 연습탄을 쏘아대던 곳이 신불산 아래 삼성 이병철 별장 옆이었다. 한 번은 박격포 좌표 설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이병철 별장을 박살낼 뻔 했다. 오피(OP)를 보면서 좌로 몇도를 읊어야 할 것을 우로 몇도라고 포사수에게 지시했는데 내가 말을 잘못한 것을 날아가는 포탄을 보고서야 아차차 했다. 포탄은 무심하게도 방향을 꺾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내 바람을 외면한 채 사수가 설정한 방향대로 날아갔고 포탄은 이병철 별장 옆 나무에 떨어져 불을 피웠다.


그 때문에 사격은 잠시 중단됐고 근처에 있던 60밀리와 유탄발사기 사수들이 소화기를 들고 달려가 불끄는 모습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했던, 군용 망원경의 성능이 꽤 괜찮다는 인식까지 보탠 그런 기억이다.


그후로 신불산은 내게 군용 포사격장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영남알프스 산들을 섭렵하면서 네 번째 순서로 신불산에 올랐다.


신불산, 자료를 찾아보니 울산 울주군 삼남면과 상북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대백산맥의 여맥에 해당한다고 되어 있다. 태백산맥의 줄기라는 얘기다. 요즘 뇌 기능이 퇴화한 건지 산꼭대기에 올라섰어도 동서남북 방향감각을 되찾을 수 없었는데 인터넷 자료글을 읽다 보니 어디가 북쪽인지 감이 잡힌다.


북쪽에 고헌산, 가지산, 능동산, 간월산, 취서산, 천황산, 운문산이 놓여 있다. 이중에 가지산과 천황산을 가봤던 곳이다. 능동산에서 간월산과 신불산에 이르는 능선의 서쪽 사면은 완경사로 평탄한 지형이 전개돼 독특한 경관을 이룬다고 설명되어 있다. 억새평원이 그래서 이루어졌겠다 싶다.


배내골 청수골에서 출발했다. 급경사에서 시작해 완만한 등산로, 다시 급경사로 사력을 다해 오르다 보니 억새평원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진다.


카메라에 신불산 봄 풍경을 담았다. 산행이 힘들긴 했지만 고개에 올라서선 이처럼 시원하고 멋진 자연 경관을 언제 또 보겠냐 싶은 감동이 일었다. 그러면서 그 30여년 전 연습탄 고폭탄 뻥뻥 쏘아댄 장면이 겹치면서 자연에 참 몹쓸짓을 했다는 자괴감도 들었다.



청수골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휴양림 국립관리소 입구에 주차가 가능하다. 입장료는 1000원. 여기서 100미터 정도 더 올라가면 파래소폭포 쪽과 신불산 정상 쪽으로 나눠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에 이런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가 다녀온 코스는 가운데 길로 올라가고 간월재 못가 가파른 경사길이다. 이 길도 파래소 폭포를 만난다.



처음과 막판에 경사가 조금 있는 등산로다. 중간 쯤엔 아주 완만한 각을 이루는 길이어서 걷기 편했다. 사진은 고개 정상부 다다랐을 지점인데 되돌아보니 골짜기가 직선으로 쭉 뻗은 것이 색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마치 복슬강아지 털처럼 부드러운 풀이 바람에 쓸리고 있다. 손으로 싹 쓰다듬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다.



재약산 사자평처럼 고갯마루엔 억새밭이 지천이다. 평원에는 데크로드가 설치되어 이것도 볼거리를 보태는 것 같다.



고갯마루 가운덴 둥글게 데크가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 도착했을 때 갑자기 비가 내렸다. 우린 이 데크 아래로 몸을 숨겼다. 빗방울이 데크 틈바구니로 한두 방울 떨어졌지만 여기서 우린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기억에 남을 상황이다.



고갯마루에서 신불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경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불산 정상. 신불산 정상에서 셀카를 찍지 않으면 아무래도 허전하겠지. 셀카 찍으러 그 고생해서 산에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맛도 산행을 즐기는 이유의 하나다.



신불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 시설이 잘 되어있다는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게한다.



산세로 보아 이곳은 영화촬영을 해도 멋진 장면이 나올 것 같다. 산 능선을 타고 대규모 인구가 이동하는 장면도 충분히 소화할 것 같다.



저 아래가 간월재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파래소폭포,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등억온천단지다.



신불산 바위능선 끝에서 하산했다. 바위를 타고 내려가야 해서 여간 힘들지 않았다. 무릎 관절만 괜찮았어도 사지를 떨지는 않았을 텐데.... 암튼 짜릿한 구간이다.



공룡발자국 화석같은 모양의 바위가 눈길을 끈다. 바위가 왜 이렇게 동글동글하게 팬 거지?



하산 직전 기념으로 촬영을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선 가식의 포즈가 자연히 뿜어져 나온다. ㅋㅋ



독특한 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말의 무릎 관절처럼 생긴 것도 많고 이 소나무처럼 희한하게 굽은 것도 눈에 띄었다. 이 소나무는 마치 커다란 뱀이 스르르 몸을 비틀며 기어가는 듯하다.



드디어 파래소폭포에 도착했다. 거의 되돌아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무엇 때문에 이름이 파래소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폭포의 웅덩이가 초록인 것을 보니 물이 파랗다고 파래소가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파래소를 조금 지나면 움푹 팬 바위 동굴이 있다. 이곳은 일부러 바위를 파낸 듯했다. 비를 만나면 좋은 대피소가 될 것 같다.



한바퀴 돌아 갈림길 출발점에 도착. 9시에 오르기 시작해서 6시 거의 다되어 내려왔다. 내가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96킬로의 거구가 이렇게 산을 타는 거 쉽지 않거든....


그런데 살은 좀 빼야겠다. ㅠㅠ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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