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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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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산책]상록수 같은 상념 안고 걷는 길

비가 올 듯한 흐린 날 마산 자산동 솔밭공원을 산책하다


지난 주말 키가 큰 소나무가 빽빽하게 모여 키재기를 하고 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 솔밭공원에 들어섰을 때 하늘은 그다지 맑지 못했다. 눈물을 흘릴 듯 말 듯 울먹이는 표정이었고 덩달아 산책을 나선 마음도 해맑진 못했다.


“그댄 낙엽 지면 무슨 생각 하나요/나는 요 둘이 걷던 솔밭 길 홀로 걸어요.”(배따라기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가을도 없이 겨울로 직행하나 싶은 요즘 계절에 날씨마저 시무룩하니 쓸쓸한 분위기의 노래가 절로 새어나온다. 송림 안 산책로는 황토로 잘 조성되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 산책로엔 낙엽이 그다지 많지 않다.


주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장소임에도 날씨 때문인지 고즈녁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런 소나무 숲을 걷다 보니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의 작품이 떠오른다. 원작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경주 삼릉을 들렀을 때 그 현장을 먼저 눈으로 보고 다시 사진을 접했을 때 들었던 작은 충격, 그것은 카메라를 통해 보는 눈은 작가의 감성이 필터링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자산동 솔밭공원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 여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지만 배병우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그러한 감성이 드러나지 않음은 당연하리라. 경치만 좋으면 그것이 예술이 되어 카메라 렌즈로 빨려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부터가 언감생심이었다.


한참을 카메라로 여기저기 들이대고 셔터를 누른 뒤에야 이렇게 괜찮은 숲에 들어왔으면 욕심일랑 내려놓고 눈에 보이면 보이는 대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게 나 자신을 편하게 하는 길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남천.


털머위.


자송정.


산책로 길가엔 남천이 줄을 지어 있다. 아직 빨간 열매가 초록의 잎과 더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곳곳에 홍가시나무도 붉은 이파리를 삐쭉 벋어내며 손짓을 하는 듯하다. 길이 아닌 숲 안쪽엔 털머위가 노란 꽃을 피웠다. 약용으로 쓰인다는 말곰취가 요녀석들이다. 무더기로 모여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걷다 보면 여기저기 다양한 식물들을 만난다. 꽃댕강나무도 있고, 꽝꽝나무, 산수유, 황매화, 영산홍…. 자료를 찾아보니 이곳에 수종이 27종으로 총 39400여 본의 수종이 있다고 있다.


걷다 보니 저기 팔각정이 보인다. 그래 숲 속에 이런 정자 하나는 있어야 운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한다. 지금은 이러한 정자는 그저 쉼터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지만 옛날엔 이런 정자에서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기도 하고 학문을 논하기도 했겠다. 정자, 하면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함양 화림계곡의 정자들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씻는 사람들의 모습.


소나무 숲의 정자에도 그러한 정취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방을 둘러싼 소나무들이 비틀비틀 제멋대로 자란 때문에 더욱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다.


곳곳에 조성된 벤치.


숲속의 바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목재로 조성한 터널.


벤치가 깨끗하다. 날씨가 흐리긴 했어도 산책 나온 사람들이 이런 벤치를 많이 이용한다. 어르신 혼자 나왔는지, 아니면 누구를 기다리는 건지 벤치에 앉아 발끝에 떨어진 솔방울을 한참 내려다보며 미동도 않는다.


강아지 소리가 들린다. 40대 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강아지 세 마리와 산책을 즐기고 있다. 모두 키가 작은 강아지다. 늘 자기들을 돌봐주는 사람과 함께 산책을 즐겨서 그런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전혀 경계심이 없다.


송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공간인 것 같다. 소나무가 뿜어주는 피톤치드 때문일까? 머리도 맑아진 기분이다. 산책로가 아닌 숲 속으로 들어간다. 솔방울이 흐드러지게(?) 깔렸다. 이곳을 지나가려면 도저히 솔방울을 밟지 않고는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다. 솔잎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묘하다.


솔방울을 뿌려놓은 듯한 숲속.


실개천이 이어진 연못.


인공위성에서 내려다 본 지도.(다음지도)


툭툭! 걸음 뒤로 솔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에 맞을 수도 있겠다 싶어 고개를 들어본다. 소나무 가지들은 하늘을 완전히 가린 게 아니다. 소나무의 키가 너무 커서 나 자신이 더욱 왜소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소나무는 내가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게 숨통을 틔워놓았다.


거의 한 바퀴 돌았다 보다. 도심의 ‘아주’ 작은 공원이지만 곳곳에 이정표가 있다. 일부러 조성한 실개천을 만난다. 어쩌면 그냥 관상용으로 만든 것일 게다. 물레방아가 있지만 돌지 않고 물길은 있지만 물이 흐르지 않고 연못이 있지만 물이 고여 있지 않다.


하지만, 실개천 고랑을 따라 걷는 기분은 좋다. 한 바퀴 돌고 나니 문신미술관 앞 조각공원처럼 이곳에도 걷다가 1분 정도라도 서서 감상할 만한 조각품 몇 개 놓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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