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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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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23:09

아들 녁석의 그림 실력이 차츰 좋아지는 것을 보고 괜스레 욕심이 동했다. 게임이나 만화 캐릭터에만 치중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읽고 그 글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연습이 나중에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계산이 더 크게 작용했다.

 

아들은 아빠의 의도를 간파했음에도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리기보다는 아빠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것이 예전에 썼던 아빠의 칼럼에 삽화를 그려넣는 것이다.

 

처음에 글을 읽고 그려준 삽화는 그야말로 자동차 디자인이었다. 도무지 글쓴이의 상황이나 감정이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는 그림이었기 때문에 '빠꾸'했다.

 

"아빠 글이 디자인 설명서더냐?"

 

핀잔을 먹은 아들이 다시 그림을 그려왔다. 그것 역시 밋밋했다. 청설모를 만난 글쓴이의 다급한 표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역시 '빠꾸'했다.

 

세 번째로 내민 그림은 마음에 들었다. '오케이'했더니 스캔을 뜨고 채색을 해서 메일로 보내왔다.

 

 

 

허구헌 날 매일 매일 무기력한 내 생활에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자동차 스피커를 통해 빠른 박자의 김건모 노랫소리가 귓전을 쿵쿵 울렸다. 노래의 박자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내 차는 진해에서 마산을 통하는 장복고갯길을 달리고 있었다.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고갯길이라 꼬불꼬불했지만 자동차도 자기의 성능을 뽐내며 급커브 길을 스키 타듯 미끄러져 내려갔다.

 

순간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했던가. 나는 자동차의 빠른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채 눈앞에 나타난 장애물 때문에 목숨을 건 갈등에 휩싸였다. 내리막길 한 가운데 청설모 한 마리가 태연히 앉아있었던 것이다. 전혀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냥 이 속도대로 지나가자니 저 놈이 바퀴에 깔려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겠고 급히 또 서자니 차에 무리도 가겠지만 스피드속에서 지금까지 누려왔던 기분을 잡칠 것 같고. 그러면서도 차를 세우지 않더라도 저놈이 재수 좋으면 살겠거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동차 앞에 나타난 청설모

 

10미터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지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5미터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이 바뀌었다. 나로선 도저히 생명을 짓밟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니 운전대가 돌아갔다. 왼쪽 낭떠러지가 눈에 확 들어오면서 다시 본능적으로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잠시였는데 흰 벽이 눈앞을 막았다. 다시 왼쪽, 다시 오른쪽. 몸은 운전대 아래로 빨려들어 간 채 나는 누웠고 차는 섰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려 돌아보니 청설모는 온데간데없고 가을 하늘은 더 눈부시게 파랬다. 내가 새파랗게 질린 만큼.

 

이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대부분 하찮은 동물하고 목숨을 바꿀 뻔했네. 그게 뭐라고 그냥 밟고 지나가지하고 위로했다.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개체의 목숨을 빼앗을 때가 있긴 하겠지만 그 때 일어난 일은 스피드를 내지 않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상황이기에 후회막급이다.

 

살다보면, 특히 욕심을 내고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남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이기심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라인강의 기적에 빗대어 우리나라를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 한강의 기적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하며 못살았던 한을 풀기 위해 낮밤 없이 고속도로를 놓고 터널을 뚫고 자동차를 생산해냈다. 우리의 경제성장 속도를 두고 외국인들이 눈을 꿈쩍이며 원더풀을 외쳐댄다는 소리를 익숙히 듣다보니 은근히 자부심도 든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 행복한가. 이렇게 고도의 급성장을 했으면 다들 잘살아야 할 텐데 우리 사회 곳곳에는 못살겠다투성이다. 아이 교육시킬 형편이 안돼 출산을 꺼리는 세태가 팽배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논 댓마지기만 있으면 일년 내내 먹고도 남았을 법한데 오히려 농사지으면 더 손해가 나는 세상이 되었다. 산업의 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빨리빨리 병에 걸린 국민이라는 놀림말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스피드에 집착하고 있다보니 배배꼬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빈부격차는 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엄청난 속도로 자연을 파괴하고 있으면서도 그로인해 사라져가는 다른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천천히 가는 게 상생의 길

 

일전에 멸종되어가는 반달곰을 되살리자고 지리산에 방사했던 몇 마리 곰 중에 한 마리가 농민이 놓은 올무에 생명을 잃었다. 앞으로 그런 불행이 없으란 법 없다. 실컷 자연을 파괴해가며 그들의 안식처를 다 빼앗은 연후에 다 사라져가니 사후약방문식 곰 몇 마리 방사해놓는다고 자연이 다시 생태계를 되찾지는 못한다. 이제부터라도 빨리 달리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로를 달리더라도 혹시 내 차에 치여 목숨을 잃을 청설모는 없는지 살피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검은 아스팔트에서 헉헉거리며 살다 죽는 것도 일생이요, 초록의 들판에서 뭇생명들과 함께 살다 죽는 것도 일생이다. 기왕 한 번 밖에 살지 못할 인생이라면 빨리빨리 뭔가 이루어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 편히 사는 게 낫지 않을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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