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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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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신라의 요청으로 고구려 광개토 군 3만 명이 안라국 정벌에 나섭니다. 광개토로선 신라의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북쪽 영토확장에 이어 남쪽으로도 정벌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마침 신라의 원군요청이 있었으니 이참에 가야 여러 나라를 치고 왜국까지 정벌할 기회가 생긴 겁니다.

안라국 방어선인 방어산 앞 지수평야에 군진을 차린 광개토는 현무가 이끄는 선발대를 야밤을 틈타 출병시킵니다. 하지만, 너무 조용한 적진의 동태를 의심한 안라국 왕자 무시우 장군은 심복 부하장수인 쾌수를 측후병으로 보냅니다. 500의 고구려 선발대를 파악한 쾌수가 불화살을 쏘아 신호를 하자 일시에 방어산 정상에서 불화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집니다.

현무가 이끄는 부대가 이처럼 허무하게 궤멸되기는 처음입니다. 아수라장이 된 전장을 벗어난 현무는 홀로 군진으로 돌아옵니다. 너무 자신만만해 했던 행동을 후회하면서 말이죠.

한편 방어산 정상에선 1차 방어전 승리로 환호성이 끊이지 않습니다. ‘무시우 대장군 만세’ 하는 연호가 계속되고 병사들의 사기는 치솟습니다. 이제 2차전이 시작됩니다. 안라국과 고구려군의 2차 대결은 첩자를 통한 상대편에게 타격을 가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서로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무시우는 1차전에서 승리를 견인한 쾌수를 보내고 광개토는 용감무쌍한 백호를 보냅니다.

대가야 지역. 시장에서 쾌수는 아내에게 선물할 옥목걸이를 골라 상인과 흥정을 하고 있습니다. 쾌수는 등 뒤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기는 한 사내가 지나감을 느낍니다. 그 사내는 백호, 그 역시 쾌수 옆을 지나면서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몇 걸음을 옮기다 뒤돌아봅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칩니다.

……………………………………………………………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아주 강한 기운이 두 사람의 시선을 타고 번집니다. 가운데에 이르러 두 기운이 부딪칩니다. 강한 폭발. 두 사람은 동시에 전율을 느낍니다.

‘보통 놈이 아니다. 저 눈빛은 군인의 눈빛이 아닌가? 그렇다면, 고구려 군사?’ 쾌수는 본능적으로 상대를 파악했습니다. 백호 역시 타고난 무사이기 때문에 같은 부류의 인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가 눈이 마주친 사내의 내공을 한눈에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군인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쾌수는 상대가 안라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아이구, 형씨. 이 동네에서 못 보던 얼굴인데, 어디 멀리서 오셨수?
“…….”

백호는 적잖이 당황하였습니다. 사내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다가오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호라! 행색을 보아하니 농사짓는 분은 아닌 것 같고…. 장사치도 아닌 것 같고…. 어디로 가는 길이우?”
“그건 댁이 알아서 뭐하려오?”
“이곳은 누구든 내 허락 없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소. 내가 관리하는 구역이란 말이지. 나를 잘 모르시는구만. 허허.”

백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괜히 동네 불량배와 실랑이를 벌여 좋을 일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 몰라뵈어 죄송하오. 일이 바빠 이만 가야겠소.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인사드리겠소.”
“무슨 일로 가시는지?”

백호는 점점 귀찮아졌습니다. 하지만, 꾹 참았습니다. 대충이라도 대꾸를 해줘야 놓아줄 것 같았습니다.

“안라국에서 병사를 뽑는다 하여 지원하러 가는 길이오. 됐소?”
“와우! 군인이 되려는 거군요. 어쩐지 몸에서 확 풍기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여겼더니. 내 동생들도 거기 지원해 무시우 장군이라던가? 그 밑에 있는데. 반갑구료. 이것도 인연인데 내가 술 한 잔 사겠소.”
“아니, 됐소이다.”
“사람의 성의를 이렇게 외면해도 되는 거요? 무시우 장군에 대해 동생들에게 들은 이야기도 해주겠소. 알고 들어가면 더 도움이 될 거요.”
“아, 괜찮데도요.”

백호는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잖아도 급한 성미에 버럭 화를 잘 내기로 고구려 군사들에게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냥 마음 같아서는 벌써 한방에 박살을 내어버렸을 것이었습니다. 백호는 한 번 더 참기로 했습니다. 광개토대왕께서 친히 내린 명을 이런 하찮은 동네 불량배에게 휘말려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리질러 미안하오.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들르겠소. 그러니 날 그냥 보내주시오.”
“그러면, 댁이 안라국 병사로서 자질이 있는지 실력을 한 번 보여주시오. 내 옷자락을 잡기만 해도 군말 없이 보내주겠소.”

쾌수는 몇 마디 섞으면서 벌써 상대의 성격까지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싸움을 벌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백호는 아무리 이 불량배가 자신만만해도 고구려 제일무사인 자신에겐 범 앞에 하룻강아지라고 여겼습니다.

“정말이오? 댁의 옷깃만 잡아도 날 보내준다는 말이?”
“어허, 이 양반 속고만 살았나? 이 옷고름에만 손이 닿으면 보내준다니까?”
“좋소. 이 주먹 한 방에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소.”

두 사람은 거리 가운데로 나와 주먹을 쥐고 서로 견제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인지 별로 긴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시장바닥에서 일어나는 싸움만큼은 놓칠 리 없는 시장사람들입니다.

백호가 먼저 공격을 했습니다. 키만큼 훌쩍 뛰어오르더니 쾌수를 향해 정권을 날렸습니다. 쾌수는 백호의 주먹이 바로 눈앞에 다다랐을 때 신속히 슬쩍 피했습니다. 백호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상대가 나가떨어지는 상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외로 상대가 주먹을 피하자 적잖이 놀랐습니다.

‘귀신같은 놈이다. 어떻게 그 주먹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백호는 좀 전과는 달리 긴장이 되었습니다. ‘옷고름만 닿아도 진 걸로 하겠다더니 허언이 아니었어. 이런 촌구석에 어울리지 않는 놈이야.’ 백호는 쾌수 주변을 빙빙 돌았습니다. 허점을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보내준다니까! 왜? 갑자기 내가 무서워졌소?”

구경꾼들이 소리쳤습니다.

“이봐, 그만 빙빙 돌고 공격해! 싸움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저 소리 들었소? 한 번 신나게 놀아볼까요?”

이번엔 쾌수가 몸을 솟구쳐 공격을 했습니다. 연속 3차 공격을 겨우 막아낸 백호는 이제 더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최선의 공격이 최고의 방어. 자신의 특기인 무영권무영각을 펼쳤습니다. 주먹이 보이지 않고 발이 보이지 않는 공격.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막아내지 못한 백호의 필살기였습니다.



파파박! 따닥. 구경꾼들이 일제히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백호의 공격은 쉴틈 없이 이어졌고 쾌수는 공격을 막아내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시는군! 하지만, 그 정도 실력으론 내 소매 끝도 제대로 잡지 못할걸!”

쾌수는 몸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백호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열 번 공격을 받으면 한 번 공격하는 패턴으로 싸움을 이끌었습니다. 공격이 마음대로 먹혀들지 않자 백호는 점점 조급해지는 데다 화까지 났습니다.

“감히 니가 이 백호님을 화나게 했겠다. 더 이상은 봐주지 않겠다.”
“어련하시겠수. 제대로 공격이나 하고 말하면 믿겠는데.”

백호의 공격은 그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더 단순화되고 무지막지해졌습니다. 쾌수는 이런 상황을 기다린 것입니다. 전광석화. 쾌수의 주먹이 백호의 명치를 가격했습니다. 비틀거리는 백호. 쾌수는 다시 백호의 목을 향해 수도를 날렸습니다. 가까스로 피한 백호가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멈춰라!”

시장통 입구로 대가야 관군들이 몰려왔습니다. ‘이런 시끄럽게 되겠군.’ 쾌수는 공격을 멈추었습니다.

“운 좋은 줄 아시오. 하지만, 곧 만날 날이 올거요.”

쾌수는 몸을 날려 시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백호 역시 비틀거리며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었습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관군들이 사람들에게 다시는 싸움질을 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고 돌아갔습니다.

백호와 결판을 내지 못한 쾌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자신과 싸운 고구려군사는 실력으로 보아 일반 병사가 아님을 눈치 챘습니다. 그 정도의 무예를 지닌 사람이라면 최소한 장교급 군인이고 그렇다면 그의 첩자임무도 상당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쾌수는 고구려 군사로 잠입하는 임무를 미루기로 하고 안라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쾌수는 대가야 시장통에서 있었던 일을 무시우에게 보고했습니다. 무시우는 궁궐 경비를 강화하되 밖으로는 허술하게 보이게끔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사실을 전혀 알 리 없는 백호는 안라국 백성 행세를 하며 궁궐 주변을 관찰하였습니다. ‘전시임에도 궁궐 경비가 느슨하군.’ 백호는 이 정도라면 안라국왕을 살해하는 것이 식은 죽먹기보다 더 쉬우리라 생각하였습니다.

백호는 밤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대신들이 하나 둘 퇴청하고 궁궐에 어둠이 내렸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보초병들은 하품을 하면서 대문 앞을 왔다갔다하였습니다. 백호는 보초병들의 교대시간을 틈타 들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초병교체시간이 되었습니다. 대문 앞에서 어수선한 틈을 타서 백호는 대문 옆 담장을 뛰어넘었습니다.

제 키의 두 배가 넘는 담장이지만 무예 고수인 백호에겐 문지방에 불과했습니다. 달빛 그늘진 담장을 따라 신속히 움직였습니다. 백호는 안라국왕의 숙소에까지 다다랐습니다. ‘이거 너무 쉬운데! 내일 아침이면 안라국 발칵 뒤집히겠지.’ 광개토군의 전략은 국왕의 사망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방어산 기지를 점령하는 것입니다. 백호는 살금살금 왕의 숙소로 향하면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 깨달았습니다.

왕의 숙소 앞에는 네 명의 경비병이 서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눈 깜짝할 사이에 처치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백호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습니다. 비호처럼 몸을 날린 백호는 이어지는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촹!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십 명이나 되는 경비병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일제히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곧 만날 거라고 했지? 날 기억하겠는가?”
“아니, 넌?”
“하하하. 기억을 하는군. 백호라고 했나? 듣자하니 광개토의 오른팔이라 할 만큼 훌륭한 장수라더니 고구려군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겠어.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니 말이야. 이 전쟁 상황에 적국의 국왕이 궁궐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인가?”

쾌수의 이죽거리는 말에 백호는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가야에서 그런 일을 겪었으면 이런 상황이 될 거란 걸 눈치 챘어야 했습니다. 백호는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앞으로의 일까지 말입니다. 자신이 생포되면 광개토대왕의 전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것까지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대단하오. 당신은 무예뿐만 아니라 지혜도 갖추었군요. 당신에게 죽는 것을 행운이라 여기겠소. 이름이라도 알려주시오.”

백호는 쾌수에게 손을 모아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말까지 존대를 하며 이름을 묻자 쾌수 역시 말을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 무시우 장군의 살수부대장 쾌수라 하오. 그대에게 살길을 알려주겠소.”
“고맙지만 사양하겠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백호의 단검이 사방팔방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순순히 포박을 받으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움직이자 모두 뒤로 주춤 물러났습니다.

“단둘이 한 번 더 겨뤄봤으면 하오만. 싫으면 모두 한꺼번에 덤벼도 좋고. 어차피 살아서 나갈 생각은 없으니.”

쾌수는 백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칼도 백호와 같은 단검으로 바꾸어 들고 자세를 잡았습니다. 쾌수는 국왕의 숙소에서 대결을 펼친다는 게 걸렸습니다. 그래서 궁궐 연무장에서 결판을 보자고 하였습니다. 백호 역시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쾌수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좋소.”

두 사람은 연무장 가운데 서서 다시 실력을 겨루게 되었습니다. 연무장 가장자리엔 궁궐 경비병들이 빙 둘러섰습니다.

“쾌수 장군의 실력을 오랜만에 보겠는걸!”
“상대도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천하제일 쾌수장군에겐 못 당할 거야.”

경비병들이 숙덕거렸습니다. 그 숙덕거림이 백호의 귀에 들어왔습니다. 전혀 기분이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했기 때문인지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백호는 발끝에 힘을 주었습니다.

“얍!”

백호의 단검이 쏜살같이 쾌수의 목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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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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