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8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0)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04-26 00:00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전설텔링)효자 이평과 무량산 호랑이(2)

고성 대가면 유흥리 실존인물인 효자 이평에 얽힌 전설


(전편 줄거리)어린 이평은 어머니께서 건강하지 않자 아버지 병구완을 도맡다시피 하면서도 전혀 불평이 없고 오히려 보통 사람은 하기 어려운, 대변의 맛을 보면서까지 부친의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얼마나 부모님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면 그런 행동까지 서슴없이 할까요?


하지만, 이평의 그런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아버지는 병환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슬픔에 잠긴 이평은 매일같이 아버지 산소를 찾아 정성스레 성묘를 합니다.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요? 아버지의 별세에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마저 세상과 하직을 하게 됩니다.


졸지에 양친 부모 모두를 잃은 이평은 묘소 앞에서 며칠째 음식도 먹지 않고 곡을 합니다. 이평은 부모님의 돌아가신 것이 제대로 효를 다하지 않은 자신 탓이라고 여깁니다. 마을 사람들은 산에서 들려오는 이평의 그치지 않는 곡소리에 안타까워 합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이평의 곡은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 비가 그치고 산으로 달려간 마을 사람들의 이평이 지쳐 쓰러진 모습을 발견합니다. 마음씨 좋은 이웃들은 이평을 데리고 내려와 극진히 간호합니다.


이웃의 보살핌으로 기운을 차린 이평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3년 시묘살이를 하겠다고 말을 합니다. 시묘살이라는 게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산소를 보살피는 생활을 일컫는 말입니다.


…………………………………………………………………………………………


어린 이평이 부모님 무덤가에서 3년간 시묘살이를 하겠다고 완강하게 나오자 마을 사람들도 더는 말리지 않았습니다. 벌써 그러한 고집을 확인했던 터라 그렇게 말린다고 포기할 이평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평이 부모님 묘소 옆에 움막을 짓는 일에는 마을 아저씨들이 도와주었습니다. 친구들도 볏짚을 날라주었습니다. 시형이라는 서당 친구가 새끼를 꼬는 이평에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다가왔습니다.


“평아, 얼마 있지 않으면 추운 겨울이 올 것인데, 게다가 한밤중엔 호랑이가 나온다고 하니 니가 자칫 잘못될까 봐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 걱정은 하지마. 너무 힘이 들면 마을로 내려갈게.”

“그래, 꼭 그렇게 해야 해.”


이평과 시형은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어느덧 움막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어 마을 아저씨들은 움막 바로 옆에 음식을 할 수 있도록 야외화덕도 만들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시묘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다 지었지만 이평은 첫날을 마을에 내려가 보냈습니다.


한동안 얼굴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친구들이 이평의 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평과 친구들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이평이 옷가지와 서책을 몇 권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친구들이 환송해주었습니다.


서당에서는 이평을 두고 서당 동무들 간에 실랑이가 일기도 했습니다. 이평을 잘 아는 친구들은 어지간해선 이평이 3년 시묘살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고 다른 동무들은 산에는 범도 많고 무시무시한 다른 짐승들도 많아 한 달도 못 견뎌 집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런 친구들의 실랑이를 알 리 없는 이평은 지극정성으로 밥을 지어 부모님의 산소에 아침, 점심, 저녁 공양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쌀이 떨어져 이평이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평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평아, 절대 끼니를 걸러서는 안 된다. 니가 건강해야 시묘살이도 잘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밭일을 하던 덕만 아저씨가 맨 처음 산에서 내려오는 이평을 보고 말했습니다.


“네, 저도 이제 제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평이 마을로 내려온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가 혼자 시묘살이하는 것을 대견해하였습니다. 이평과 한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이평을 대단한 아이로 칭찬하고 친구들도 그런 이평을 자랑스러워 하는데 다른 마을에 사는 서당 동무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평이 잠시 마을로 내려왔다는 소문을 들은 이웃마을 서당동무들은 이평을 시기질투하였습니다.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이평이 산속 짐승 소리가 무서워 벌써 마을로 내려왔어야 정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웃으며 내려와서는 다시 시묘살이 준비를 하는 모습에 심통이 부풀어올랐습니다.


이평은 이웃마을에서도 어른들로부터 ‘효자’라는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그러한 어른들의 칭찬이 자기 아이들에게 오히려 이평을 시샘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희한한 일입니다. 이평이 사는 마을의 친구들도 그들의 부모님으로부터 효자 이평 이야기를 듣기는 매한가지입니다만 이웃마을 아이들과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이평을 자랑스러워했으니까요.


이평이 시묘살이 용품들을 챙겨 다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이웃마을 아이들은 이평을 골려줄 요량으로 마을 공터에 모여 작당 모의를 하였습니다. 귀신처럼 하얀 천을 덮어쓰고 놀라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이평이 겁을 먹고 두 번 다시 시묘살이한답시고 산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게 이평이 산에서 내려오면 겁쟁이라고 놀리면서 이쪽 서당 아이들 모두 같은 겁쟁이로 싸잡아 놀려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때? 우리 작전이 완벽하지? 자 이제 산으로 가자고!”


갑현이라는 아이가 심술궂은 말투로 다른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움찔하면서도 그의 뒤를 따라 초승달 그림자를 밟으며 산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길가에 서 있는 키 큰 미루나무 그림자는 간혹 으스스 소리를 내면서 아이들의 그림자를 지우곤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그림자 위로 흔들리는 미루나무 그림자를 두려운 표정으로 보았습니다. 도깨비인 듯 삼각형 얼굴에 하얀 눈이 감았다가 떴다가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산길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크륵크륵.”


숲 속에서 걸걸한 짐승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앞장서서 걷던 갑현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도저히 더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간이 콩알만 해지고 심장이 얼음 위에 놓인 듯 와들와들 떨렸습니다. 갑현이는 은근히 바로 뒤따라오던 아이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너, 밤눈 밝지? 앞장서! , 내가 어두운 데선 앞을 분간 못 해.”

“에이, 난 겁나는데!”

“겁쟁이, 이게 뭐가 겁난다고 그래? 바로 뒤따라 갈 테니까 앞장 서라구!”


갑현의 으름장에 마지못해 앞서 걷던 아이가 바람 때문에 바스락거린 나뭇잎소리에 놀라 뒤돌아 냅다 뛰었습니다. 그러자 갑현이도 지레 겁을 먹고 뒤따라 뛰고 그 뒤를 따라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아이들도 마을길로 부리나케 뛰었습니다.


“컹! , !”


덕만 아저씨 집의 백구가 잠결에 무슨 일인가 싶어 퍼뜩 일어나더니 초승달을 향해 마구 짖어댔습니다.


그 시각 이평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촛불을 켜고 서책을 읽고 있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움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씨가 이제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걸렸습니다. 별들도 까만 하늘에 보석을 박아놓은 것 같이 반짝였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아버지 어머니 무덤 가에 돌담을 쌓아야겠다. 겨울이 닥치면 얼마나 추우실까.”


이평은 주변의 돌들을 그러모아 무덤 주변으로 하나씩 돌을 얹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던 손놀림이 이젠 제법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 손을 보름달이 훤하게 비추었습니다. 이평은 이마에 흐른 땀을 손등으로 닦았습니다. 두어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평의 얼굴엔 제법 어른스러운 티가 났습니다.


무덤 주변엔 이제 돌담에 얹을 돌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죄다 끌어다 쌓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멀리서 돌을 옮겨야 하는데, 어린 이평으로선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게도 없이 무거운 돌을 들고 옮기려니 금세 몸이 피로해졌습니다. 내일 마을에 내려가 지게를 가져와서 돌을 날라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평은 부모님 산소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춥더라도 조금만 참으세요. 내일은 바지게를 가져와 바람막이 돌담을 튼튼하게 쌓아드릴게요.”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이평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겨울 찬바람이 산소를 휘돌아 이평의 몸을 얼려놓고 지나갔습니다. 이평의 체온이 점점 내려갔습니다. 한식경이 지날 쯤엔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얼굴이며 머리카락이며 하얀 성애가 생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평은 얼어 죽는가 봅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돌담을 쌓느라 너무 무리했나 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이평은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몸이 따뜻했습니다. 눈을 뜨니 온산에 꽃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산소 주변에도 예쁜 꽃들이 즐비했습니다.


산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다시 살아나신 거예요?”

“그래, 우리 아들 보고 싶어서 옥황상제께 부탁했더니 이렇게 세상으로 보내주셨구나.”

“정말 잘되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젠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그럴 수는 없단다. 잠시만 너를 보고 돌아가겠다고 상제님께 약속을 했단다. 이렇게 너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구나.”

“안돼요, 가지 마세요.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





이평이 신음소리를 내자 호랑이는 이평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간신히 눈을 뜬 이평은 자신이 호랑이 품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몸을 빼고 물러나 앉았습니다. 호랑이는 온화한 표정으로 이평을 보았습니다. 이평은 호랑이가 당장 자신을 잡아먹진 않을 것임을 눈치챘습니다.


“그런 몸으로 이 추운 겨울에 시묘살이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정녕 모르고 하는 행동이냐?”


호랑이가 말을 하였습니다. 이평은 이것도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꿈이 아니고서야 어찌 호랑이가 말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희한하게도 꿈이라고 여겨서 그런지 몰라도 호랑이가 별로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꿈이 아니라면 언제 호랑이와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싶어 이평도 호랑이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호랑아, 나 죽은 거 맞지? 내 영혼이 너와 이야기하는 거지?”

“아니, 넌 살아있어. 내가 다른 사람에겐 말을 못해도 너와는 얘기할 수 있지.”

“그것 참 이상하구나. 그러면 내가 호랑이 말을 하는 거니? 니가 사람 말을 하는 거니?”

“하하하! 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나. 넌 사람이니 사람 말을 하고 난 호랑이니 호랑이 말을 하지.”


이평은 이 겨울 산속에서 호랑이가 자신을 잡아먹지 않은 것이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꿈이지만 그것도 난생 처음 보는 호랑이가 체온으로 얼어죽을 뻔한 자신을 살려낸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꿈이겠거니 하고 볼을 살짝 꼬집었습니다.


“아얏!”


분명히 꿈은 아닐 텐데 어떻게 내가 이 무시무시한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도 않고 호랑이와 대화까지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꿈에서도 꼬집으면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모양이다 생각한 이평은 계속 호랑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의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호랑이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평의 모습을 볼까요. 이평이 인간의 말을 호랑이에게 건네면 호랑이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어흥, 크르렁, 어흥, 어흥”하고 대답을 합니다. 그 말을 이평은 사람의 말로 알아들었던 것입니다.


“나를 잡아먹지 않고 왜 살려주는 거야?”

“피골이 상접한 널 잡아먹으면, 배나 부르겠어?”


호랑이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이평에게 어린 나이에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 부모님 묘소를 지킨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칭찬하였습니다.


“그런 널 어떻게 잡아먹겠니? 너같은 효자를 잡아먹었다면 옥황상제님께서 그 벌로 다음 생에는 고양이로 태어나게 할지도 모르는데. 헤헤.”


호랑이와 이평은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보름달이 훤히 비친 무량산 자락에서 시작된 호랑이와 사람의 웃음소리가 겨울바람을 타고 마을로 퍼져나갔습니다.(다음주에 계속 됩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효자 이평과 무량산 호랑이(1)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