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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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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05:08


(지난 줄거리) 창원 동읍 자여마을 효성이 깊기로 소문이 난 구씨 청년 호성은 산속 동굴에서 산신령님으로부터 마법책을 선물로 받습니다. 어머니의 기력 회복을 위해 사냥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이지요. 그 책에 쓰인 주문을 외면 호랑이로 변하게 됩니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려면 그 책을 보면서 주문을 외워야 하지요.


그런데 호랑이로 변해 사냥을 하더라도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나쁜 호랑이 세 마리를 처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음산 호랑이와 안민고개 호랑이를 처치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금기를 잘 지켰지만 어머니의 기력이 급격히 쇠약해지면서 산신령과의 약속을 깨트리게 됩니다. 호성은 호랑이로 변신해 두 호랑이를 처치하면서 보아두었던 고라니 서식처로 가서 사냥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안민고개에서 만났던 겁 많은 진해장사가 안민고개 호랑이를 관아에 들고 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았다며 으스댑니다. 시장터에서 호성과 진해장사는 눈이 마주칩니다. 호성이 살짝 웃어주었지만 진해장사는 묘한 기분을 느낍니다.


……………………………………………………………………


진해장사와 일행은 관아에 들어갔습니다. 호랑이는 네 발이 긴 막대에 꽁꽁 묶인 채 관아 뜰에 던져졌습니다. 마른 땅에서 먼지가 풀썩 일었습니다. 겨울이지만 그렇게 춥지 않은 날씨입니다. 연락을 받은 이방이 동헌 뒤편에서 쪼르르 달려나왔고 뒤따라 사또가 걸어나왔습니다.


“호랑이 덩치가 엄청나구나. 이 호랑이를 자네가 맨손으로 잡았단 말이지?”

“예, 사또!”

“사람이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았다는 말은 이야기 속에서나 보았건만 실제로 그런 사람을 보게 될 줄이야. 대단하네, 대단해.”

“황송합니다.”

“그래, 이 호랑이를 어떻게 잡은 것인가?”


사또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진해장사에게 물었습니다. 진해장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흠, 흠하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젯밤이었습니다. 안민고개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얘기를 듣고는 의협심이 일어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그 흉악한 호랑이를 잡으려 안민고개로 올라갔지요.”

“흐흠, 그래서?”


사또는 더욱 귀를 세우고 진해장사의 이야기에 몰입했습니다.


“안민고개 숲 속에서 한참 매복해 있으니 자정 쯤에… 아, 이 녀석이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는 것입니다. 녀석이 방심한 틈을 타서 제가 숲에서 갑자기 튀어나갔지요. 깜짝 놀라 당황한 녀석의 머리를 바로 이 주먹으로 ‘꽝’ 하고 내려쳤습죠. 그랬더니 녀석의 앞발이 꼬꾸라지면서 주저앉는 것입니다. 그 틈을 타서 연이어 제가 주먹질을 해 결국 이렇게 죽이게 된 것입니다요.”

“오호! 대단해. 자신보다 더 큰 맹수를 맨손으로 잡다니 말이야. 이 사실을 임금께 알려야겠어. 임금께서 아시게 되면 자넨 큰 벼슬도 할 수 있을 것이야.”


사또는 그날 밤 호랑이를 잡은 것을 기념하고 진해장사를 축하하기 위해 큰 잔치를 벌였습니다. 호성은 여러 사람들 속에서 서서 진해장사가 사또에게 고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었습니다. 참 양심이 없는 사람이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호성은 잔치가 시작될 무렵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호성의 어머니는 고라니 고기를 매일 먹고는 차츰 기력을 회복해나갔습니다. 호성은 고라니 고기가 떨어질 때가 되면 다시 호랑이로 변신해 사냥을 나갔습니다. 호랑이로 변신하고서는 사냥이 쉬웠습니다. 어머니께 요리해드리고도 많은 양이 남아 시장에 가져다 팔 수도 있었습니다. 호성은 고라니를 푸줏간에 넘겼습니다. 푸줏간 주인은 고기가 싱싱하다며 값을 후하게 쳐주었습니다.


호성은 고라니뿐만 아니라 멧돼지도 잡고, 사슴도 잡고, 늑대와 여우도 잡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집의 살림이 늘어났고 어머니도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살림에 여유가 생기자 어머니는 이웃마을 매파(중매하는 여인)에게 연통을 넣어 참한 색시를 찾아보라고 하였습니다.


호성이 이웃마을 처녀와 혼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효심이 지극하고 성실한 호성에 대한 소문이 벌써 이웃마을까지 퍼진 상태라 매파가 처녀의 집에 말을 꺼냈을 때 그 부모는 중매를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호성도 그 처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림이 넉넉하진 않지만 참하고 성실한 규수라는 이야길 매파에게서 들었기 때문입니다. 혼담이 있고 보름 만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결혼을 하고 난 호성은 조금만 더 있다가 결혼할 것을 하고 후회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와 잠자리를 함께해야 하니 필요한 때에 바로 호랑이로 변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큰일이군. 이거 어떻게 호랑이로 변해서 사냥을 하러 간담?’ 호성은 난감했습니다. 호랑이로 변하지 않으면 사냥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금세 살림살이가 나빠질 것이 뻔합니다. 호성은 고민했습니다. 그렇다고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일단은 아내가 잠든 사이에 몰래 빠져나오기로 하였습니다.


호성은 자주 호랑이로 변신할 수 없음을 알기에 예전보다 두 배 세 배 많은 산짐승들을 사냥했습니다. 새벽 닭이 울기 전에 호성은 광에 들어가 주문을 다시 외고 사람으로 변신한 다음 신혼방으로 살그머니 들어갔습니다.


많은 사냥을 한 날 새벽, 호성은 자는 둥 마는 둥 잠시 눈을 붙였다가 아직 잠이 덜깬 아내에게 나무하러 간다며 일찍 방에서 나와 산짐승들을 큰 지게에 싣고 장터로 갔습니다. 푸줏간에 넘길 것은 넘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팔 것은 팔고 하여 묵직한 돈꾸러미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얼마 전부터 굴현고개에 산적이 나타나 길손들의 봇짐을 죄다 털고 있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장에도 굴현고개를 넘어가는 사람들은 혼자 다니지 말고 항상 조심하라는 방이 붙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양서 온 어떤 이가 굴현고개 산적들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관아에서 뒤늦게 나졸을 풀어 현장으로 보냈지만 산적들을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졸이 출동했다는 사실을 산적들이 모를 리 없었지요. 산적들은 며칠 동안 굴현고개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관아에서도 수색을 멈추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장에 나갈 때마다 산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터라 호성은 조만간 산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짐작을 했습니다. 그러던 날 아침, 어머니와 아내에겐 산에 나무를 하러 간다고 하고선 광에 들어가 주문을 외웠습니다. 호성은 굴현고개로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호성은 천주산 낮은 봉우리 위에 앉아 굴현고개를 내려다보며 관찰했습니다. 한동안 산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소식이 퍼져서인지 굴현고개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제법 되었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요, 이사를 가는 건지 온갖 살림을 머리에 이고 지고 한 가족이 지나갈 때였습니다. 대여섯 명쯤 되는 산적들이 칼을 휘두르며 숲에서 나왔습니다.


산적을 만난 가족은 그 자리에 그만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너무 놀란 탓이겠지요. 우락부락하게 생긴 산적도 있고 못 먹어 그런지 바짝 마른 산적도 있었습니다. 산적 두목은 아이들 아버지의 목에 칼을 겨누고 가진 것을 다 내어놓으라고 했고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산적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함께 있던 다른 산적이 가족에게서 강제로 물건을 빼앗아 풀어보더니 실망하며 말하였습니다.

“두목, 지지리도 못사는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돈이 될 만한 게 하나도 없어요.”

“뭐야? 에잇, 잘못 짚었구만.”

산적 두목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가족에게 얼굴을 데밀고 말했습니다.

“관아에 신고하면 알지?”

“네, . 알구말굽쇼. 우리 가족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그때였습니다.

“크르르르….”

산적들은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커다란 호랑이가 바위 위에 떡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가족 일행은 재빨리 숲 속으로 숨어들어 갔고 산적들은 모두 칼을 빼내 들고 주춤거렸습니다.

“크앙!”

호성이 우렁찬 목소리로 위협을 가하자 산적들은 모두 나자빠지며 덜덜 떨었습니다. 호성이는 산적 두목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칼을 버리고 냅다 도망을 갔습니다. 다른 산적들도 마찬가지로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도망을 쳤습니다.

호성은 가족일행이 숨어 있는 곳을 돌아볼까 하다가 더 겁을 먹고 두려워할 것 같아 바로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장터에선 굴현고개에서 일어난 호랑이와 산적의 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호랑이가 행인을 구해주고 산적을 혼내주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호랑이가 사람들을 해치려고 굴현고개에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습니다.

그러자 관아에선 다시 호랑이를 잡아오는 자에게 큰 상금을 주겠노라고 방을 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사또는 진해장사를 불렀습니다. 당연히 안민고개에서 호랑이를 잡은 것처럼 굴현고개에 나타난 호랑이도 그렇게 잡아달라는 주문을 하려는 것이었지요.


사또의 연통을 받은 진해장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마도 그날 밤에 본 그 무시무시한 호랑이이지 싶은데 직접 잡으러 나섰다가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터이고 또, 못 가겠다고 하면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장사의 체면에 먹칠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해장사는 꾀를 내었습니다. 아파서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며 꾀병을 부렸습니다.


진해장사가 갑자기 병에 걸려 드러누웠다는 소식을 들은 사또는 실망이 컸습니다. 사또는 하는 수 없이 나졸들을 동원해 호랑이 사냥에 나섰습니다. 몇 날 며칠을 호랑이 사냥에 나섰지만 나졸들은 호랑이가 있는 곳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관아에서 호랑이 사냥에 혈안이 된 와중에 곳곳에서 산적들이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고을에 파다했습니다.


호성은 관아에서 산적을 먼저 소탕하지 않고 사람을 전혀 해치지 않은 자신을 먼저 잡으려 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산적들의 횡포는 점점 심해져 갔습니다. 호성은 하는 수 없이 호랑이로 변신해 산적이 자주 나타나는 곳으로 갔습니다. 산적들은 민가에까지 내려와 마을을 약탈하고 있었습니다.

“크아앙!”

호성은 산적들을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습니다. 무기를 들고 반항하는 산적은 앞발로 타격해 기절하게 하고 겁이 많은 산적은 꼼짝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와~!”

수많은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나졸들이 창을 들고 쫓아오고 있습니다. 호성은 이제 나졸들에게 산적 무리를 맡겨도 되겠다 여기고 산 속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나졸들은 산적을 잡을 생각은 않고 자신을 쫓아왔습니다. 기껏 산적들을 잡아줬더니 나졸들이 엉뚱하게 자신을 쫓아오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이러다가 산적들이 모두 도망가겠다 싶어 호성은 되돌아온 길을 달려가 나졸들에게 고함을 쳤습니다.

“크앙!”

나졸들은 공격할 생각도 못하고 주춤거리더니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습니다.


나졸들은 호성이 잡아놓은 산적들을 포박하여 관아로 데려갔습니다. 사또는 잡으라는 호랑이는 잡지 않고 산적들을 잡았다고 나졸들을 나무랐습니다. 이 사실이 다음날 장터에 널리 퍼졌습니다. 호성은 사또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무를 모두 팔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진지한 표정을 하며 다가왔습니다.

“여보, 어젯밤에 갑자기 잠이 깨어 일어나 보니 당신이 없던데 어딜 다녀오신 거예요?”

호성은 뜨끔했습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옛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이제 이실직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고라니 한 마리만 더 잡으면, 그래서 어머니의 기력이 완전히 회복되면 그땐 다시 호랑이로 변신할 필요도 없으니 굳이 지금 말해서 걱정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보…, 그런데 얼마 전에 집 근처에서 호랑이를 본 것 같아요.”

호성 가슴은 이제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들킨 것일까?

“서, 설마. 이곳에 어찌 호랑이가 나타나겠소? 잘 못 보신 걸게요.”

호성은 호랑이로 변신한 모습을 들킨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보았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에 5편이 이어집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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