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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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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6 09:30


(지난 줄거리) 창원시 동읍 자여마을에 사는 호성이란 청년은 효자입니다. 나무를 해서 연명하는 어려운 살림의 나무꾼이지만 어머니의 끼니를 거르게 하는 일은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사는 청년이지요. 그러나 어머니의 기력이 점차 쇠약해지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고라니 사냥을 해서 고기요리를 해 드리고 싶은데 고라니를 발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거니와 사냥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사냥을 갔지만 결국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 정병산 중턱 바위굴에서 산신령을 만나게 됩니다. 고라니 사냥을 할 수 있게 호랑이로 변하는 마법 책을 선물 받고는 집에서 책에 쓰인 대로 주문을 읊습니다.


“우니머니 머니우니….” 그러자 호랑이로 변합니다. 호성은 산신령과의 약속대로 사람을 괴롭히는 호랑이 3마리를 먼저 처치하려고 못된 호랑이를 잡으러 나서지요. 처음엔 비음산 호랑이를 만납니다. 동이 틀 때까지 싸워 비음산의 나쁜 호랑이를 물리친 호성은 집으로 돌아와 다시 주문을 욉니다.


사람으로 돌아왔지만, 비음산 호랑이와 싸울 때 생긴 상처가 아직 그대로입니다. 어머니께서 놀라 물었습니다. 호성은 나무를 하다 실수하여 다쳤다고 합니다. 그러다 호성은 장에서 안민고개에서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해코지하였으니 이 호랑이를 잡거나 죽이는 자에게 큰 상금을 준다는 방을 보게 됩니다.


그날 밤, 호성은 주문을 외워 호랑이로 변한 다음 안민고개로 한달음에 달려갑니다. 그곳에서 나쁜 호랑이를 만나 대결을 벌입니다. 호성이 호랑이를 절벽 바위 끝으로 유인하여 달려오는 호랑이를 걷어차는 방법으로 하여 절벽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호랑이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는데 숲에서 인기척을 느낍니다.


………………………………………………………………………………………………………


호성은 무서운 기세로 숲 속으로 달려들어 갔습니다.


“악!”


사람의 비명이 들렸습니다. 호성은 급히 걸음을 멈추고 큰 나무 뒤쪽으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거기엔 몸집이 큰 사내가 주저앉아 와들와들 떨고 있었습니다. 이 사내의 손에는 큰 식칼이 쥐어져 있었지만 호랑이 앞에서 너무 겁을 먹은 탓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호성은 한동안 사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추운 겨울인데도 사내의 온몸에는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호성은 이 밤에, 그리고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이곳에 사람이 어찌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제 관아에서 이곳에 호랑이가 나타나 여러 사람을 해쳤다고 하였으니 정말 용감한 사냥꾼이 아니면 올 수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러한 겁쟁이가 호랑이 출몰 소문을 뻔히 알면서도 산속으로 들어온 데에는 필시 사연이 있겠지요.


이 덩치 큰 사내의 어제 상황으로 시간을 되돌려 봅시다. 관아에서 나졸들이 나와 방을 붙이는 그 시간이군요. 덩치 큰이가 양 주먹을 허리춤에 걸치고 가소로운 듯 한마디 합니다. 그의 옆에는 키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사내가 서 있습니다.


“그깟 호랑이 한 마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렇게 상금을 걸고 방까지 붙이나 모르겠네.”


“자넨 옆에 호랑이가 없다고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쉽게 잡힐 호랑이면 왜 나라에서 상금까지 걸고서 잡아달라고 하겠나? 저건 필시 비음산 호랑이를 잡은 장사에게 부탁을 하는 거란 말일세.”


덩치 작은 이가 약간 헐뜯듯 이야기를 하자 덩치 큰이는 은근히 부아가 났습니다.


“여보게 내가 진해 땅에서 힘이 제일 장사라는 사실 모르고 하는 말인가? 그깟 호랑이 이 주먹 한 방이면 바로 나가떨어질 걸세. 하하하.”


“자넨 늘 잘하지도 못하면서 큰소리치는 것이 문제야. 씨름대회에 나가서 한 번이라도 우승한 적이 있느냔 말일세. 경기 때만 되면 배가 아프니, 고뿔에 걸렸느니 하면서 피해 다니지 않았냐구?”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보인 덩치 큰이가 말을 더듬으며 다시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무, 무슨 소린가? 그, 그럼 지금까지 내, 내가 힘도 하나 없으면서 큰소리만 쳤다는 얘긴가?”


“그럼 오늘 밤 안민고개에 올라가서 증명을 해보이게.”


“알았어! 내 당장 산에 올라가 호랑이를 잡아오지. 내가 호랑이를 잡아오거들랑 자넨 죽을 때까지 내 부하가 되어야 하네. 약속하게, 흥!”


“알았어, 알았어.”


덩치 큰 사내는 그렇게 큰소리 뻥뻥 쳤지만 사실 하나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홧김에 괜히 말을 꺼냈다가 호랑이 밥이 될 신세가 되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못하겠다고 하면 더 놀림감이 될 터여서 가슴만 졸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날이 어둑해지자 덩치 작은 이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아직도 호랑이 잡으러 산에 가지 않았느냐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들으면 더 창피한 일이기에 덩치 큰이는 친구의 입을 막고 말합니다.


“이 친구가 왜 이러나? 으흠, 으흠. 그러잖아도 나 지금 나가려는 참이네.”


덩치 큰 사내가 걸음을 산으로 옮기다 말고 돌아왔습니다.


“막상 가려니 겁이 나나 보군. 헤헤헤.”


“아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거라도 들고 가야겠어.”


사내는 부엌으로 들어가 큰 식칼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때 정말 산으로 들어가려는 친구의 행동을 알아차린 덩치 작은 사내가 말리고 나섰습니다.


“이 친구, 정말 호랑이 잡으러 산으로 가려는 것인가? 지금까지 농담한 거네. 그만하면 자네 용기는 내가 인정함세. 그만 마음 풀고 주막에 가서 술이나 한 잔 하세.”


“아니야! 자넨 아직 나의 진가를 모르고 있어. 내가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아오겠다니까!”


덩치 큰 사내도 이쯤에서 객기를 접고 친구가 한 번만 더 말려주면 못 이기는 체하고 주막에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덩치 작은 친구가 느닷없이 “그러면 안 말리겠으니 산으로 들어가게!”라고 말해버린 것입니다.


호성은 덩치 큰 사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먼동이 트는 것을 발견하곤 발길을 돌렸습니다. 비음산 정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달렸습니다. 호성은 이 와중에 고라니가 숲 속 곳곳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고라니가 많은데 왜 사냥하려고 찾았을 땐 내 눈에 그렇게도 안 띄었을까?’. 호성은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피식 웃음을 날렸습니다. 무엇이든 찾으려면 안 보이고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면 잘 보이는 법이지요.



호성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아침 밥상을 차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기력이 더욱 쇠잔해졌습니다. 혼자서는 일어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호성은 벌써 며칠째 어머니께서 고기를 드시지 못하였으니 더욱 안 좋아졌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호성은 속으로 결심했습니다. 아무리 산신령님의 경고가 있었지만 우선 어머니부터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입니다. 나머지 남은 호랑이 한 마리는 언제든 나타나면 그때 가서 처치하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호성은 그날 밤 바로 호랑이로 변신하자마자 고라니 사냥을 나갔습니다. 정병산과 안민고개를 오가며 고라니가 많은 곳을 봐놓았기 때문에 사냥은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고라니 한 마리를 물고 집으로 돌아온 호성은 마당에 고라니를 던져놓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호성은 주문을 읊어 사람으로 변신한 다음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고라니의 가죽을 벗기고 뼈와 살을 발라 뼈는 뼈대로 살을 살대로 요리 하였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호성의 집에는 맛있는 고라니 요리 향기로 가득하였습니다. 요리한 것을 밥상 가득히 차려 어머니께 올렸습니다. 어머니는 고라니 고기를 많이 드시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맛있게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게 다 어디서 난 거냐?”


“예, 어머니. 어제 산에 갔다가 나무를 들이받고 쓰러져 있는 고라니를 보았어요. 전에 사냥하러 갔을 땐 그렇게 찾아도 안 보이더니, 이런 횡재를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머니, 많이 많이 드시고 얼른 기운 차리세요.”


호성은 어머니께 자신이 호랑이로 변해 사냥해온 것이라고 솔직히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행여 솔직히 말씀드린다고 해서 어머니께서 믿어주시지도 않겠거니와 괜한 걱정을 안겨드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호성은 다시 산으로 나무하러 갔습니다. 어머니께서 맛있는 고기 요리를 드시고 기운을 조금이라도 차리신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죽어가는 나무나 삭정이를 그러모아 지게에 한가득 채우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호성은 전과 마찬가지로 일부는 단골에게 팔고 남은 것은 시장에 지고 나갔습니다. 햇볕 따뜻한 곳에 앉아 나무 사러 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골목 저쪽 끝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 아이가 놀란 표정으로 고함을 치며 달려옵니다.


“호랑이다! 아주 큰 호랑이를 잡았어요. 굉장해요.”


그 소리에 곳곳에서 물건을 사고팔면서 흥정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골목 끝으로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호성도 고개를 빼고 그쪽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산에서 보았던 그 덩치 큰 사내가 배를 내밀고 거드름피우듯 앞서 걷고 그 뒤쪽으로 체구가 작은 사내가 꽹과리를 치면서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 두 사내의 바로 뒤로 예닐곱 사람이 긴 나무를 어깨에 걸치고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긴 나무엔 어젯밤 그 안민고개 호랑이가 네 발이 묶인 채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 호랑이는 바로 여기 진해 장사님께서 어젯밤 안민고개에서 맨손으로 잡으신 것이렷다! 여보시오들, 손뼉 좀 치세요. 이 얼마나 장한 일입니까?”


사람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이야기에 시장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얼떨결에 손뼉을 쳤습니다.


“야, 대단하군, 저 큰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니! 저 사람이 진해 장사라지? 진해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얘길 들어보진 못했지만 정말 훌륭한 일을 했어. 암.”


호성은 그 일행이 앞을 지나갈 때 아주 세게 손뼉을 쳐주었습니다. 앞서 가던 그 덩치 큰 사내가 호성에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호성과 사내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호성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사내는 한참 호성을 멀뚱멀뚱 보다가 고개를 돌려 관아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다음 주에 4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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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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