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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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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동읍 자여마을 뒷산에는 언제부턴가 호랑이가 된 구씨 사내의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없는 이 젊은 사내는 노모를 봉양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노모의 몸이 쇠잔해지자 어찌할 수 없어 여간 마음 아파하지 않았습니다.


노모의 기운을 차리게 하기 위해 뒷산 중턱 바위굴에 들어가 산신령께 빌기로 했지요. 아내에게 노모를 보살펴달라고 맡기고 말이죠. 바위굴 밖에선 늑대가 짖고 호랑이도 사납게 으르렁거려도 꾹 참고 몇 날 며칠을 기도하였습니다. 그러자 마침 산신령이 나타나 책자를 하나 주면서 책을 보고 주문을 외우면 호랑이가 된다고 이르고 고라니를 잡아 어머니께 드리라고 합니다.


산신령은 사내에게 두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사람을 괴롭히는 호랑이 세 마리를 죽여야 하고 그 후 고라니 열 마리를 잡아 어머니께 고아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내는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하고 그 책을 받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날 밤 아내가 잠든 사이에 주문을 외우자 몸이 호랑이로 변하였습니다.


호랑이가 된 사내는 산으로 들어가서 나쁜 호랑이와 싸웁니다. 그리하여 두 마리를 죽이게 되나 마음이 급한 나머지 한 마리는 나중에 잡기로 하고 고라니를 매일 잡아서 어머니께 고아드립니다. 고라니 아홉 마리를 잡아 어머니께 요리해 드렸을 때 어머니의 기력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한 마리만 더 고아드리면 어머니는 완쾌될 것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주문을 외우고 호랑이로 변해 산으로 들어갑니다.


이때 사내의 아내가 이 모습을 지켜보게 됩니다. 놀란 아내는 남편이 보고 외우던 책을 없애면 호랑이로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궁이에 넣어 태워버립니다. 돌아온 호랑이 남편은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가 없게 되자 울면서 산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러고 며칠 후 산에서 포수의 총소리가 들리고 호랑이의 흔적은 사라지게 됩니다. 대신 그 부근에 호랑이 모양의 바위가 새로 솟아나 있고 그 바위는 자여마을 구씨 사내의 집을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전설, ‘호랑이가 된 사내’는 신이 등장하고 몇 가지 금기를 제시하는 전형적인 전설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설의 일반적인 결말인 비극으로 끝이 납니다. 이런 비극적 구조는 항상 교훈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요. 이번 전설텔링은 이 옛날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꾸며보겠습니다.


…………………………………………………………………………………………………………


“어머니, 산에 나무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산짐승들이 내려올지 모릅니다. 제가 다녀올 때까지 문단속 단단히 하고 기다리셔야 합니다.”


아들의 인사를 들은 노모는 방문을 열고 걱정스레 바라보았습니다.


“니가 이 에미 때문에 고생이 많구나. 장가 들 나이가 훨씬 지났는데 살림이 이렇다 보니 중매 들어오는 곳도 없고, 에휴~. 너도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사내의 이름은 구호성입니다. 구호성은 마을에서 소문이 자자한 효자입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장에 가고 싶다고 하면 지게에 어머니를 얹히고 먼 거리임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다녀오곤 하였지요. 호성의 그런 효심을 아는지라 마을 사람들은 호성이가 해온 나무를 일부러 사주기도 하곤 했지요.


하지만, 나무만 해다가 파는 것만으로는 노모를 봉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끼니를 때울 정도의 보리쌀을 살 정도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성은 나무하러 산에 들어가서는 토끼를 잡는 등 사냥도 하였습니다.


호성은 사냥한 토끼를 맛있게 요리하여 어머니 밥상에 올렸습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고기를 먹게 되어서인지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호성은 매일 토끼 사냥을 해서 어머니께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토끼사냥을 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토끼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발견한 토끼를 놓치기도 일쑤였습니다. 때로는 토끼를 잡으려다 비탈에서 굴러 다치는 바람에 해놓은 나무마저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기력은 점점 쇠잔해갔습니다. 호성의 걱정도 점점 커져갔습니다. 호성은 산에서 나무를 하기보다는 사냥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매일 산을 헤매며 다녔지만 사냥이라는 것이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토끼를 쫓다가 놓치기 일쑤였고 늑대나 멧돼지를 만나면 오히려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정말 잡고 싶었던 고라니는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매번 빈털터리로 돌아오는 호성에게 어머니가 말씀했습니다.


“얘야, 이제 사냥은 그만두거라. 이러다 너마저 어찌 될까 두렵구나. 그냥 예전처럼 나무나 해다 팔고 넌 다시 글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


어머니는 아들이 잘못될까 걱정이 되어 사냥을 그만두게 하려 했지만 호성은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날이 기력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호성은 찬바람이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날이지만 계곡에 내려가 얼음을 깨고 목욕을 하고서 기도를 하였습니다. 제발 오늘은 고라니 한 마리를 잡게 해달라고 말이죠.


목욕재계한 호성은 대밭에서 튼튼한 대나무 하나를 잘라 끝을 날카롭게 다듬었습니다. 고라니를 발견하면 대창을 던져 잡으려는 계산이었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적당한 크기의 돌도 보이는 대로 주워 어깨에 걸쳐 멘 보자기에 담았습니다.


오전 나절, 이산 저산 여러 산을 돌아다니며 고라니의 흔적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싸온 주먹밥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 호성은 더욱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맞은 편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짝 긴장한 호성은 몸을 숙였습니다.


눈 쌓인 나무들 사이로 고라니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라니는 아직 호성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눈밭을 헤치며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호성이 살금살금 고라지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뽀드득!”


눈밟히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렸는지, 호성이도 멈칫했습니다. 긴장하며 다시 몸을 숙이고 있는데 고라니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호성이도 따라서 뛰었습니다. 호성이가 사력을 다해 달렸지만 고라니의 뜀박질을 당할 재간이 없습니다. 호성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대창을 힘껏 던졌습니다.


해가 어느새 뉘엿뉘엿 서산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호성은 패잔병처럼 힘겹게 걸음을 옮기며 마을 뒷산인 정병산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렇게 빈손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솟았습니다. 호성은 마음을 달래고자 산 중턱에 있는 바위굴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어려서부터 자주 놀러 왔던 곳이었습니다.


“산신령님께서 계신다면 제 소원 하나를 들어주세요.”


호성은 중얼거리듯 산신령에게 소원을 빌었습니다. 배도 고프고 기력을 너무 소진한 탓에 눈앞이 가물가물해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이야기로만 듣던 산신령이 턱 하니 서 있는 것입니다.


“니가 나를 찾았느냐? 그래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산신령님, 제 소원은 어머니께 고라니 고기를 맛있게 요리해서 드리는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기력을 찾으실 때까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저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젊은이구나. 너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호성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산신령의 말에 한없이 기뻤습니다. 그래서 절을 몇 번 하고 있는데 눈앞에 책이 한 권 툭 던져졌습니다. 호성은 고개를 들어 산신령을 쳐다보았습니다.


“산신령님, 이것이 무슨 책입니까?”

“그 책에 쓰인 주문을 읊으면 너는 호랑이로 변신할 것이다. 호랑이로 변해서 고라니를 잡아 어머니께 요리해 드리거라. 고라니 열 마리를 고아 드시면 어머니의 기력은 완전히 회복될 것이다.”

“정말입니까? 어머니께서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단 말이죠? 정말 고맙습니다. 산신령님.”


호성은 몇 번이고 고개를 조아리며 산신령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먼저 일러둘 말이 있다. 니가 호랑이로 변신해 고라니를 잡기 전에 사람들을 괴롭히는 호랑이 세 마리를 죽여야 한다. 그리고 그 책은 절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책을 보면서 주문을 외워야만 니가 호랑이로 되었다가 다시 사람으로 되돌아올 수가 있으니 명심하거라.”


그날 밤 호성은 어머니께서 잠이 드신 후에 등잔불을 켜고 산신령이 준 책을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무슨 뜻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글자들이 쓰여 있었습니다. 호성은 한 자 한 자 정성껏 읽어내려 갔습니다.





“우니머니 머니우니, 머니머니 우니우니, 으르으르 으르으렁!”


호성은 깜짝 놀랐습니다. 책에 쓰인 주문 같은 글을 한참 읽어내려가고 있는데 책을 잡고 있던 손이 어느덧 호랑이 손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손이 갑자기 왜 이렇지?’ 호성은 얼굴을 만져보았습니다. 이미 얼굴도 호랑이로 변해 있었습니다. 산신령님이 주문을 외우면 호랑이로 변신한다고 하였지만, 막상 호랑이가 되고 보니 약간 두려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호성은 살짝 소리를 내어보았습니다.


“크르르렁~.”


호랑이가 된 호성은 책을 책상 아래에 소중히 놓아두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스름 달빛이 정병산을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호성은 고라니를 잡기 전에 먼저 못된 호랑이 세 마리를 먼저 죽여야 한다는 산신령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평소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는 비음산으로 달려갔습니다.


비음산 능선에서 바위 사이로 어슬렁거리며 걸어나오고 있는 호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저놈이 툭하면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을 해친다는 비음산 호랑이구나! 저놈을 내가 죽여야 우리 어머니가 살 수 있다.’ 그러나 호성은 막상 달려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호랑이로 되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진짜 호랑이인데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음산 호랑이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호성은 두려움 반 갈등 반으로 온몸을 떨었습니다. ‘크렁 크렁…’ 비음산 호랑이가 코를 벌름거렸습니다. 이젠 고민할 여지도 없게 되었습니다. 호성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바위 위로 솟구치며 비음산 호랑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크아앙~!”


달빛도 잠자는 듯이 게슴츠레 비추는 오밤중, 비음산에서 싸우는 호랑이 소리가 천지를 울렸습니다. 두 호랑이의 싸움은 새벽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선잠 깬 동네 닭들이 동이 트기 한참 전인데도 꼬꼬댁꼬꼬댁 울어댔습니다. 그러자 동네 개들도 느닷없이 컹컹거리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세상은 조용해지고 멀리 빠알간 얼굴을 한 해님이 바다 위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다음 주에 2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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