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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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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철이다.

 

마당 감나무 사이에 휘영청 늘어져 있는 매실나무는 열매가 익어갈수록 손이 땅에 닿도록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가지 하나는 무게를 못 이겨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열매가 상하기 전에 가지 하나에 열린 매실을 죄다 땄다. 아직 어린 매실인데도 제법 무게가 나갔나보다. 열매를 따고 보니 부러졌던 가지가 조금이라도 다시 올라간 느낌이다.

 

매실을 따면서 이건 장아찌를 만들려고 확고하게 마음을 먹었더랬다.

 

아내가 그날 저녁 매실주 남은 거 없나 하고 찾기 전까진... 

 

 

지난해 담근 매실주가 영 팔리지 않아 처치곤란(?), 정말 그랬다. 처치곤란이었는데 며칠 전 삼겹살에 맥주 한 잔 미리 걸치고 아쉬워 꺼냈던 매실주에 둘 다 무슨 발동이 걸렸던지... 그 많던 매실주를 눈깜짝할 사이에 작살을 내고 말았던 거다.

 

나야 매실주를 배아플 때 약으로 먹고 아이들은 매실 즙을 약으로 먹긴 하지만, 아내는 오래 전부터 매실즙이든 매실주든 맛 없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존재가 바로 매실이었다. 그래서 탐스럽게 익어 나뭇가지에서 그렇게 유혹을 해도 콧방귀나 뀌며 지나치던 아내가 아니었던가.

 

하여튼 이날 2.5리터는 됨직한 병에 매실과 함께 든 매실주를 아주 조금 남기고 다 먹었다. 매실이 양을 많이 차지해 느낌으론 소주 작은병 두세병 나왔을까 모르지만... 그런데 그날 밤 둘이는 '맛없다, 맛없다' 연발하면서 왜 그렇게나 먹었을까 아직 이해하기 어렵다.

 

달콤하기도 하고, 당연히 설탕을 탔으니까. 씁쓰레하기도 하고 혀의 양끝에 침을 솟게하는 신맛이 그렇게도 강했는데... 매실을 따면서 다시 매실주를 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인간사 머릿속 생각방정도 요지경이다.

 

 

어쨌든 매실주도 담고 장아찌도 만들기로 했다. 조그만 물병에다 매실을 다듬어 씨를 빼고 넣어 설탕을 재었더니 반나절만에 물이 빠져 흥건하다. 그러면서 높이도 낮아져 먹을 양이 얼마 되지 않겠다 싶으니 아쉬워졌다.

 

캄캄해지기 전에 다시 마당으로 나가 부러진 가지에 아직 남아있던 열매하고 다른 가지에서 아직은 한참 더 알이 굵어질 가능성이 충분한 놈이라도 미련없이 땄다. 장아찌 만드는 물병에 추가해서 설탕을 더 넣었다. 키가 어느정도 올라왔다. 나머지는 술이다.

 

작년 매실주 비운 병에 술을 좀 더 리필했다. 매실을 버리기 아까워서 좀 더 우려먹으려는 심산이다. 녹차도 삼세번인데... 새로 딴 매실은 씨를 빼고 술병에다 넣었다. 설탕도 넣고 소주를 처음엔 조금 넣었다. 좀 찐하게 먹어보려고... 하지만 금세 맘이 바뀌었다. 매실 먹자고 한 게 아니라 술 먹자고 한 짓인데 싶어서였다. 아, 5리터 담금주 절반을 이렇게 썼다.

 

다음 주 쯤 매화나무에 토실토실 맺을 매실이 이날의 오십배는 더 나올 텐데... 소주를... 더 사야 하나...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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