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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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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06:40

작약은 모란과 마찬가지로 줄기는 그리 튼실한 것 같지 않으나 커다란 꽃을 피운다.

 

그래서 함박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처음, 그러니까 8년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왔을 때 그때에도 함박꽃과 모란이 활짝 피어있었다.

 

어쩌면 그 꽃들의 자태에 뿅가서 이 집을 샀는지도 모른다.

 

한동안 대문을 새로 공사하느라 누구든 집 마당으로 출입이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때 어느 야밤에 모란은 누군가에 의해 뿌리째 뽑혀 납치당하고 말았다.

 

아무리 꽃이 탐나기로서니 남의 마당에 피어있는 꽃을 뽑아 가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에 한동안 멍하니 마당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이제 그 자리에 작약이 번식하여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민들레만큼이야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번식이 난잡하지 않다. 1년이 지나야 옆자리 줄기 대여섯줄 뽑아 올리는 수준이라, 분양이라도 할 마음에 갑갑하기도 하다.

 

작약은 꽃을 피우는 게 순식간이다. 성질이 아주 급한 모양이다. 오월 초순 외계인 눈같은 빨간 봉오리를 내미는가 싶더니 중순이 되면 봉오리의 스무배는 더 넘는 크기의 꽃잎을 펼친다.

 

해님의 바쁜 일상에 따라 이렇게 널찍한 꽃잎을 펼쳤다 오므렸다 하니 힘들기도 하겠다.

 

급한 성질 때문인지 몰라도 꽃잎을 훌훌 털어내 버리는 것도 순간이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하룻밤 사이에 무슨 슬픈 사연을 접했는지 몰라도 우수수 붉은 눈물 쏟아내고 만다.

 

아침 해님이 담장 너머로 올라와 간밤에 잘 잤는지 인사나 하려 내려다 보면 작약은 눈물만 잔디밭 가득 흘려놓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제부터 작약은 나날이 고개를 숙여 머리를 땅에 파뭍는다. 작약의 씨가 얼마나 무거운지 고개를 숙이다 숙이다 7~8월이면 머리에 인 광주리를 탁 터지게 해선 콩알 같은 씨앗을 튕겨낸다.

 

그런 작약이 있는 마당. 우리집 마당이다. 이렇게 계절이 살아있는 마당이 넓은 집을 아이들은 벌레가 많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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