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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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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정현수, 천태수. 우리는 한동안 삼총사로 불렸다. 1975년, 우리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한동네 살았고 우연히 모두 한반이었다. 우선 사진부터 설명하자면 5학년 때 경주 수학여행에서 찍은 모습이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찍었지 싶다. 단체사진을 빼면 유일하다. 다른 친구들은 여기저기서 막 사진을 찍던데 나는 사진값이 걱정된 데다 그땐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였지 싶다.

 사진을 보니 나의 바지가 가장 짧다. 바지를 이렇게 짧게 입은 어린이는 나밖에 없었다. 나는 이렇게 짧은 바지를 싫어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바지가 이것밖에 없다며 입고 가라며 늘 등을 떠밀었다. 있는 바지 두고 다른 새바지를 살 만큼 집안의 여유가 없었던 시기였기에 약간의 쪽팔림을 억누르며 학교에 다녔던 기억이 난다.

 35년 전의 교복은 지금에 비하면 참 촌티가 펄펄 날린다. 이당시 대한민국 초등학생이라면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었다. 한참 후에야 알아차린 것이지만 이 교복이 일제의 잔존이란 사실에 깜짝 놀랐다. 요즘도 일본 만화영화 도라에몽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윤수와 태수 그리고 나, 우리 셋은 성격이 제각각 차이가 많이 났다. 윤수는 활달하고 도전적이었고 태수는 똑똑했고 신중했으며 나는 어쩌면 얌전하기만 했다. 어쩌다 장난기가 발동하면 셋이 의기투합해 여학생들이 놀이하고 있던 고무줄을 끊고 도망치는 미션을 감행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희한하게도 이때 친구 셋이 모두 이름 끝자가 '수'였는데 15년 세월이 흐른 후 첫 직장에서 만난 동기 중에서도 이름 끝자가 '수'로 끝난 사람이 셋이 있어서 '수트리오'로 불린 적이 있다. 우리 나이에 '수'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많은 모양이다.

 윤수와 태수, 이 친구들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그렇게 삼총사로 의기투합하며 교정을 휘젖고 다녔어도 각기 다른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눈에서 멀어지고 마음에서 멀어졌는지 모른다. 그렇게 잊힌 친구들이 사진속에 옛모습을 그대로 남겨놓았으니... 이렇게 추억 속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게 어쩌면 다행한 일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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