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8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0)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04-25 00:01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아내는 일을 나갔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들만 창원시에서 마련한 가족한마음대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케이크만들기를 했는데 아내가 함께 있었다면 작품 같은 작품이 나왔을 텐데 정말 아쉽고 미안합니다.


행사 시작 시각은 오후 2시 30분인데 우리는 15분쯤 도착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도 몇 있었습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즉석사진기로 사진찍어주기 행사하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일찍 행사장에 가니 기다리는 불평도 있지만 이런 곳에선 다른 사람이 오기전에 이런 저런 행사에 먼저 참석하는 이점도 있더군요.


사실 우리가 행사 시작 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갔던 것은 아버지교육을 받았던 내용을 발표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진행 담당자가 10분 정도 일찍 나와달라고 해서입니다. 60가족이나 모였던데 나는 많은 사람들이 사례발표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족봉사단 1명, 다문화가정 1명, 부부교육 1명, 그리고 내가 받은 아버지교육 수료자 1명, 이렇게 4명이 사례발표를 했습니다. 편안하게 마음 먹고 참석했는데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사로 그냥 몇마디 떠들다 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 부담되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보는데 이럴때 잘해서 아빠 점수 더 받아볼까하는 욕심도 생기더군요. 처음에 글을 보고 잃다가 말하기가 매끄럽지 못하고 어디쯤 읽었는지 잘 찾아지지도 않고 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떠들었습니다. 실감나는지 웃는 사람도 보이고 우리 가족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들 성적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박수도 나오더군요. 발표하면서 재미도 느꼈습니다. 앞사람들이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간단하게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 와중에 큰딸이 사진을 많이 찍어놓았더군요.


막내가 '톰과 제리의 크리스마스' 뮤지컬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박수도 치고 손가락으로 제리의 위치를 가리키기도 하고 음악이 나오면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뮤지컬 팀이 마치고 물건을 철수할 때 ㄱ자앵글 끄트머리에 턱을 긇혀서 한참 울어야했습니다. 진행자가 부랴부랴 구급함을 가지고 와서 약을 바르고 밴드를 발랐는데 흉터가 남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둘째와 막내의 뮤지컬 관람 표정이 참 진지합니다.


첫째와 둘째가 케이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는 막내와 함께 밖에서 놀았습니다. 케이크를 만드는데 방해가 될까봐 그랬는데 잠시 잠시 들어와보니 사람이 빚은 작품이 아니라 그냥 바람과 비 같은 자연이 빚은 작품인듯 너무나 자연스러운(?)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막내는 풍선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많은 풍선이 한자리에 있으니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막내가 살짝 빼온 풍선 하나는 입으로 물고 있다가 터져버렸는데 다행인 것은 행사가 다 끝나갈 무렵이었다는 것입니다.


행사 참석자들이 열심히 케이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들 케이크 만드는 기술을 배운 사람들처럼 너무 잘만들었습니다. 그런 작품을 쭉 돌아보다 우리 아이들이 만든 것을 보니 단연 눈에 확 띄더군요. 확실히 차별화된 작품입니다. 둘째가 맨손으로 과일을 집어서 케이크 위에 놓자 누나는 불만입니다.


작품은 중학생 누나의 열의와 초등학생 동생의 상반된 취향의 열의가 맞물려 엉성하고 이상하지만 내일이 할머니 생신인데 때마침 의미있는 선물이 생겼습니다. 내일 저녁에 이 케이크로 파티를 해야겠습니다. 두고두고 되새길 수 있는 추억거리가 생긴 것입니다.

다음은 이날 사례발표한 내용입니다. 두어줄 읽어내려가다가 많이 더듬거렸는데 고개 한 번 들고 다시 숙이니 어디쯤 읽었는지 위치를 찾지 못해 그 다음부턴 아예 안보고 생각나는 대로 설을 폈습니다. 인사하고 단상에서 내려오니 빠트린 게 왜그리 많든지...

흔히 ‘세상살이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지요. 참 쉬운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힘들어하는 사람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이 생명을 지니려면 구체적인 실천사항들을 제시해야만 합니다. 그 실천사항들을 가르쳐준 것이 창원시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아버지교육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아버지교육을 받은 건 지난 7월 2기 교육입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가 대상이었는데 마침 둘째 아이와 오랫동안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때였습니다. 둘째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인데 아무리 좋은 말로 설득하거나 험상궂은 표정으로 협박을 해도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라는 공부는 아예 제쳐놓고 컴퓨터로 게임을 하거나 제가 좋아하는 TV만화영화만 틀어놓고 보는 것입니다. 할머니나 엄마가 그것을 못하게 하면 의자를 차고 물건을 던지고 엉뚱한 화풀이를 하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나 아내로부터 둘째의 행각에 대한 보고가 들려오잖아요. 화가 머리끝까지 치올라 만사 그만 두고 집으로 달려가 아이를 어찌 해야겠다는 생각에 흥분하기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아빠에 대해선 겁을 많이 내는 편입니다. 화가 나면 악마처럼 매를 드니까요. 전화로 아이를 불러서 경고를 줍니다. “만약에 아빠가 집에 들어가서 네가 할머니, 어머니 말씀 안 들었다는 얘기 들리면 너, 발바닥 다섯 대 맞을 각오해라. 살살 안 때린다.” 그러면 두어 시간 조용하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빠의 경고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나 봅니다. 할머니, 어머니 간섭이 다시 시작되고 아이는 난리가 나죠.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가면 아이는 아빠에게 죽습니다. 몇 번을 두드려 맞고 보니 아이도 요령이 생겼는지 아빠가 퇴근할 시간만 되면 바로 이불 덮고 잡니다. 바로 1분 전까지만 해도 TV켜놓고 떠들던 애가 순식간에 이불 속에서 곤히 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아빠가 아니었죠. 깨워서 12시 넘게까지 공부하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몇 가지 매를 들 만한 구실이 생기면 그냥 안 넘어가죠. 이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몇 년 동안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책을 참 많이 봤습니다. 개구쟁이 아들 잘 다루는 법이나 산만한 아이 집중력 기르기 같은 책을 읽기도 하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가슴에 새겨 아이에게 대하려 했지만 그때 마음뿐이었습니다. 아이가 또 집에서 말 안 듣고 행패를 부린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아빠는 다시 악마로 변신하고 말죠. 마음먹는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새삼 깨달았습니다.

건강가정센터의 아버지교육을 받고는 아이가 변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배운 대로 아이에게 적용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금세, 아빠가 퇴근하기 전에 잠자는 아이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로 변하더군요. 비결은 아시다시피 간단합니다. 공부하란 소리 안 하고 아이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였습니다. “응,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아빠하고 생각이 어떻게 똑 같니?”

2주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실감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아이가 변했으니 벌써 6개월이 다되었습니다. 참, 아이의 성격이 밝고 적극적으로 변하고 나니 정말 기분 좋은 일도 일어났습니다. 평균에 훨씬 못 미치던 성적이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점수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스스로 게임하는 아이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변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정작 자신이 변한 게 아니라 아빠가 변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제가 많이 변했습니다. 저도 그것을 인정합니다. 아빠가 변했으니 아이가 변한 것처럼 보이는 거지요. 아이가 한 번씩 말썽을 일으키면 이런 농담을 던집니다. “아빠, 옛날 모습으로 돌아갈까?” 아이는 바로 손사래를 치며 “그것만은 제발!”합니다.

10월에 받은 3기 교육도 제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교육을 받으면서 중학생 딸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딸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같이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하며, 또는 같이 공부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머지않아 서로 신뢰하는 부녀지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3기 교육 때 배운 ‘삼수 아버지의 믿음’이 떠오르네요. “난 우리 삼수를 믿네.” 그 삼수라는 사람은 후에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지요.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