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높은 이야기…호시 신이치 초단편소설 '호박마차'
호시 신이치의 초단편 소설은 읽기가 편하다. 문장으로 치면 단문의 나열로 속도감이 좋은 소설이다. 이런 초단편을 좋아하는 것은 내 성격과도 맞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기를 해도 나는 단거리 쪽이다. 예전 고등학교 때 100미터를 두고 비교했을 때 나는 3학년들보다도 빨랐다. 정확히 13초를 뛰었으니. 그런데 1000미터 장거리는 꼴등을 도맡아 했다. 그래서인지 대하소설이나 책 한 권 넘는 장편에는 좀체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단편보다 더 짧은 초단편을 만나니 고기가 물을 만난듯. 수시로 박진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짧은 한 편의 소설 속에서 기승전결을 오롯이 맛본다. 특히 호시 신이치 작품은 마지막 반전이 재미있다.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처럼 기상천외한 발상 역시 책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 3분의 2정도를 읽었나 보다. 27편 중에서 19편을 읽었다. 책의 앞 쪽 '차례' 쪽을 보니 지금까지 읽었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비밀조직'. 아무나 함부로 가입할 수 없는 비밀조직이라 해서 뭔가 거창한 것인가 싶어 억지를 써서 가입했는데 참나, 그 비밀활동이 하루에 하나씩 착한 일 하기란다. 그래서 탈퇴를 하려는데 탈퇴가 쉽지 않다. 이 비밀조직의 유일한 즐거움이란 탈퇴하는 자를 괴롭히는 것이다.
'과연'. 아, 역시 추상적 제목은 내용이 쉽게 기억나지 않아. 아, 맞아 정신이상자인지 그 핑계를 댄 범죄자인지 그 인간에 관한 이야기였지. 한 남자가 소년이 사는 집에 들어와 집기를 다 부수고 불을 질렀다. 경찰에 잡혀 재판을 받는데 자신은 외계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법으로 자신을 처벌할 수 없다고. 거짓말 탐지기조차 그의 주장을 거짓으로 밝히지 못했다. 무죄 선고를 할 즈음에 소년이 남자를 칼로 찔러 죽여버렸다. 소년은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소년의 변론 "나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니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없습니다."
'허상 속의 공주'. 이 이야기는 동화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니? 하는 것처럼. 옛날에 왕이 있었다. 결혼해야겠다고 맘 먹고 마법사를 찾아가 자기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왕비를 구해달라고 했다. 어찌어찌 자기한테 딱 맞는 여자를 만나 결혼했는데, 왕은 자기가 잘나서 결혼한 거지 마법사 도움으로 결혼한 게 아니라며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마법사는 거울을 하나 주고 나라를 떠났다. 왕과 왕비에게서 난 공주는 마법사가 남겨둔 거울을 보며 자랐다. 실제는 모생겼지만 거울속 공주는 아주 예뻤기 때문에 거울을 떠나지 않았다. 왕이 그것을 알고 저주를 풀려고 했지만 마법사를 찾지 못했다. 공주가 결혼할 나이가 찼지만 공주와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웃 나라에서 젊은이가 찾아와 공주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그는 왕자였다. 그런데 왕자도 거울을 보며 컸는데, 잘 생긴 이 왕자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너무 못 생기게 나와 자존감이 바닥이었다.그러니 공주와 결혼하게 된 것만도 자신에게는 다행인 것이다. 둘은 행복하게 살았는데 작가는 이를 두고 "세상에 별 희한한 일도 다 있다"고 마무리.
에고... 다 쓰긴 시간이... 나머진 퇴근하고 집에서. 근데 술 한 잔 하고나면 글쓰기가 될랑가...
참. 이렇게 이야기를 요약해보는 것은 이런 공부를 통해 내 나름 이야기 소재와 구조를 구상하기 위한 훈련. 오늘 읽은 이야기 중에 희곡으로 각색해도 좋을 만한 스토리가 있는데... '아이의 방'이다. 내일쯤 요약할는지 모르지만 내용이 솔깃할 걸. 이번 주 안으로 각색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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