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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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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몇 달 희곡, 미술, 음악 등 이론서만 손에 쥐다가 소설을 읽고 있다. <저지먼트>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고바야시 유카. 소설을 읽으면서 독특한 소재를 특유의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스타일이 호시 신이치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다. 호시 신이치는 '안전카드' 등 초단편소설을 많이 쓴 작가로, 역시 기괴한 사건을 기상천외하게 풀어가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고바야시 유카의 이 소설은 각각의 독립적인 단편들이 모여 장편을 이루는 특징을 보인다. 소제목을 보면 '사이렌' '보더' '앵커' '페이크' '저지먼트' 이렇게 다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전혀 상관이 없는 구조다. 어제와 오늘 사이렌과 보더, 앵커 세 가지 이야기를 읽었다.


이 세가지 이야기 중에서 의외성, 기발성, 플롯의 완결성이 가장 뛰어나고 작가가 근본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가장 잘 드러낸 스토리는 '보더'인 것 같다. 페이크와 저지먼트를 나중에 읽고 나면 또 순위가 어찌 바뀔지는 모르지만.


'사이렌'은 No. A17, 복수감찰관 A8916 사안에 관한 이야기다. 복수집행자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이고 처벌을 받는 가해자는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아들은 가해 학생 패거리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결국 그들에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던 것이다.


아들이 당한대로 아버지는 주범인 가해자에게 되돌려주는 과정을 담았다. 가해자 앞에서는 복수성향 100퍼센터 강한 파워를 보이지만 돌아서선 나약한 시민이요, 고뇌에 괴로워하는 한 인물로 되돌아온다.


가해자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질문한다. "왜 아사히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이 이유를 십 초 내로 설명해!" 자기 아들의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를 녀석에게 물었다. 알리가 없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이 어디있는가? 그 말도 안 되는 것이 핵심이다. 자기 아들이 이놈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으니 말이다. 


복수는 사흘간 지속됐다. 아들이 사흘간 고통을 당하고 죽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복수날. 아버지는 가해자에게 아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맞춰보라고 문제를 냈다. 오므라이스, 햄버그, 그라탱, 카레, 초밥, 라면.... 카레는 맞췄지만 라지냐는 맞추지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준비해온 바퀴벌레를 가해자의 입속에 쑤셔넣었다. 아들이 그렇게 이놈에게 당했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바퀴벌레를 토해내자 알루미늄 배트로 다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리고 몇 가지 문제와 오답. 송곳으로 가해자의 몸 곳곳에 찔러 아들이 느꼈을 법한 고통을 그대로 당하게 하는 아버지의 살의. 복수를 진행하던 어느 날 가해자의 어머니가 찾아와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아직 어린애라고. 열아홉살. 피해자의 아버지는 나쁜 짓을 저질렀을 때만 미성년자라고 우기고 내빼는 비겁한 짓에 진저리를 친다. 그가 하는 말. "당신 아들이 날 괴물로 만든 거야!"


사흘 째 복수날. 아버지 요시아키는 십년은 더 늙어버린 듯한 초췌한 모습이다. 복수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요시아키는 오늘도 질문으로 복수를 시작한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색깔?" 빨강, 파랑, 노랑, 초록.... 가해자 겐야가 아는 색은 다 말한 듯하다. "다 틀렸어. 정답은 연한 보라색이야."


아들이 살해당한 시각, 감금된지 나흘 째 동틀 무렵. 요시아키의 질문은 이어진다. "동이 트기 몇 시간 전에 니가 한 짓을 기억하나?" 다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요시아키는 알루미늄 배트를 치켜든다. "머리카락을 태우고, 송곳으로 눈을 찌르고,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칼로... 배를... 찔렀어." "하나가 부족해. 코뼈를 부러뜨렸지."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장황하게 들려준 요시아키는 자식을 둔 부모의 처지에서 큰 배려를 베풀어 겐야의 심장을 바로 찔러 더는 고통 없이 복수를 마무리하고 만다.


요시아키는 아들의 복수를 하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못난 아버지였던가를 깨닫게 된다. '보더' 이야기는 다음에... 극단 상상창꼬 연기훈련 시간 다되어 후다닥.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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