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발레 '잠자는 숲속의 공주' 성산아트홀 공연
언젠가 발레에 대해 좀 깊게 공부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발레를 인문학적으로 처음 접한 건 2년 전 창원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수요문화대학에서였다. 정확한 날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4~5월 사이 봄이었을 게다. 한국의 대표 발레리노 이원국의 강의로 남자 발레 춤꾼의 삶을 희미하게나마 공감했던 시간이었다.
이런 저런 전문 용어도 들었지만 그게 귓속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그러다 6월께 언제 발레를 보러 가게됐다. 경남발레단의 '별총발'이란 작품을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봤는데 내가 선입견으로 가졌던 그런 발레가 아니었다. 오히려 현대무용에 더 가까웠다.
아, 이 글을 쓰다 보니 아주 오래 전에 발레 작품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10년 전쯤 아내와 함께 백조의 호수를 봤다. 사실 그 때가 발레를 처음 접했다고 볼 수 있겠다. 많이 감동을 받았더랬다.
내일 성산아트홀에서 발레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공연된다. 올해 세번째 정기공연이라는데 '창원 오뚜발레단'. 이름이 생소하다. 그런데 작년에 올린 '돈키호테'란 작품 포스터를 보니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뚜발레단은 오뚜기에서 앞 두음절을 따와서 지은 이름이란다. 오뚜기처럼 아래를 무겁게 해서 아무렇게나 해도 넘어지지 않고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넘어지지 않고 발레를 하잔 의미에서 지었다고 한다.
'잠.숲.공'은 총 3막으로 구성됐다. 1막은 공주가 태어나자 왕은 파티를 열고 많은 요정을 초대하지만 단 한 명, 카라보스만은 빼놓는다. 그래서 화가 난 카라보스는 파티장에 나타나 공주가 16살이 되면 물레 가시에 찔려 죽을 것이라고 저주를 내린다. 저주에서 풀려나는 방법은 100년 후 진심으로 공주에게 반한 왕자가 키스를 하는 것 뿐이다. 16세가 된 공주, 어느 노파에게서 꽃다발을 받는다. 음, 시츄에이션이 백설공주에게 찾아간 여왕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공주는 꽃다발 속에 감춰진 물레 가시에 찔려 잠이 들고 모든 궁궐은 그렇게 시간이 멈추게 되는데.
2막. 100년이 지났다. 이웃 왕국의 데지레 왕자가 사냥을 하던 중 어떤 환상을 보게 된다. 라일락 요정이 잠자는 오로로 공주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성으로 들어간 왕자는 나쁜 요정 카리보스와 싸운다. 당근 왕자가 이긴다.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되니까. 공주를 발견한 왕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긴 하지만 워낙 알려진 명작에 고전이어서 이런 씬에선 눈에 하트가 그려지는 것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사실 공주는 왕자보다 100살이나 연상임에도 이 고전명작은 그 부분을 전혀 개의치 않거든.
3막. 결혼식 장면이다. 아마도 모든 출연자가 총 출동할 것이다. 무대 위에 그려질 아름다운 그림이 연상된다. 이렇게 100살 연상의 여인과 결혼하는 남자도 기분이 들떠있을 것이다. 하객들과 요정들이 축하하는 건 당연한데, 뜻밖의 손님들도 찾아온다. 빨간 두건을 쓴 소녀, 장화신은 고양이... 마지막 장면은 왕자와 공주의 '파드듀'를 연출한다.
'파드듀'? 뭐지? 말 그대로 번역을 하면 '두발자국'. 발레에서 2인 안무를 뜻한다고 한다. 에필로그로 개구쟁이들의 판이 펼쳐지는데...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이 당긴다.
어린이가 대거 출연하는 작품. 아이들의 발표 무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봐주면 좋겠다.
오뚜 발레단, 연습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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