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로렌스가 말한 폴 세잔의 '사과성'
오늘 창원문화재단이 마련한 시민교양강좌 '화요명작예술감상회' 첫 시간인 경남대 민병권 미술교육과 교수의 말 중에 세잔의 사과성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설명을 간략히 들었지만 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따로 인터넷을 뒤져 개념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
이 그림은 폴 세잔이 그린 '병과 사과바구니가 있는 정물'이란 작품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인상파 화가 세잔은 사과를 참 많이도 그렸다. 그래서 하와의 사과, 뉴턴의 사과와 함께 세계 3대 사과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내가 아는 또 다른 사과가 있는데... 아, '죄송합니다'. 세잔이 그린 이 사과를 확실하게 이론적으로 정리해버린 인물이 있었으니 명작 반열의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쓴 D.H 로렌스, 데이빗 허버트 로렌스다. 로렌스는 폴 세잔의 사과그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0년의 악착같은 투쟁 끝에, 그는 마침내 어떤 사과 하나를 알 수 있었고 한두 개의 꽃병을 완전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이 그가 성공적으로 한 모든 것이었다. 이것은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고 그는 쓸쓸하게 죽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첫 발자국이다. 세잔의 사과는 아주 중요하다. 플라톤의 생각보다 중요하다. ... 때때로 세잔이 판에 박힌 것으로부터 완전히 빠져나가 실제적인 대상에 대해 전적으로 직관적인 해석을 한 곳은 바로 정물화 속에서이다."
세잔은 사과를 그냥 눈에 보이는 사과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서양화에서 전통적으로 나타나는 음영이나 명암이 색채의 차이로 구성했음을 알 수 있고 테이블도 천을 경계로 좌우의 높이가 다르다. 이러한 점이 세잔의 그림을 이해하는 단서라고 한다.
인상주의 화풍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 그림이라는 것은 이상적 비례를 가진 형상을 잘 그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인상파 화가들은 그러한 원칙이자 기준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저 자신이 바라본 세계, 그 순간을 포착해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대상은 수시로 변했고 그 변화된 것이 한 화면에 표현된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원근법이 무시되기도 하고 앵글이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행동 속에서 존재하는 대상. 세잔에게서 사과는 눈으로 보는 객관적 대상물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체험을 통해 느껴서 얻은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같은 색채와 형태의 관계를 탐구하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세잔의 그림과 인상파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면 좋겠지만 이번 달 공부는 한국화 감상이 목적이므로 이정도 선에서 상식으로 접수하고 개념을 잡아도 되겠다. 맞아 민병권 교수는 세잔의 그림이 동양적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어. 그 가장 큰 특징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속성, 의미를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로렌스가 아마추어 화가라더니 그림에 대한 심미안이 있었군. 나에게 그런 능력이야 없지만 그런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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