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9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7)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11-23 00:04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과연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걸까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직업은 숭고하다' '귀한 직업 따로 있고 천한 직업 따로 있느냐' 하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터라 아직도 막연히 '모든 노동은 저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생인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이 말을 덧붙입니다. "어떤 직업이든 귀천은 없지만 우리나라에 사는 많은 사람은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한다."

13%가 넘는 최저임금 노동자

얼마 전에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 그리고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시간당 400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하루 8시간 일하면 3만 2000원이 되고 주5일 사업장에서 한 달 동안 일하면 83만 6000원을 법니다. 내년부터 적용되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임금이 오른다니 좋아할 노동자도 없진 않겠죠.

그런데 이 때문에 오히려 곤욕을 치를 노동자도 있을 겁니다. 지난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장을 잃어야 했던 아파트 경비 업무 노동자들처럼 말입니다. 사용자는 될 수 있으면 싼값에 노동력을 이용하려고 하고 노동자는 조금이라도 품삯을 더 받으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문제는 그 돈을 받고 생활이 가능하냐는 것이라고 봅니다. 최저임금의 기준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타결된 최저임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6.1% 올랐습니다. 2000년 들어 최저 인상폭입니다. 사용자 측이 동결을 내세운 데 비하면 큰 소득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용자 측은 한 시간에 얼마의 돈을 가져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377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것에도 그렇게 난색을 드러냈다니 사업이 많이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입니다. 한 달에 80만 원도 못 받아 아이들 사교육은 물론이고 반찬도 제대로 챙겨 먹기 쉽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 같은 계열의 직장에 있으면서도 백만 원이 넘는 아이 사교육에 골프까지 치러 다니는 사람이 있으니 정말 사업이 어려워 그런 건지 아리송할 때가 잦습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체 노동자의 13.1%가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 홍보합니다. 역으로 노동자 13%가 최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월 80만 원을 받는다고 합시다. 이 월급의 3배인 240만 원 정도 받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될까요.

최고임금 상한제라도 도입해야

4배인 320만 원 받는 사람은. 5배인 400만 원 받는 사람은…. 월 1000만 원을 받는 사람도 우리나라에 수두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월 1000만 원 받는 사람은 얼마나 잘났기에 그렇게 많이 받고 월 80만 원도 못 받는 사람은 얼마나 못났기에 그것밖에 받지 못하는 걸까요. 정말 고액 임금을 받는 사람은 그만큼 일을 많이 해서 그렇고 저액 임금 노동자는 그만큼 일을 안 해서 조금밖에 받지 못하는 걸까요.

나는 한마디로 우리나라 임금구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장엔 군대처럼 계급이 있고 그 계급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또 직업별로도 격차가 너무 심합니다. 이 현상은 바로 직업에, 노동에 귀천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정부에서, 기득권층에서 교과서를 통해, 언론을 통해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떠들어봤자 실상이 그렇지 않은 걸 어찌합니까.

차라리 이러이러한 직업은 귀한 것이니 돈 많은 사람이 택하고 또 저러저러한 직업은 천한 것이니 돈 없고 무식한 무지렁이나 가서 일하라고 하는 것이 솔직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농부는 극히 드뭅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을 벌기는커녕 가난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동네 가게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부모도 없습니다. 무시당하고 구질구질하게 살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가 직장을 선택하는 데에도 공장 노동자가 되길 바라는 부모는 아마 별로 없을 겁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더라도 그 일이 힘들고 대접받지 못하는 직장이라면 자녀가 먼저 피하려 합니다.

그렇게 양극화가 우려된다면 최고임금 상한제라도 도입해 더는 심화하지 않게 막아야겠다는 의지를 왜 보이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국회의원부터 세비 올릴 생각 말고 최저임금 더 올릴 생각을 해야 나라가 바로 설 것입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걸 누가 보여줄 수 있을까요.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동문학가 임신행 씨의 자연 에세이 <이제 우리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에 담긴 글은 올해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지난해 3월 26일부터 지난 3월 24일까지 꼬박 1년간 <경남도민일보>에 매주 월요일마다 실렸던 '우포늪 통신'이다.

작가는 책머리에서 "개발과 보존의 경계는 서로 내세우는 논거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어느 한 쪽에 서서 필자는 당당히 주장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며 고백하고 있다. 또 "작가는 작가의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절대 자유로워야 함"을 강조하며 "자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그대들에게 띄우는 편지"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들새 소리 쟁쟁한 우포늪의 봄날'에서 '순례하는 성자, 봄'을 발견하고, 7월 한여름에 띄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중한 보물'에선 비굴하게 남의 것을 훔쳐 먹지 않는 늑대거미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의 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함을 깨우친다.

또 '가을은 누구에게나 휘파람을 불게 한다'며 구절초 여인을 만나러 들판에 나가길 권하고, 마른 풀숲을 헤치고 들개처럼 훠이훠이 다녔던 겨울엔 바짓가랑이에 덕지덕지 붙은 도깨비바늘과 도꼬마리 바랭이 풀씨를 보고 '역시 내년엔 싹을 내겠지'하고 기대한다.

작가는 우포늪의 사계절을 통해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창조문예사. 238쪽. 1만 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닳지 않는 손> 서정홍 지음…농촌 아이가 본 가족과 자연,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사랑
 

사용자 삽입 이미지
농부의 아이가 바라보는 아버지, 어머니의 손은 어떤 모습일까.

"날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손.// 무슨 물건이든/ 쓰면 쓸수록/ 닳고 작아지는 법인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도 닳고/ 쇠로 만든/ 괭이와 호미도 닳는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보다 쇠보다 강한/ 아버지, 어머니 손."

서정홍 시인은 합천 황매산 자락에서 생태학교인 '강아지 똥 학교'를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부'다. 그이의 시에는 흙냄새와 꽃냄새, 그리고 땀냄새가 가득 배어 있다.

시인은 흙에서 얻어내는 것이 비단 먹을거리 뿐만은 아니라고 한다. 밭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선 자식을 위해 애쓰는 마음을 보고, 짐차가 밟고 지나가도 죽지 않는 민들레와 제 몸보다 큰 먹이를 물고 가는 개미를 보고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단다.

"아침부터 까치가 울면/ "오늘 손님이 올 것 같구나. /집 안 청소를 해야겠다."// 새들이 낮게 날면/ "또 비가 오려나 보다."// 돌 틈 사이 제비꽃이 피면/ "어, 벌써 제비가 돌아올 때가 되었네."// 새소리 듣고/ 꽃피는 것만 보아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아는 외할머니.// 아는 게/ 진짜 많은 외할머니."

이 시의 제목은 '척척박사'다. 아이의 눈으로 봐서 할머니는 존경스러운 예언자나 다름없다. 농촌에서 흙냄새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더욱 느낄 수 있는 가족간의 사랑이 진하게 흐른다.

이뿐이 아니다. 이 시집에는 이웃에 사는 가난하고 외로운 동무의 이야기도 있고 편리하고 빠른 것만 바라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죽어가는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도 담겼다.

시인은 서문에서 어린이 독자에게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여러분의 앞날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아무쪼록 어린이 여러분이 이 시집을 읽고 세상을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속극을 보면서도 울고 뉴스를 듣다가, 책을 읽다가, 내가 애먹일 때도 울고 시집간 이모가 보낸 편지를 보고도 울고 혼사 사는 갓골 할머니 아프다고 우시는 어머니가 정작 자신 때문에는 한 번도 울지 않는 모습을 보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노래했다.

이 동시집에 수록된 시 중 '닳지 않은 손'과 '고구마 캐기 행사에 다녀와서'는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문예지 게재 우수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교육. 148쪽. 8000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