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8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0)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04-20 00:00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동문학가 임신행 씨의 자연 에세이 <이제 우리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에 담긴 글은 올해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지난해 3월 26일부터 지난 3월 24일까지 꼬박 1년간 <경남도민일보>에 매주 월요일마다 실렸던 '우포늪 통신'이다.

작가는 책머리에서 "개발과 보존의 경계는 서로 내세우는 논거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어느 한 쪽에 서서 필자는 당당히 주장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며 고백하고 있다. 또 "작가는 작가의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절대 자유로워야 함"을 강조하며 "자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그대들에게 띄우는 편지"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들새 소리 쟁쟁한 우포늪의 봄날'에서 '순례하는 성자, 봄'을 발견하고, 7월 한여름에 띄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중한 보물'에선 비굴하게 남의 것을 훔쳐 먹지 않는 늑대거미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의 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함을 깨우친다.

또 '가을은 누구에게나 휘파람을 불게 한다'며 구절초 여인을 만나러 들판에 나가길 권하고, 마른 풀숲을 헤치고 들개처럼 훠이훠이 다녔던 겨울엔 바짓가랑이에 덕지덕지 붙은 도깨비바늘과 도꼬마리 바랭이 풀씨를 보고 '역시 내년엔 싹을 내겠지'하고 기대한다.

작가는 우포늪의 사계절을 통해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창조문예사. 238쪽. 1만 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닳지 않는 손> 서정홍 지음…농촌 아이가 본 가족과 자연,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사랑
 

사용자 삽입 이미지
농부의 아이가 바라보는 아버지, 어머니의 손은 어떤 모습일까.

"날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손.// 무슨 물건이든/ 쓰면 쓸수록/ 닳고 작아지는 법인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도 닳고/ 쇠로 만든/ 괭이와 호미도 닳는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보다 쇠보다 강한/ 아버지, 어머니 손."

서정홍 시인은 합천 황매산 자락에서 생태학교인 '강아지 똥 학교'를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부'다. 그이의 시에는 흙냄새와 꽃냄새, 그리고 땀냄새가 가득 배어 있다.

시인은 흙에서 얻어내는 것이 비단 먹을거리 뿐만은 아니라고 한다. 밭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선 자식을 위해 애쓰는 마음을 보고, 짐차가 밟고 지나가도 죽지 않는 민들레와 제 몸보다 큰 먹이를 물고 가는 개미를 보고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단다.

"아침부터 까치가 울면/ "오늘 손님이 올 것 같구나. /집 안 청소를 해야겠다."// 새들이 낮게 날면/ "또 비가 오려나 보다."// 돌 틈 사이 제비꽃이 피면/ "어, 벌써 제비가 돌아올 때가 되었네."// 새소리 듣고/ 꽃피는 것만 보아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아는 외할머니.// 아는 게/ 진짜 많은 외할머니."

이 시의 제목은 '척척박사'다. 아이의 눈으로 봐서 할머니는 존경스러운 예언자나 다름없다. 농촌에서 흙냄새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더욱 느낄 수 있는 가족간의 사랑이 진하게 흐른다.

이뿐이 아니다. 이 시집에는 이웃에 사는 가난하고 외로운 동무의 이야기도 있고 편리하고 빠른 것만 바라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죽어가는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도 담겼다.

시인은 서문에서 어린이 독자에게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여러분의 앞날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아무쪼록 어린이 여러분이 이 시집을 읽고 세상을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속극을 보면서도 울고 뉴스를 듣다가, 책을 읽다가, 내가 애먹일 때도 울고 시집간 이모가 보낸 편지를 보고도 울고 혼사 사는 갓골 할머니 아프다고 우시는 어머니가 정작 자신 때문에는 한 번도 울지 않는 모습을 보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노래했다.

이 동시집에 수록된 시 중 '닳지 않은 손'과 '고구마 캐기 행사에 다녀와서'는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문예지 게재 우수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교육. 148쪽. 8000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지 윈스턴 겨울콘서트 팸플릿 스캔.

조지 윈스턴의 인사법이 독특하다. 어정어정 걸어나와선 구부정한 자세로 다리는 벌린 채 허리를 약간 숙인다. 어수룩해 보이는 태도에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낸다.

피아노 앞에 앉았다. 손가락은 피아노 건반 위를 아무 거리낌이 없이 뛰어논다. 음악을 모르긴 해도 제법 감동적인 연주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그 넓은 무대를 혼자 쓰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조지 윈스턴의 여름밤 겨울 연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2008624일 오후 730,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 그 넓은 객석이 꽉 찼다. 빈자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내 옆자리 두 개 빈 것과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앞자리 몇몇 곳을 빼면 다 찬 것 같다. 객석 점유율이 못해도 90퍼센트는 되어 보인다.

공연이 시작될 즈음, 사람들의 묘한 심리를 발견한다. 조명이 서서히 사라지자 그렇게 떠들어대던 관객의 목소리도 함께 패이드아웃되어갔다.

음악은 보는 것인지 듣는 것인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넓은 무대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사실 별 볼 것 없다. 특별한 제스처가 있는 것도 아니요, 손가락의 움직임과 고개의 끄덕거림, 박자 맞추는 다리의 탭 말고는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눈을 감는다. 그래서 음악에서 연상되는 그림이 머릿속에서 제 마음대로 노닐도록 내버려둔다. 때론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때론 무용수들이 이별의 아픔 앞에서 몸부림치기도 한다. 미국 서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황량한 들판에서 목동이 말을 모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고 몽골의 초원에서 연인이 서로 어깨를 기대어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이 펼쳐지기도 한다.

눈을 뜨면 그런 그림도 곧 사라지고 만다. 조지 윈스턴이 저 멀리 어둠의 공간 가운데 앉아 조명을 받으며 열심히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이 보일 뿐이다. 간혹 시기를 맞추지 못한 채 박수를 보내는 관객의 실수도 보인다.

궁금하다. 나 말고 다른 관객들은 어떻게 음악을 감상하고 있는 것인지. 옆에 앉은 딸은 나를 닮았나 보다. 눈을 감고 귓전에 맴도는 선율을 느끼는 듯하다. 반응은 나와 다르다. 딸은 고개를 숙였다가 일으키기를 반복하는 반면 나는 옆으로 고개를 까딱까딱하거나 발을 굴리거나, 꼰 다리 무릎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음악을 느낀다.

어두워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잘 보이진 않지만 대개 무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미동도 않는다. 짧거나 길거나 하나씩 연주가 끝날 때마다 기계처럼 손뼉을 친다. 물론 환호를 지르며 머리 위로 손을 올려 손뼉을 치는 아이들도 있다. 감동을 한 것일까.

조지 윈스턴의 연주 중에서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가 있다. 피아노도 잘 치고 기타도 잘 치고 게다가 하모니카까지 잘 부니 부럽다. 피아노만으론 부족했던 분위기를 기타와 하모니카가 메워준 듯하다. 역시 기타 소리 하모니카 소리는 시원하다. 겨울의 시원함이 아니라 여름의 시원함이 묻었다. 한없이 넓은 초원을 연상케 했고 마음속에 있지만 알지 못하는 태초의 고향으로 이끄는 듯했다. 그리고 신나는 박자의 즐거움이 발굽을 그냥 두지 않았다.

피아노곡 중에선 재즈풍의 작품들이 그나마 객석에 앉은 보람을 안겨줬다. 박자에 맞춰 손뼉도 치고 싶으나 관객들의 너무나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 때문에 즐거움이 반감되긴 했지만 혼자 몸을 흔들며 그런대로 만족해했다.

아쉬운 것은 여름에 하는 겨울 콘서트라고 해서 곡이 겨울 맛이 날 줄 알았더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곡이 좀 그렇다면 실내 에어컨이라도 좀 더 틀어서 시원함을 간접적으로라도(이게 더 직접적인가?) 느끼게끔 했더라면 어땠을까. 또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보는 관객, 너무 유명한 피아니스트라서 연주 중에 손뼉이라도 치면 실례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무거운 분위기가 즐감을 반감시켰다.

음악에 무식한 내가 듣기에도 몇몇 곡은 절로 감동이 묻어나는 것도 있었다. 독특한 연주법이 감동을 자극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다시피 하긴 했지만 관람료 4만 원이라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2만 원쯤이면 1년에 한 번쯤 인생의 문화양식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