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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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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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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올해엔 할머니께서 투표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치매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께선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무조건 투표'였는데 말입니다. 내가 찍은 그 후보는 아깝게도 한 표를 잃었습니다. 그이가 낙선하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기표소를 점령한 할머니.

아침식사를 마친 9시. 우리가족은 고민에 빠졌다. 85세인 할머니를 모시고 투표소에 가야하나, 아니면 그냥 집에 계시게 해야 하나 하는 문제였다.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가 무려 4개가 되자 혼란에 빠진 할머니가 기표소에서 무려 20분이나 서있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당시 할머니는 투표장에 가기 전에 누군가를 찍으려고 마음 결정을 이미 내렸는데 막상 기표소 안에 들어가서 붓두껍으로 찍자니 뭐가 뭔지 헛갈렸던 것이다.

“종이가 머그리 많더노? 찍을라 카는 그 사람은 이름도 안 보이데.” 시력도 좋지 않은 데다 가끔 치매 초기 증상도 보여 왔던 터라 ‘실전’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서인지 쉽게 찍지 못했다. 벌써 투표를 하고 출구에 서있던 우리 가족은 선관위 눈치도 있고 해서 할머니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다그치고 할머니는 다급한 마음에 “누구 찍어야 되노? 표가 많아서 못 찍겠다”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아무도 찍지 못하고 무효투표를 하고 만 것이다. 20분이나 기표소를 점령한 덕분에(?) 많은 사람을 난처하게 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에는 집에 계시는 게 어떨까 말씀을 드렸다. 할머니는 “인자는 두 개만 찍으면 된다모? 가자”며 자신 있어 하여 모시고 가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는 기표소에서 15분을 또 ‘점령’하고 말았다. 그나마 선관위 관계자가 참관인이 보는 가운데 차근차근 설명을 했기에 무효표는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하시는 할머니 말씀에 우리가족은 또 ‘아이고 가슴이야’할 수밖에 없었다.“파란 거는 우(위)에서 ○번째 그거 찍었고, 하얀 거는 찍어라 카는 그 번호가 안보이서 두 번째 꺼 안 찍었나.” 연두색 투표용지엔 ○○번을 찍는데 아래에서 ○번째 있고 흰색 투표용지엔 위에서 ○번째를 찍으라고 했던 것을 헛갈렸던 모양이다. 그런데 후보를 찍는 흰색용지의 두 번째는 출마자가 없어 가위표가 있는 곳인데 거기다 찍었으니 하나는 또 무효표가 된 셈이다. 어머니는 “다음부터는 마 투표하지 마이소”하고 할머니를 나무랐고 아버지는 “그래도 할머니 덕분에 오늘 웃는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날로 두 번째 ‘기표소 곤욕’을 치른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인자 투표고 뭐고 아무것도 몬 하것다”하고는 거실에 주저앉았다. 3년 후 다시올 지방선거엔 또 투표용지 서너장을 함께 찍어야 하는데 오늘 사태의 재연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 같다. 투표소까지 따라다니며 증조할머니의 모습을 쭉 지켜본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내가 투표하면 진짜 잘 할 것 같은데.” “빨리 커서 나도 투표해봤으면 좋겠다.” 선거축젯날, 온 가족의 투표소 나들이에서 ‘세월’을 보았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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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확인증

민주주의 꽃이 시들어간다.

‘민주주의’, 국민이 주인이라는 국가체제다. 그 핵심은 투표로써 위정자를 뽑는 일이다. 내가 낸 세금을 내가 뽑은 사람이 운영하게끔 해서 국가가 ‘잘’ 굴러가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주인의식’의 발로다.

물론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뽑은 사람이 다 당선이 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나의 독재’일 것이므로 국민 다수가 뽑은 사람이 위정자가 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맞을 것이다.

늦게 아침을 먹고 투표소에 갔다. 부지런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의 중간, 어중간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창원시 북면 화천 자치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선관위 관계자가 인적확인을 하는데 명부에 사인이나 도장이 찍힌 난보다 비어있는 공간이 너무 커 보였다. ‘다들 바쁜가’ 생각하고 제시했던 운전면허증을 챙겨 옆으로 갔다.

하얀색과 연두색 투표용지 두 장을 받아 기표소로 들어갔다. 미리 점찍어둔 인물과 정당이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기표하고 나왔다. 색에 맞춰 투표함에 넣고 돌아서는데 선관위 직원이 ‘투표확인증’을 준다.

보자, 지금까지 한 열댓 번은 투표를 했지 싶은데 투표하고 나서 투표했다는 ‘확인증’을 받아보긴 처음이다. 일단 기분은 좋다. 투표를 해서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얼마나 쓰임새가 좋을지 몰라도 어쨌든 뭔가를 받으니 좋은 것이다. 순간, 내게 투표권이 한 다섯 개 정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식구가 다섯 명이니 ‘투표확인증’ 5장으로 어디 놀러 갈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투표확인증’을 자세히 읽고 나서는 기쁨의 정도가 반감되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억지로 스스로 위안을 했다. 유효기간이 ‘이번 달 말까지’가 뭐야. 이왕 인심 쓰는 김에 올해 안까지 쓰도 되도록 하지...

그런데 오후 1시쯤 12시 현재 투표율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30%도 안 된다. 대개 아침에 투표를 많이 하는 데도 이정도의 투표율이라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겨우 몇 명의 지지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나라의 살림을 책임진다는 얘기 아닌가. 한 명이 투표하든 두 명이 투표하든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된 바에야 국민의 대표일 수밖에 없으니 국회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욕할 수는 없겠다. 국민이 권한을 포기해 일어난 일이니 궁극적으로 그 책임은 국민 개개인에게 있는 것이니.

어느 여론 조사에 보니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1위가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그렇게 치면 난 벌써 25년 전에 참정권을 포기했겠다.

난 투표의 의미를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되는 데 두지 않는다. 물론 당선이 되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 표가 그 사람에게 위로라도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당선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나의 한 표를 받은 사람은 그것을 용기로 ‘교환’해 더더욱 국민을 위한 삶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확인증’은 솔직히 ‘미끼’로서 자질미달임은 틀림없다. 선관위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정말 ‘매력’이 없다. 받는 순간의 기쁨 말고는 오히려 허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투표확인증’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차라리 이정도의 혜택밖에 주지 않을 거면 투표장에 막걸리와 떡, 돼지머리 눌린 것과 맛있는 김치를 내놓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투표장을 마을 사람들의 ‘만남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야말로 선거일을 ‘잔칫날’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뭐, 그러다가 니는 누굴 찍었네, 나는 누굴 찍었네 하며 싸움이 날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재미있는 선거풍속도가 아닐까.

매번 투표할 때마다 선관위나 언론은 짜는 소릴 해대서 나도 덩달아 짜는 소릴 해봤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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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중학생 큰 아이가 학교 가려다 머뭇거렸다. 이 모습을 본 어머니가 학교까지 차로 태워주란다. 버스타고 가다가 기껏 만든 비행기 못쓰게 되면 어떡하겠냐는 것이다.

요즘 워낙 휘발유 가격이 올라 얼마 전부터 아이는 버스를 타고 다니게 했는데 오늘만큼은 오랜 만이기도 하고 ‘경진대회에 출품할’ 비행기도 있으니 자가용으로 바래다 줄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학교 들어가는 골목 초입에 내려줬는데 다른 학생들의 손에 들려진 과학경진대회 출품작들이 눈에 띄었다. 수십 명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행기 아니면 물로켓이다.

보아하니 그 중에는 재활용품으로 만든 것은 하나도 없고 죄다 문방구에서 파는 5000원짜리 6000원짜리 제품들이다.

순간 ‘이런 걸 가지고 어떻게 과학 경진대회를 한다는 거지?’하는 의문이 생겼다. 비행기라면 멀리 날리기 시합을 하는 건가? 제품에 따라 성능이 다를 텐데 어떻게 시합을 하지?

아니면, 한 번 조립해보는 경험으로 만족하는 건가? 그렇다면 중학생 큰 애는 아마 다섯 번도 넘게 조립해봤는데…. 차라리 다른 게 좋을 듯하고….

창원 컨벤션센터 같은 곳에 과학 행사를 할 때 한 번씩 가보면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죄다 아이에게 만들기 시켜보고 싶은 것이다. 투명 플라스틱 통으로 스피커 만들기, 크기가 다른 두 주사기로 물의 압력 실험하기…. 물론 물로켓도 있다. 1.5리터 페트병으로 조립해 만드는 체험행사도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하는 과학 경진대회가 시중에서 파는 글라이더나 물로켓으로 한정해 있으니 참 갑갑하다. 사실 아이들도 이젠 만든 것 또 만들기 지겹다. 학교에선, 혹은 교육청에선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만들기 내용이 다양한데 아이들이 비행기와 물로켓을 선택한다고. 그렇다면 이는 아이들이 별 관심이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라고 하니 그냥 손쉬운 것 하나 사서 뚝딱 만들어 날리면 그만이라는 자세를 익히는 것으로 오히려 부정적이다.

권정호 교육감은 학교의 연례적인 행사를 타파한다고 했는데 이런 것엔 별 관심이 없는 걸까.

그리고 과학경진대회를 한답시고 학부모 지갑을 열게 할 생각하지 말고 재료를 학교에서 준비해 만들게 했으면 좋겠다.

재활용품 이용하면 예산도 크게 들지 않을 것이고 또 대량구입하면 예산도 훨씬 줄일 수 있으니 얼마나 효과적인가.

이런 말이 있다. 학교에서 이런 행사하면 문방구 좋은 일시키는 것이라고. 지금은 몰라도 예전엔 문방구에서 학교에다 돈까지 질러주고 했다.

아무튼, 학교에서 하는 이런 행사가 좀 다양해져야 한다. 그리고 돈이 안 드는 쪽으로 궁리하되 실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만들어 본 것 또 만들게 하지 말고. 규격화된 제품, 저마다 똑 같은 것 가지고 습관대로 만드는 것 말고.

학교에서 각종 재료를 쏟아내 그 중에서 자신만의 창조품을 만들도록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신경을 써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얼마나 똑똑했는지를. 육면체의 블록으로 희한한 모습의 로봇을 만들고 다리를 만들고 성을 쌓던 모습. 장난감으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던 창의력.

우리 아이들은 고학력으로 올라갈수록 창의력을 억누르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과학행사랍시고 한다는 게 고작 문방구에서 파는 조립품 하나 사서 날려보는 것으로 끝이지. 아이들이 만족할까. 아, 몇 년을 만들던 것 또 만들다보니 눈감고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자신감이 생기긴 하겠다. 우리 교육의 의도가 혹시 그것인가.

점점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정체성을 잃고 프로그램 입력한 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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