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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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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지 않는 손> 서정홍 지음…농촌 아이가 본 가족과 자연,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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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아이가 바라보는 아버지, 어머니의 손은 어떤 모습일까.

"날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손.// 무슨 물건이든/ 쓰면 쓸수록/ 닳고 작아지는 법인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도 닳고/ 쇠로 만든/ 괭이와 호미도 닳는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보다 쇠보다 강한/ 아버지, 어머니 손."

서정홍 시인은 합천 황매산 자락에서 생태학교인 '강아지 똥 학교'를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부'다. 그이의 시에는 흙냄새와 꽃냄새, 그리고 땀냄새가 가득 배어 있다.

시인은 흙에서 얻어내는 것이 비단 먹을거리 뿐만은 아니라고 한다. 밭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선 자식을 위해 애쓰는 마음을 보고, 짐차가 밟고 지나가도 죽지 않는 민들레와 제 몸보다 큰 먹이를 물고 가는 개미를 보고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단다.

"아침부터 까치가 울면/ "오늘 손님이 올 것 같구나. /집 안 청소를 해야겠다."// 새들이 낮게 날면/ "또 비가 오려나 보다."// 돌 틈 사이 제비꽃이 피면/ "어, 벌써 제비가 돌아올 때가 되었네."// 새소리 듣고/ 꽃피는 것만 보아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아는 외할머니.// 아는 게/ 진짜 많은 외할머니."

이 시의 제목은 '척척박사'다. 아이의 눈으로 봐서 할머니는 존경스러운 예언자나 다름없다. 농촌에서 흙냄새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더욱 느낄 수 있는 가족간의 사랑이 진하게 흐른다.

이뿐이 아니다. 이 시집에는 이웃에 사는 가난하고 외로운 동무의 이야기도 있고 편리하고 빠른 것만 바라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죽어가는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도 담겼다.

시인은 서문에서 어린이 독자에게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여러분의 앞날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아무쪼록 어린이 여러분이 이 시집을 읽고 세상을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속극을 보면서도 울고 뉴스를 듣다가, 책을 읽다가, 내가 애먹일 때도 울고 시집간 이모가 보낸 편지를 보고도 울고 혼사 사는 갓골 할머니 아프다고 우시는 어머니가 정작 자신 때문에는 한 번도 울지 않는 모습을 보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노래했다.

이 동시집에 수록된 시 중 '닳지 않은 손'과 '고구마 캐기 행사에 다녀와서'는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문예지 게재 우수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교육. 148쪽. 8000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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