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아버지와 삼수 아버지
창원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주최해 이번 3기째를 맞는 '좋은 아버지교육'에서 강의를 맡은 하언승 액티브 열린가정연구원장의 말입니다. 들은 이야기만 쏙 빼서 글로 옮겨볼까 하다가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이야기의 원저작자를 소개드렸습니다.
재수 아버지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대학을 재수하고 있는 아들 때문입니다. 대학에 한 번 떨어졌으면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해야할 텐데 아버지가 보기엔 늘 노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불러 "공부 좀 안 하나?"하고 다그치면 "아, 하고 있잖아요!"하고 짜증을 냅니다. 아버지가 보기엔 분명 땃짓을 해서 나무랐는데 아들은 그런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재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관심을 많이 쏟았습니다. 그렇게 해야 아들이 삼수를 하지 않고 대학에 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자신은 아들을 위해 이렇게 사랑과 관심을 쏟는데 아들은 자꾸 엇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재수 아버지는 친구 삼수 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삼수 아버지의 아들은 대학을 두 번이나 떨어져 삼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보다 더 불행하다고 여겼습니다. "여보게, 삼수 있나?" 삼수 아버지가 밖으로 나오자 재수 아버지는 신세한탄부터 늘어놓았습니다.
"여보게, 재수 때문에 속이 상해서 못살겠네. 아버지가 그만큼 신경을 써주면 고맙다며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할 텐데 오히려 놀 궁리만 하니 이번에대 대학가기 어려울 것 같네. 자넨 삼수 때문에 나보다 더 속상할 테지?"
"아닐세. 난 우리 삼수를 믿네." 단 한 마디였습니다. 삼수 아버지가 재수 아버지에게 답한 그 한 마디를 방에 있던 삼수가 들었습니다. 재수, 삼수를 하면서 별 의욕도 없이 그냥 그렇게 대충 공부해왔던 삼수는 아버지가 자신을 믿는다는 단 한 마디에 감명을 먹게 됩니다. 사실 이 시각 삼수는 방안에서 아버지께 남길 작별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삼수는 작성중이던 편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 다시 책을 폈습니다.
"아버지께서 날 믿으시는구나. 나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으시는 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날 믿어서였구나. 결코 실망시켜드려선 안되겠다." 이렇게 삼수는 속으로 다짐합니다. 심기일전.
물론 이 삼수는 훗날 큰 인물이 됩니다. 자식을 교육할 때엔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반항을 불러올 수 있으며 오히려 적당한 방조와 함께 신뢰를 보내면 아이는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는 교훈이 실린 사례입니다.
'돌이끼의 작은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그릇에 슨 녹 깨끗이 닦아내기 (1) | 2008.11.17 |
---|---|
아이들 뛰놀던 운동장 어디가고... (2) | 2008.11.16 |
<부모교육>에서 배운 Have-Want Matrix 작성법 (0) | 2008.10.14 |
'중앙'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0) | 2008.10.09 |
이곳을 신 벗고 들어가라고요? (0) | 2008.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