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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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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6 딸과 함께 구룡산을 오르다 2
  2. 2008.12.16 아내의 불만 2
  3. 2008.12.13 아내의 고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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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천주산 옆에는 구룡산이 있습니다. 천주산이 마산과 창원과 함안을 돌아가며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구룡산은 창원 북면과 용강마을 사이에 놓여있으며 동읍까지 이어집니다. 동읍쪽에선 다시 왼쪽으로 돌아 백월산으로도 등산이 가능한 모양입니다. 우리는 천주산 입구 구룡산 등산로 초입에 놓인 지도입간판을 한참 쳐다보면서 어디까지 등반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혹시 명곡동 쪽으로 이어지나 생각하고 봤는데 전혀 다른 쪽으로 산맥이 이어졌기에 돌아오는 길 버스타기도 어중간하고 해서 구룡산 정상까지만 가고 돌아오자며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길을 잘못들어 농가를 지나게되었는데 개짖는 소리에 한동안 정신사나웠습니다. 다행히 일찍 능선을 타고 오르는 본류를 만나게되었습니다.


이상한 풍경은 등산로에서 만나는 몇몇 나무들은 아이 키높이에서 껍질이 벗겨져 있다는 겁니다. 그때문에 나무는 고사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등산로에 선 나무만 그런 것으로 보아 등반에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나무를 베려고 고사시킨 것은 아닐까 여겼습니다. 그래도 딸은 괜히 나무를 저지경으로 만드는 것은 '자연훼손'으로 규정하고 그 누군가에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조금 올라가자 구룡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소답동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우리 그냥 소답동으로 내려가서 버스타고 돌아올까?" 산에 오르기 싫은 딸은 그러자고 했지만 그래도 정상은 밟아봐야지 하며 오르던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딸의 실망스런 눈빛을 짐짓 모른 체하며 먼저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낮은 고개에 올랐다 싶을 때 오른 편에 원두막 같은 '건축물'을 만났습니다. 시에서 일부러 전망대로 만든 것 같지는 않고 개인이 등반객들의 휴식을 바라며 선의로 만든 것 같은데 전망대 위에는 군복을 입고 총을 맨 작은 인형이 있었습니다. 독특한 광경에 이리저리 셔터를 누르다 옆을 보니 그네도 있었습니다. 가는 그네줄이 위험해보이긴 했지만 딸은 서슴없이 그네줄의 강도를 실험했습니다.


구룡산 등산로는 장애물이 많이 있습니다. 천주산보다 발길이 적게 닿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장애물들이 구룡산의 특징일 수 있지만 남들이 다니지 않는 곳을 가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낙엽도 많이 쌓여있었습니다. 낙엽밟는 기분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이 낙엽은 지금 사람의 발에 밟혀 부스러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흙이 될 테고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엔 바위가 될 수도 있을 테고 먼지가 되어 날아다니다 생물체의 일부가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도 언젠간 흙이 되고 먼지가 될 터인데 바람에 날리는 저 낙엽과 무엇이 다르랴. 언뜻 '윤회'란 말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중턱 쯤 올랐을까요. 의자처럼 생긴 바위가 보입니다. 한 개의 의자바위이지만 2인용입니다. 아내와 함께 올랐다면 나란히 앉아서 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런데 이 바위 너무 뒤로 누워있어 기대어 앉았다가 일어서는 데 애먹었습니다. 딸에게 지팡이 내밀어라고 해서 잡고 일어섰습니다. 내 몸이 너무 비대해져 그런 거라고 딸이 면박을 줍니다. 짜슥, 아빠한테...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창원 시가지 쪽으로 제법 괜찮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조금 너른 바위 위에 올라 딸이 세상을 내려다보는 포즈를 취합니다. 꼭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다 세상을 살펴보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멀리 자주 오르던 천주산이 보입니다. 그렇게 높아보이진 않는데 저산을 오르기가 왜 그리 힘들었는지.


여기가 정상이라고 딸이 쪼개진 바위 위에서 정상을 정복한 사람의 자세를 취합니다. 그런데 여기가 정상인지 긴가민가 합니다.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봉우리가 있는데 여기보다 더 높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시간도 많이 되었고 많이 지치기도 해서 '여기가 그냥 정상이다 생각하자'며 돌아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서 역시 누운 나무들과 잘린 나무 숲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생각보다 훨씨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등산로였습니다. 이번에 구룡산을 올랐으니 다음엔 마산의 팔룡산을 올라볼까 합니다. 어디 칠룡산은 없나요?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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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외국인입니다. 그러나 한국에 온지 3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못 알아듣는 한국말은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한국어를 빨리 배웠습니다. 드라마를 많이 보고 부부간 대화를 많이 한 것도 아내의 한국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한국어 습득을 빨리 할 수 있었던 기초는 창원여성의 전화와 경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배운 한국어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아내는 한국말을 잘합니다. 그래서 일도 시작했습니다. 사무직 일을 할 정도의 한국글 실력은 되지 않아 육체노동으로 소득활동을 하는 목욕탕에서 일하는 직업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일로 만나는 사람들은 선입견을 보였습니다. 아내가 굳이 외국인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외국인이라고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아내는 굳이 속일 필요가 없다고 해서 스스로 몽골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입니다. 외국인이라는 말을 듣고는 '이 사람은 한국말을 못한다. 그래서 무시해도 된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상대의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하대하거나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기가 묻고 자기가 알아서 그럴 것이라며 대답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 혼자서 빼빼빼빼 말하고 나한테는 말할 기회도 주지않고 가버리는 데 참내 성질나서 거기서 일 못하겠다."

아내가 일을 하는데 뭔가 빠트린 게 있어서 딸이 심부름을 했습니다. 목욕탕의 그 아줌마들은 딸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역시 변함없는 그 선입견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딸에게 하는 말이 "니도 외국인이가? 니는 한국말 잘 하나?" 딸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혔답니다.

아내는 무척 화가 났습니다. "한국 사람은 왜 그래요?"하면서 제멋대로 생각하고 남을 무시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내가 몽골에 갔을 때 생각이 나네요. 물론 몽골 사람이라고 못된 사람이 없기야 하겠습니까만 상대를 깔아뭉개고 지 할말만 하는 관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말은 많이 하지만 모두 차분한 목소리로 주고 받습니다.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기가 할 말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문화에 익숙해있는 아내가, 보기만 해도 경기 일으킬 망나니 아줌마들과 만나야 하는 일터생활을 잘 견딜 수 있을까요. 행여 그 아줌마들의 극성을 극복하느라 아내의 성질마저 버리는 것은 아닐는지 걱정입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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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다른 사람의 청결과 피로해소를 위해 일하는 아내는 요즘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 아내의 직업은 속된 말로 '때밀이'라고 하고 법적용어로 쓰이는 고상한 말은 '목욕관리사'라고 하더군요. 외국인이라서 아직 한국어가 서툰 아내는 어디서 들었는지 '세신'이라는 말이 좋다며 은근히 그렇게 부르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아내는 아직 고정된 목욕탕에서 일하지 않고 여러 목욕탕을 돌아가며 일을 합니다. 미용학원에서 정한 목욕관리사 정규 교육기간인 3개월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보름만 있으면 그 3개월 교육과정이 끝납니다. 처음 배운 기술이지만 아내는 총기가 있어서인지 1개월 반 만에 목욕법과 마시지, 경락 기술을 거의 익힌 덕에 일찍 일을 나섰습니다. 물론 이렇게 일을 나가는 것은 '대타'라고 해서 해당 목욕탕에 목욕관리사가 나오지 못한 경우 대신 일하는 것입니다.

학원에서도 아내가 다른 교육생 앞에서 시범을 보일 정도로 잘 배운 모양입니다. '대타' 나간 목욕탕에서도 사람들이 칭찬을 많이 하더랍니다. 한 번은 키가 아주 작은 아줌마(아마 소아마비인 듯)가 몸을 씻어 달라고 해서 정성껏 씻어줬답니다. 그 아줌마는 자신을 그렇게 정성스레 씻어주는 사람은 처음이라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그 말에 더욱 힘을 얻어 신나게 일을 했답니다.

그런데 배운 대로 열심히 일한 이유 때문에 오히려 아내가 일하는 목욕탕의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목욕관리사 두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아내가 손님에게 정성을 다해 때를 밀고 마사지를 해주자 대타로 간 그 목욕탕에서 아내를 찾는 손님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자 기존에 있던 그 목욕관리사가 '자신의 손님을 뺏어간다'는 이유로 그 다음부터는 아내에게 손님 배당을 해주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 전에는 그렇게 맘씨 좋던 '언니'였다는데 경쟁심이 생기자 냉정하게 돌변한 것 같습니다. 순진한 아내가 직업전선에 뛰어든 후 처음 겪은 치열한 인생살이를 적나라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아내의 자존심도 어지간히 센 편인데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합니다. 주변에선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주변의 상황을 봐가며 적당히 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충고를 합니다.

자신의 실력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노력해서 손님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자신보다 못한 실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하는 관습은 비단 아내가 어쩌다 한 번씩 일을 나가는 그 목욕탕에만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자신보다 늦게 직장에 들어온 사람이 자신보다 실력이 더 좋으면 괜히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 주변에 혹시 없나요?

잘 배워놓고도 배운 대로 써먹지 못하게 하는 사회분위기는 아마도 곳곳에 잠재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선의의 경쟁이 필요한 곳에 주변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처절한 삶의 처세술을 먼저 터득해야하는 사회분위기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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