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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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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2 이사 한 번 하고 나니 바꿔야 할 게 어찌 그리 많은지... 1
  2. 2009.01.14 마당에 눈이 내렸습니다
  3. 2009.01.08 4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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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자주 할 게 못되는군요. 특히 요즘처럼 개인정보가 곳곳에 등록된 현실엔 더욱 그렇습니다.

며칠 전 이사를 했습니다. 주민등록지를 옮기는 것과 아이들 전학문제, 또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곳에 정보 변경하는 것이야 예전에도 했고 요즘도 해야 할 당연한 절차이지만 이외에 생활의 편리를 위해 가입한 사이버 상의 전화번호, 주소 변경 작업은 만만치 않더군요. 꼬박 반나절은 투자를 해야 하는 중노동이었습니다. 개중에는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찾아내느라 머리 쓴 것 보태면 정신, 육체 노동에 허비한 에너지는 아마 밥 다섯 그릇은 될 겁니다.

신문 하나 주소 변경하는 데 만도 최소한 3분은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이란 게 본론만 있는 게 아니듯 이리저리 준비하고 마무리하며 소요되는 시간을 포함하면 그 두 배의 시간은 족히 걸렸지 싶습니다.

정말 귀찮은 작업은 각종 카드회사에 주소 변경하는 것과 가입된 이동전화 회사나, 각종 쇼핑몰, 금융기관, 교육기관, 또 포털 사이트 등에 들어가 주소변경하는 것입니다. 내 경우 최소한 못 돼도 60개는 되었지 싶습니다. 걔 중엔 변경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도 있어서 여남은 개는 건너뛰기도 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생활은 앉아서 쇼핑하고 앉아서 금융거래를 하는 것처럼 편리해진 것 같지만 또 그만큼 복잡해져서 어지간히 머리가 좋지 않고서야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입한 사이트 중 좀 오래된 것은 아이디나 패스워드가 생각 안 나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생각 안 나는 것은 그냥 넘어가면 될 텐데... 성격이 문제겠죠? ^^

아직도 좀 남아있습니다. 몇 개는 가입했는지조차 기억 없는 것도 있겠죠? 일단 사이트가입 목록에 있는 것만 대략 정리를 했습니다만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듯해 여전히 찜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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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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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자 아이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눈 보기 드문 경남지역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눈이 내리자마자 옷도 챙겨입지 않은 채 쫓아나갑니다.

"야, 이놈들아! 옷을 입고 나가야지."

아이들은 눈싸움을 합니다. 마당 바닥에 얇게 쌓인 눈을 박박 긁어서 눈뭉치를 만듭니다. 막내는 이리 저리 언니 오빠를 따라다닙니다. 둘째 머스마는 네 누나에게 연속으로 눈을 던집니다. 누나는 피해다니면서 큰 눈뭉치를 만들어 복수를 하려는데 빨래 뒤로 숨어버린 둘째를 공략할 줄을 모릅니다.

"빨래 뒤로 숨는 게 어딨어? 나가!" 하고 내가 소리쳤더니 머스마는 누나의 사정거리를 피해 마당으로 다시 나갑니다. 누나가 눈을 긁어모을 때만 해도 서너번은 등을 맞췄습니다. 누나는 겨우 한 번 공격에 성공한 듯합니다.

"그만 놀고 들어와라!" 아이들 엄마가 창문을 열고 소리칩니다. 그러자 첫째와 막내는 쪼르르 집안으로 들어가는 데 둘째는 여전히 눈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것 뭐하러 모으는데?"
"...."
누나 들어갔는데 니도 들어가라."
"쩝"

눈오는 창원 농촌지역의 한 풍경이었습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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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돈 4만 7000원 때문에 아내와 싸웠습니다. 사흘간의 전쟁은 서로의 피를 말리게 했습니다. 아이들도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곤혹을 치렀습니다. 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집은 그야말로 독가스 가득찬 가스실에 불과했습니다. 사흘간의 전쟁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여보, 지난 금요일에 벌어온 돈이 얼마지? 4만 7000원 맞나?"
아내는 드러누워서 TV에 눈을 고정한 채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몰라."
"아, TV만 보지 말고 잘 생각해봐. 가계부 작성하고 있단 말야."
"아, 내가 어떻게 알아. 당신이 알지. 당신이 돈을 세었잖아."
무성의한 아내의 대답에 서운해졌습니다.
지난해까지는 돈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나가면 나가는 대로 대충 살았지만 남편인 내가 전업주부로 가정에 들어앉은 이상 돈의 출납을 분명히 해서 좀 계획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데 아내가 이렇게 나오니 의욕이 꺾였던 거지요.
그래도 한 번 더 서운함을 누르고 말했습니다.
"자, 봐라. 가계부에 번 돈과 쓴 돈을 다 기록하고 있잖아. 내가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 생각 좀 해봐."
대답하지 않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슬슬 짜증이 났습니다. 아무리 일하고 와서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직장에 다닐 땐 퇴근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밝은 표정으로 저녁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자 가계부고 나발이고 만사 귀찮아졌습니다.

'그런데 그 4만 7000원이 어디로 간 거지?'
혼잣말을 했습니다. 수중에 있는 돈과 이웃집에 빌려준 돈, 그리고 이리저리 쓴 돈을 계산했을 때 4만 7000원이 비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거야 아내가 모르는 것이니 물어볼 것도 없어 혼잣말을 한 것인데, 아내가 불쑥 화를 내듯 대꾸를 합니다.
"4만 7000원, 뭐?"
내가 묻는 말에 아내의 무성의한 태도가 여전히 가슴에 남아있던 터라. 나도 똑같이 대해주었습니다.
"아이다."
"그게 무슨 말인데?"
나는 대답 대신 컴퓨터만 쳐다보았습니다.
아내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돌아누웠습니다.

다음날 방안 기운이 냉랭했습니다. 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던 나는 아내의 출근 시각이 되어도 이불 속에서 아내를 등진 채 드러누워 있었습니다. 유치한 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어제 무시당해 찢긴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 것 같았습니다.
아내가 거실 식탁에서 대충 밥을 챙겨먹고 들어왔습니다.
"안 바래다 줄끼가?"
마음 같아선 바래다 주지 않고 싶지만 출근 시간이 너무 빡빡해 못이기는 체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끼워 입었습니다. 그리곤 말없이 현관으로 향했습니다. 자동차 열쇠를 신장 위에서 집어들고 바로 자동차로 갔습니다. 내가 자동차 문을 여는 순간에 아내는 대문을 닫았습니다. 나는 아내를 옆자리에 태울까 뒷자리에 태울까 고민을 했습니다. 아내를 옆자리에 태웠습니다. 더 큰 전쟁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일터에 다다랐을 때 나는 퉁명스레 한마디 던졌습니다.
"나중에 올 때 버스타고 와라."
어제 늦게까지 아이들과 공부한 것을 아내가 낮에 뭐하고 늦게까지 공부하느냐며 핀잔을 준 데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날에 목표를 잡았던 내용을 다 못해서 그런 것인데 낮에 공부 안하고 놀았다는 식으로 나오니 무척 서운했습니다. '나는 그래도 아이들 공부라도 시키지만 자기는 집에 있을 때 TV만 봐놓고선...'

출근한 아내는 하루종일 문자메시지 하나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날엔 하루에도 예닐곱 건은 보내왔는데 말입니다. 물론 습관 대로 내가 먼저 보내는 일이 없기에 나도 문자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일을 마치는 시각에 한 건이 왔습니다.
"데리러 올끼가?"
"갈게."
아내와 함께 돌아오는 중에 서로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오늘 얼마를 벌었는지 궁금했지만 묻고싶지 않았습니다. 얼마를 벌든 관심끄고 생활에 필요한 비용만 달라고 해서 살면 되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날도 나는 아침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챙긴 아침을 아내가 다 먹었을 시간에 맞춰 여전히 무심히 옷을 주섬주섬 끼워입고 전날과 똑같은 동선을 그으며 자동차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아내의 일터로 바래다주고 돌아온 나는 핸드폰에 찍힌 메시지를 보았습니다. 아내의 문자였습니다.
"돈밖에 모르는 당신은 무서운 사람이군요."
아내는 자기가 돈을 적게 벌어와서 차를 태워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런 억지가 어디있습니까. 그날 돌아올 때 버스타고 오라고 한 것은 왕복 한 시간이면 아이들 공부를 아내의 퇴근 전에 마치기 위함이었고 아내가 벌어온 돈에 대해서 많다 적다 일언반구 꺼내본 적이 없었는 데 말입니다.

목욕 출발시간이 빡빡해서 네이트온으로 그간 서운함을 담은 문자를 연속 다섯 건을 보냈습니다. 이날 아내의 퇴근길에 문자로 보냈던 말과 덧붙여 아내가 오해했던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내는 그래도 오해를 풀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직도 돈만 아는 사람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자기를 '나쁜놈'으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아내는 내게서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발신자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아내의 핸드폰엔 내가 '슈퍼맨'에서 '돈돈돈'으로 내 핸드폰엔 아내가 '원더우먼'에서 '나쁜놈'으로 수정되었습니다. 내가 나중에 그것을 보고 놀라자 아내는 재미있어했습니다. 아내가 이렇게 한 것은 오해가 풀렸기 때문입니다.
아내와 고성으로 다툼이 오갈때 어머니께서 수도요금 4만 7000원이 적힌 영수증을 가지고 왔습니다. 나는 그 4만 7000원의 행방을 알게 되었고 아내는 내가 혼잣말 한 게 그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내는 또 내게 고함을 쳤습니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이야기를 해줘야지. 이야기를 안 하니까 내가 돈 못 벌어온다고 생각할 것 아니가."
"그날 번 돈이 얼마인지 물어봤을 때 당신이 적어도 같이 고민하는 성의만 보였어도 내가 말 안 했겠나?"

어쩌면 아주 작은 오해에서 큰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오해는 말을 해야 풀리는 것인데 입을 닫음으로써 더 화를 키운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한 계기였습니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핸드폰 화면에는 '나쁜놈'이 찍힙니다.
"무슨 일인데? 나쁜놈아!"
"돈돈돈, 지금 어딘데?"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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