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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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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에 쓴 글.

노유정

[기고]존댓말 쓰는 이주민, 반말 쓰는 한국인


대개 이주민들은 한국에 온지 2~3개월은 지나야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려고 각종 단체에서 마련된 한국어교실에 다니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한국어교실에선 한글 자음과 모음, 결합형태, 그리고 기초회화와 문장을 익히게 됩니다. 약 7년 전 제가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존댓말입니다. 왜 존댓말을 따로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대부분 나라의 언어에 존댓말이 따로 없다는 거 아시죠? 저의 고향인 몽골 역시 존댓말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이에게 쓰는 말이 다르고 어른에게 쓰는 말이 달라 한국어를 배우던 초기에는 시어머니께 말을 놓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말을 높이기도 했답니다. 아마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주민들이 비슷하게 느끼는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재 대부분 문장이 존댓말로 되어 있는데 실생활에선 그렇지 않아 의아한 때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주민이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 존댓말로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물으면 100에 80은 "응, 그거 5000원!" 하는 식입니다. 처음엔 저도 그런 식의 대화가 자연스러운 것인 줄 알았습니다. 높임말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분이 나쁘고 어쩌고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한국어의 쓰임을 알고 나서는 조금 기분이 언짢아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의 경우 현재로는 한국 사람과 얼굴 생김새가 별 차이가 없는데다 발음도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저에게 눈치를 보면서 말을 놓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주변의 다른 이주민을 보면 그런 경우를 종종 겪는 모양입니다. 최근 필리핀이나 베트남 출신의 이주민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들도 제가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느꼈던 것처럼 다른 한국 사람에게 반말을 들었어도 그게 기분 나빠할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다른 이주민, 특히 한국에 조금 오래 산 사람들은 속으로 불만을 느꼈지 싶습니다.


한 6개월 전 모 방송국에서 마련한 이주민의 생활을 다룬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동남아 쪽 출신 이주노동자가 말하는 사연을 들었습니다. 사장님이 말을 놓아 자신도 그렇게 표현하는 게 옳은 건가 싶어서 같이 말을 놓았더니 들고 있던 조그만 도구로 헬멧을 쓴 자신의 머리를 툭 치더랍니다. "어디서 말을 놓느냐"면서요. 그 사장은 한국말은 높임말을 써야 한다면서 말에 '요' 자를 붙이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그 이주노동자는 "요 사장님, 이거 어떻게 해야 돼?"라고 해서 방송국이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겐 아직도 이주민에 대해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란 편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많고요.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 온 사람은 우대하고 동남아나 아프리카 이런 쪽에서 온 사람에 대해선 하대하는 이상한 풍토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에 신분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똑 같은 사람을 두고 차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주민이 처음에 한국어를 잘 모를 때야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 없으니 기분 나쁠 이유가 없지만 어느 정도 말의 쓰임을 알게 되면 자칫 감정을 상하게 되어 싸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한국 사람들끼리도 "어디서 말 까느냐?"며 말 한마디로 종종 싸움이 일어난다면서요.


말뿐만 아니라 대하는 태도 역시 같은 한국사람 대하듯 이주민을 대해주었으면 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한국 속담을 되새겨 봅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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