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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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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소리 : 블로를 만들고서 한때는 하루에도 수십번 들락거리며 괴발새발 끼적이는 것을 재미삼아 살기도 했고,

블로그 관리할 시간이 없을 땐 몇날 며칠 쓸 거리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분출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나이 들어 그런지... 올리고 싶은 것도, 올린 것을 보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으니....

 

이를 갱년기라 하겠다.

 

각설.

 

회사에 있는 '기자를 위한 신문언어 길잡이'란 책을 선배에게 부탁해서 회식 때 받았다.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기자들에게 한 번씩 읽어보라고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건데.. 주로 맞춤법과 단어의 쓰임새에 관한 올바른 사용법을 기술해 놓았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유사한 책들 만큼... 여러번 우려먹는 내용도 많이 있어 식상하긴 하지만... 인내심을 품고 쭈욱... 읽어보았다.

 

의외다. 내가 아는 것과 다른 설명들이 제법 있다. 나야 내가 옳다고 고집하고 싶은데... 교열 경력 한 6년 해먹은 게 어디 명함 내놓을 데야 없지만... 어쨌든 내 무식함을 드러내놔야 조금이라도 더 배운다 싶어 읽으면서 책에 부딪힌 소견들을 까발리기로 한다.

 

 

1. 최근엔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 등을 이용해 간단하게 시술받을 수 있는 '쁘띠'성형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쁘띠성형'은 '작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쁘띠(petit)에서 유래된 신조어로 시술 부위가 국부적인 성형을 말한다.(20쪽)

 

--> 일단 쁘띠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영문으로 petit... 라고 쓰지만 프랑스어라면서... 프랑스 사람도 쁘띠라 안 하고 프티라 하는지 궁금하다. 파리 라고 하지만 프랑스 영화에서 보면 그쪽 배우들 발음은 '빠리'에 가깝게 들리던데... 우리의 외래어표기법에 왜 된소리를 쓰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았는지... 이제 표기 원칙을 손질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2. 이밖에도 웨딩케이크 100만 원, 기념초 30만 원 등 양가의 혼주가 호텔에 낸 돈은 1억 원을 넘었다.(21쪽)

 

--> 외국인 열이면 열 한국어가 어려운 이유를 띄어쓰기 때문이란다. 어지간히 한국어를 익힌 한국사람도 띄어쓰기 앞에선 맥도 못 춘다. 띄어쓰기에는 원칙이 있다. 말하자면 문법을 알아야 그 원칙의 비결을 알 수 있는데... 문법만큼 어렵고 공부하기 싫은 게 없다 보니... 어쨌든 '밖에도' 할 때 밖이 '외에도'라는 단어를 넣어 말이 통하면 명사다. 그러므로 띄어쓰야 한다. 바꿔서 어색하면 조사다. 그러면 붙여 쓰야 한다. 그런데 정말 밖이란 글자는 무조건 앞말에 붙여쓰고 싶다. 모양새가 이상하니까. 언어의 경제적 효율을 위해서라도...

 

3. 시즌2가 기획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즌1에서 만들어진 기대감이 크다는 반증이다.(26쪽)

 

--> 바로잡기 말이 '증거'다. '증거'는 말맛이 줄어든다. 오히려 이런 때엔 '방증'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방증'이란 사실의 직적적인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그러한 상황이 증거가 되는 것임을 말하니까...

 

4. 해학적인 춤으로 서민 애환을 달래주던 '시대의 예인'(39쪽)

 

--> 일단 '애환'이란 말이 슬픔과 기쁨이므로 뒤에 '달래다'가 따라오면 무조건 안 된다. 기쁨을 달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애환'이란 단어에 기쁨의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조상의 애환이 깃든 덕수궁 돌담길' 같은 표현이 주로 한이 깃든 분위기로 많이 쓰였기 때문이 아닐까.

 

5. 롯데가 창단 이후 첫 출전한 아시아시리즈에서 첫 승을 거뒀습니다.(47쪽)

 

--> 책이 제시한 올바른 표현은 '처음으로 출전한'이다. 뒤따라 오는 말이 동사이면 '첫'을 쓰면 안 된다. '첫'은 관형사로 쓰이기 때문에 뒤에 불완전 명사나 명사가 따라붙어서 '첫째' '첫날' '첫 출하' 등으로 활용되는 게 맞다. 그런데 이 표현, 예를 들자면 '둘째승'이나 '둘승' 등의 표현을 쓰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명사로 인정해 오만 신문에 다 쓰이는 현실을 받아들여 표준어로 삼음이 어떨까 싶다. '처갓집'도 표준어가 되는 마당에...

 

6. 뒷골목 전당포보다 못한 제도권 금융의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금융장막'이다.(48쪽)

 

--> '지적이다'를 '지적을 받고 있다'로 고칠 것을 안내했는데.. 이렇게 해도 이 문장은 말이 안 된다. 주어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문장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제도권 금융의 도덕적 해이는 뒷골목의 전당포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렇게.

 

7. 다음, 모바일 카페 '르네상스'를 꿈꾸다.(57쪽)

 

--> 외래어나 외국어를 아예 쓰지 못하게 했으면 모를까. 그걸 '전성기/부흥기'로 바꿔라는 것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기서 '르네상스'는 비유법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이라면, '박근혜 정권, 요순시절을 꿈꾸다' 하면 '땡' 하겠네. '평화시절'을 꿈꾸다? 한국어는 말맛이 없는 기계어가 아니란 점을 국립국어원이 받아들여야 할 듯.

 

8. 빈축을 사다→'비난을 받다/비난을 사다' 등(71쪽)

 

--> 빈축이란 단어가 남에게 거슬리는 행위를 해서 돌려받는 일종의 비난인데... 한자어를 그대로 풀이하면 눈을 찡그리고 얼굴을 찌푸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왜 굳이 비난으로 바꿔 쓰라는지 이해가 안 된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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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악을 할 때에 쓰는 상모(象毛)는, 어원적으로 보면 삭모(槊毛)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삭모란 군사들이 창에 다는 털(毛)을 말한다. 그것이 군사들의 모자에도 털을 달면서 일반적으로 불리게 되고 발음대로 적다보니 '상모'로 변했을 가능성이 유추된다. 그것이 농악에까지 흘러와 농악대의 모자(전립·戰笠)에 달리게 된 것은 '농군(農軍)'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조선시대까지 농민이 곧 군인이었던 역사적 사실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레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 상모는 형태적으로 부포상모와 채상모로 나뉜다. 부포상모는 주로 쇠잡이(꽹과리)가 쓰고 나머지 징이나 소고, 장구, 북잡이들은 채상모나 고깔을 쓴다. 간혹 징잡이가 부포상모를 쓰는 경우도 있다. 산청매구패는 쇠잡이만 부포상모를 쓰고, 소고잡이가 채상모, 나머지는 고깔을 썼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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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철이다.

 

마당 감나무 사이에 휘영청 늘어져 있는 매실나무는 열매가 익어갈수록 손이 땅에 닿도록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가지 하나는 무게를 못 이겨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열매가 상하기 전에 가지 하나에 열린 매실을 죄다 땄다. 아직 어린 매실인데도 제법 무게가 나갔나보다. 열매를 따고 보니 부러졌던 가지가 조금이라도 다시 올라간 느낌이다.

 

매실을 따면서 이건 장아찌를 만들려고 확고하게 마음을 먹었더랬다.

 

아내가 그날 저녁 매실주 남은 거 없나 하고 찾기 전까진... 

 

 

지난해 담근 매실주가 영 팔리지 않아 처치곤란(?), 정말 그랬다. 처치곤란이었는데 며칠 전 삼겹살에 맥주 한 잔 미리 걸치고 아쉬워 꺼냈던 매실주에 둘 다 무슨 발동이 걸렸던지... 그 많던 매실주를 눈깜짝할 사이에 작살을 내고 말았던 거다.

 

나야 매실주를 배아플 때 약으로 먹고 아이들은 매실 즙을 약으로 먹긴 하지만, 아내는 오래 전부터 매실즙이든 매실주든 맛 없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존재가 바로 매실이었다. 그래서 탐스럽게 익어 나뭇가지에서 그렇게 유혹을 해도 콧방귀나 뀌며 지나치던 아내가 아니었던가.

 

하여튼 이날 2.5리터는 됨직한 병에 매실과 함께 든 매실주를 아주 조금 남기고 다 먹었다. 매실이 양을 많이 차지해 느낌으론 소주 작은병 두세병 나왔을까 모르지만... 그런데 그날 밤 둘이는 '맛없다, 맛없다' 연발하면서 왜 그렇게나 먹었을까 아직 이해하기 어렵다.

 

달콤하기도 하고, 당연히 설탕을 탔으니까. 씁쓰레하기도 하고 혀의 양끝에 침을 솟게하는 신맛이 그렇게도 강했는데... 매실을 따면서 다시 매실주를 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인간사 머릿속 생각방정도 요지경이다.

 

 

어쨌든 매실주도 담고 장아찌도 만들기로 했다. 조그만 물병에다 매실을 다듬어 씨를 빼고 넣어 설탕을 재었더니 반나절만에 물이 빠져 흥건하다. 그러면서 높이도 낮아져 먹을 양이 얼마 되지 않겠다 싶으니 아쉬워졌다.

 

캄캄해지기 전에 다시 마당으로 나가 부러진 가지에 아직 남아있던 열매하고 다른 가지에서 아직은 한참 더 알이 굵어질 가능성이 충분한 놈이라도 미련없이 땄다. 장아찌 만드는 물병에 추가해서 설탕을 더 넣었다. 키가 어느정도 올라왔다. 나머지는 술이다.

 

작년 매실주 비운 병에 술을 좀 더 리필했다. 매실을 버리기 아까워서 좀 더 우려먹으려는 심산이다. 녹차도 삼세번인데... 새로 딴 매실은 씨를 빼고 술병에다 넣었다. 설탕도 넣고 소주를 처음엔 조금 넣었다. 좀 찐하게 먹어보려고... 하지만 금세 맘이 바뀌었다. 매실 먹자고 한 게 아니라 술 먹자고 한 짓인데 싶어서였다. 아, 5리터 담금주 절반을 이렇게 썼다.

 

다음 주 쯤 매화나무에 토실토실 맺을 매실이 이날의 오십배는 더 나올 텐데... 소주를... 더 사야 하나...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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