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9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7)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11-27 18:55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매실 철이다.

 

마당 감나무 사이에 휘영청 늘어져 있는 매실나무는 열매가 익어갈수록 손이 땅에 닿도록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가지 하나는 무게를 못 이겨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열매가 상하기 전에 가지 하나에 열린 매실을 죄다 땄다. 아직 어린 매실인데도 제법 무게가 나갔나보다. 열매를 따고 보니 부러졌던 가지가 조금이라도 다시 올라간 느낌이다.

 

매실을 따면서 이건 장아찌를 만들려고 확고하게 마음을 먹었더랬다.

 

아내가 그날 저녁 매실주 남은 거 없나 하고 찾기 전까진... 

 

 

지난해 담근 매실주가 영 팔리지 않아 처치곤란(?), 정말 그랬다. 처치곤란이었는데 며칠 전 삼겹살에 맥주 한 잔 미리 걸치고 아쉬워 꺼냈던 매실주에 둘 다 무슨 발동이 걸렸던지... 그 많던 매실주를 눈깜짝할 사이에 작살을 내고 말았던 거다.

 

나야 매실주를 배아플 때 약으로 먹고 아이들은 매실 즙을 약으로 먹긴 하지만, 아내는 오래 전부터 매실즙이든 매실주든 맛 없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존재가 바로 매실이었다. 그래서 탐스럽게 익어 나뭇가지에서 그렇게 유혹을 해도 콧방귀나 뀌며 지나치던 아내가 아니었던가.

 

하여튼 이날 2.5리터는 됨직한 병에 매실과 함께 든 매실주를 아주 조금 남기고 다 먹었다. 매실이 양을 많이 차지해 느낌으론 소주 작은병 두세병 나왔을까 모르지만... 그런데 그날 밤 둘이는 '맛없다, 맛없다' 연발하면서 왜 그렇게나 먹었을까 아직 이해하기 어렵다.

 

달콤하기도 하고, 당연히 설탕을 탔으니까. 씁쓰레하기도 하고 혀의 양끝에 침을 솟게하는 신맛이 그렇게도 강했는데... 매실을 따면서 다시 매실주를 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인간사 머릿속 생각방정도 요지경이다.

 

 

어쨌든 매실주도 담고 장아찌도 만들기로 했다. 조그만 물병에다 매실을 다듬어 씨를 빼고 넣어 설탕을 재었더니 반나절만에 물이 빠져 흥건하다. 그러면서 높이도 낮아져 먹을 양이 얼마 되지 않겠다 싶으니 아쉬워졌다.

 

캄캄해지기 전에 다시 마당으로 나가 부러진 가지에 아직 남아있던 열매하고 다른 가지에서 아직은 한참 더 알이 굵어질 가능성이 충분한 놈이라도 미련없이 땄다. 장아찌 만드는 물병에 추가해서 설탕을 더 넣었다. 키가 어느정도 올라왔다. 나머지는 술이다.

 

작년 매실주 비운 병에 술을 좀 더 리필했다. 매실을 버리기 아까워서 좀 더 우려먹으려는 심산이다. 녹차도 삼세번인데... 새로 딴 매실은 씨를 빼고 술병에다 넣었다. 설탕도 넣고 소주를 처음엔 조금 넣었다. 좀 찐하게 먹어보려고... 하지만 금세 맘이 바뀌었다. 매실 먹자고 한 게 아니라 술 먹자고 한 짓인데 싶어서였다. 아, 5리터 담금주 절반을 이렇게 썼다.

 

다음 주 쯤 매화나무에 토실토실 맺을 매실이 이날의 오십배는 더 나올 텐데... 소주를... 더 사야 하나...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한달 전...

 

당시 찍었던 사진을 열어 파일 정보를 보니 4월 23일이라고 되어 있네요.

 

이날 막내 학교에 가는 걸 배웅하러 동네 버스정류소에 나갔지요.

 

내가 사는 동네는 창원 북면 대천이라는 곳입니다.

 

요즘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공단이 들어서니 뭐니 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서

 

촌이라 해야 할지 도시라 해야 할지...

 

개발이 한창이라 덤프, 레미콘 같은 대형 화물차가 끊임없이 먼지를 일으키며 다니고 있습니다.

 

그것도 길 옆으로 걸어다닐 때 위협을 느낄 정도의 속도로 말입니다.

 

이런 동네에 살다보니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혼자 버스정류소까지 보낸다는 것은

 

부모의 만용일 듯하여 항상 아내가 배웅을 해주고 있었지요.

 

마침 그날 늦게 출근을 해도 되는 날이어서 내가 아이를 배웅했던 거지요.

 

대천 정류소의 아침 풍경은 참새같은 아이들의 지저귐으로 소란스럽습니다.

 

그네를 타는 아이, 뺑뺑이에 타서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 있는 아이에게 같이 놀자고 소리치는 아이, 공을 차는 아이...

 

 

한 아이가 미끄럼틀에서 튕겨 차도를 가로질러 굴러간 공을 주워 돌아오고 있으며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고 이어서 레미콘 차량이 달려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공이 미끄럼틀 다리에 튕겨서 도로 쪽으로 굴러갔습니다.

 

"어~~~~?"

 

멀리서 쳐다보고 있는데 한 아이가 겁도 없이 도로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차는 아직 먼 곳에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공을 줍고 자동차를 한 대 보내고 다시 놀이터로 달려왔습니다.

 

아찔한 순간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저렇게 정신없이 노는데 잠차져 있다간 분명히 사고가 나겠다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창원시청에 어린이 보호 난간을 설치하라고 건의했지요.

 

다음날인가 사흘 후인가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더군요.

 

설명할 것도 없이 사진만 보더라도 이해가 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고 일주일인가 보름인가 후에 다시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현장이라면서.

 

그런데 이장이 이 담당자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했는지 난간을 설치하면 동네사람들이 버스를 타는데 불편하다는 말을 나에게 건네며 정말 설치하기를 원하느냐는 식으로 묻더군요.

 

이 장소가 아이들에게 위험한 장소임을 느꼈으면 그것으로 행정을 진행하면 될 것인데

 

동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다르다며 어린이 보호 난간을 설치할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 슬쩍 짜증도 났습니다.

 

 

사흘전 늦게 퇴근하면서 버스에서 내리니 난간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이 난간이 왜, 얼마나 불편을 주는지 난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불편한게 문제냐, 정말 재수없이 사고라도 나면 그땐 가슴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아니냐 하면서 또 설명을 했지요.

 

공무원도 공무원이지만 버스타기 불편하니까 안된다는 사람이 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까짓 불편, 목숨보다 중한가싶기도 하고요.

 

어찌됐든 한 달만에 내가 원하는 대로 난간이 설치되었는데 기분이 좋네요. 늦었긴 했어도...

 

아이들이 그나마 잘못해서 공을 도로쪽으로 보내더라도 정신없이 쫓아 나가는 돌발행동을 1차 저지할 장애물이 생긴 셈이니 위험 수위는 조금 줄어들었겠지요.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작약은 모란과 마찬가지로 줄기는 그리 튼실한 것 같지 않으나 커다란 꽃을 피운다.

 

그래서 함박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처음, 그러니까 8년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왔을 때 그때에도 함박꽃과 모란이 활짝 피어있었다.

 

어쩌면 그 꽃들의 자태에 뿅가서 이 집을 샀는지도 모른다.

 

한동안 대문을 새로 공사하느라 누구든 집 마당으로 출입이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때 어느 야밤에 모란은 누군가에 의해 뿌리째 뽑혀 납치당하고 말았다.

 

아무리 꽃이 탐나기로서니 남의 마당에 피어있는 꽃을 뽑아 가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에 한동안 멍하니 마당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이제 그 자리에 작약이 번식하여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민들레만큼이야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번식이 난잡하지 않다. 1년이 지나야 옆자리 줄기 대여섯줄 뽑아 올리는 수준이라, 분양이라도 할 마음에 갑갑하기도 하다.

 

작약은 꽃을 피우는 게 순식간이다. 성질이 아주 급한 모양이다. 오월 초순 외계인 눈같은 빨간 봉오리를 내미는가 싶더니 중순이 되면 봉오리의 스무배는 더 넘는 크기의 꽃잎을 펼친다.

 

해님의 바쁜 일상에 따라 이렇게 널찍한 꽃잎을 펼쳤다 오므렸다 하니 힘들기도 하겠다.

 

급한 성질 때문인지 몰라도 꽃잎을 훌훌 털어내 버리는 것도 순간이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하룻밤 사이에 무슨 슬픈 사연을 접했는지 몰라도 우수수 붉은 눈물 쏟아내고 만다.

 

아침 해님이 담장 너머로 올라와 간밤에 잘 잤는지 인사나 하려 내려다 보면 작약은 눈물만 잔디밭 가득 흘려놓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제부터 작약은 나날이 고개를 숙여 머리를 땅에 파뭍는다. 작약의 씨가 얼마나 무거운지 고개를 숙이다 숙이다 7~8월이면 머리에 인 광주리를 탁 터지게 해선 콩알 같은 씨앗을 튕겨낸다.

 

그런 작약이 있는 마당. 우리집 마당이다. 이렇게 계절이 살아있는 마당이 넓은 집을 아이들은 벌레가 많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