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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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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동일한 제목으로 가려 하다가 꼭 그럴 필요 있나 싶어 그냥 단순 사실 전달 차원의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사실 쓰기 전 이야기가 이렇게 복잡하게 얽힐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단순하게 남자 주인공이 물에 빠진 여자주인공을 구하고 그러다 사랑에 빠졌는데 여자 주인공이 피치 못할 사연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자 남자도 다음 생에는 꼭 함께 태어나서 행복하게 잘 사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천년이 흐른 후 개로 태어났는데... 다시 헤어지는 비극이 생기고 천년 전 서로 만났던 길을 따라 만나기를 오간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간단한 얘기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됐는지... 하여튼 생각의 가지가 거미줄만큼 복잡해서 나도 감당이 어렵네요. 독자들께선 '경남이야기'에 실린 글로 옮겨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방문자 수를 올려야하는 숙제가 있어서요.

 

http://news.gsnd.net/?p=30799

 

굳이 제 블로그에서 글을 끝까지 읽겠다 하시는 분이시면 아래의 글을 읽으시면서 스크롤하시면 됩니다.

 

(전설텔링)환생, 천년후애(千年後愛)(2)

창녕 부곡 노리-임해진 개벼리에 얽힌 전설

 

전편 줄거리 : 낙동강변 마을 전체가 풍년이 든 어느 해, 노리에 사는 청년인 사달추수와 그의 친구인 달염모가 추수를 하다 강 하류로 지나가는 임해진 족장의 배를 봅니다. 그 배의 뱃머리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를 휘날리며 서 있었고 사달추수는 그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 않음을 느낍니다. 그날 밤, 하류에서 돌아오던 배가 태풍을 맞아 전복되고 임해진 족장의 딸 월아는 익사할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농작물을 관리하러 밖에 나갔던 사달추수가 이를 발견하고 월아를 구합니다. 혼절한 상태에서 하루 반이 지나도록 월아는 깨어나지 못합니다. 월아는 사천왕상이 자꾸 자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꿈을 꿉니다. 잠시 정신을 차렸다가 다시 꿈속으로 빨려드는데 이젠 멋진 청년이 자신을 구해주는 꿈을 꿉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때 꿈속에서 보았음 직한 청년이 옆에 앉아있음을 발견합니다. 이윽고 아버지가 찾아오고 남지 족장도 함께 왔다면서 그에게 시집갈 것을 강조합니다. 임해진 족장을 배웅하면서 사달추수는 남지 족장과 마주칩니다.

 

사달추수와 눈이 마주친 남지 족장의 얼굴이 일순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이내 살짝 웃는 표정을 바뀌었습니다.

당신이 월아 낭자를 구해준 사람이오? 고맙수. 내 아내가 될 사람을 구해줬으니 내게도 은인이오. 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슈.”

남지 족장은 턱을 쑥 앞으로 빼고는 사달추수에게 말했습니다. 사달추수는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건방진 말투로 이야기하는 상대의 모습에 몹시 기분이 상했습니다.

아가씨께서 아직 몸이 성치 않으니 오늘은 모두 돌아가시지요.”

사달추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지 족장이 큰소리로 끼어들었습니다.

아니, 무슨 말이오? 여기까지 왔는데 낭자의 얼굴도 못 본단 말이오? 난 잠시 들어가서 낭자를 봐야겠소. 족장께서 허락해주시오.”

남지 족장은 임해진 족장의 팔을 당기며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싶으나

임해진 족장은 남지 족장을 본 딸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을 했습니다. 오히려 일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여식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 다음에 보시지요. 여식이 기운을 차리면 한 번 잔치를 벌여 족장을 초대하리다.”

 

임해진 족장과 남지 족장 일행은 노리 나루에서 남지 족장의 배를 타고 돌아갔습니다. 이들이 돌아가자 임해진 족장의 딸이 방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얼굴은 여전히 수척한 상태였습니다. 사고를 당해 그렇다기보다 근심 때문에 더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좀 더 누워있지 않고 어찌 나오십니까?”

괜찮습니다. 괜히 폐를 끼칩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그런 염려는 않으셔도 됩니다. 어서 몸을 추슬러서 집으로 돌아가셔야지요.”

월아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또 현기증이 들었습니다.

도련님께서 절 구해주셨는데 전 아직 인사도 드리지 못했군요.”

월아는 마당에 선 채 사달추수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였습니다.

왜 이러십니까? 일어서십시오.”

그때 사달추수의 어머니가 다시 죽을 데워 부엌에서 나왔습니다.

아가씨, 꼬박 하루 반나절 혼절해 있는 터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기력이 쇠했을 텐데 이거라도 좀 먹고 기운을 차리지요.”

, 고맙습니다.”

 

다음날 기력을 되찾은 월아가 사달추수에게 마을 구경을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사달추수와 월아가 사립을 나섰을 때 달염모가 달려와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습니다.

, 아가씨 안녕하세요? 지금 몸은 좀 괜찮아졌습니까?”

월아가 달염모의 갑작스런 출연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습니다.

달염모는 수다스럽게 자신을 소개하고 어제 낙동강 하류 쪽으로 심부름을 갔다가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심부름 갔다가 들은 이야기인데 아침에 어떤 여인의 시체가 갯가에 떠내려와 있어서 장사를 지내고 임시로 묻었다고 해요. 오늘 아침 집으로 돌아와 보니 동네 사람들이 사고 이야기를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시체가 아가씨의 유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달염모의 이야기를 들은 월아는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꼈습니다.

, 유모. 괜히 나 때문에괜히. 미안해. 어쩌면 좋아.’

월아는 달염모와 사달추수에게 유모를 장사지낸 그곳으로 함께 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류 마을로 가는 길에 월아는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버지가 남지 족장에게 발목이 잡힌 것은 지난 몇 해 동안 흉년으로 우리집뿐만 아니라 온 부족의 살림이 어려워지자 아버지께서 작년에 남지에서 곡식을 꾸어온 것 때문이지요. 올해 겨우 풍년이 들어 반을 갚을 수 있게 되었는데 남지 족장은 모두 갚기를 원하는 거예요. 다 갚게 되면 우린 또다시 곡식을 꾸어야 하는 처지라, 반은 내년에 이자를 더 쳐서 갚겠다고 했는데남지 족장은 저를 자기에게 보내면 모든 걸 탕감하겠다는 제안을 했지요.”

아니 그런 몹쓸 양반이 있나!”

달염모가 듣다못해 화를 내며 허공에다 주먹질을 하였습니다.

어찌하실 생각이오?”

사달추수는 월아의 심경을 살피며 물었습니다.

월아는 대답 대신 먼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남지 족장에게 시집을 간다면 저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거예요. 제가 팔려가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지만 그의 노리개로 일생을 살아갈 자신도 없어요.”

월아는 자신이 꾸었던 꿈 이야기도 두 사람에게 했습니다.

꿈속에서 어느 도련님께서 절 구해주셨는데, 깨어났을 때 그분이 사달추수님과 너무 흡사하여 저 역시 깜짝 놀랐지요.”

사달추수는 월아의 이 이야기를 듣고 괜히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 물에서 정신을 잃은 이 여인을 구해내면서 제발 목숨만은 잃지 않게 해달라고 신령님께 얼마나 빌었던가. 갯가에서 집으로 올 때 등으로 전해오는 여인의 남은 온기를 가늠하며 또 얼마나 뛰었던가. 하루 반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며 살려내고자 했던 마음이 어느새 연모의 정으로 변하고 있음을 사달추수는 느꼈습니다.

 

하류 마을에 도착한 월아는 옷가지 등 유품을 통해 그가 유모임을 확인했습니다. 월아는 옆에 두 남자가 서 있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날이 저물도록 강가에 눈물을 뿌렸습니다.

아씨, 절대 남지 족장에게 시집을 가서는 안 됩니다. 그의 권력 욕심은 끝이 없어서 아씨께서 시집을 간다고 해도 우리 부족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우리를 자기 발아래에 두려고 온갖 술수를 다 부릴 겁니다.’

월아는 유모의 말을 돌이켜보았습니다.

그래, 내가 남지 족장에게 간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는 않아. 유모의 말대로 우리도 힘을 키워 남지 족장에게 대항해야 해. 아버진 발등의 불만 어서 끄려고 하시지.’

 

다음날 월아는 사달추수와 달염모의 배웅을 받고 임해진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족 사람들이 하류 마을에서 유모의 시신을 운구해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서 정성껏 장사를 지냈습니다.

월아가 임해진으로 돌아온 후 달포가 지났습니다. 월아와 사달추수는 그동안 마을 사이에 놓인 험한 산을 타고 서로 만났습니다. 절벽 위에서 낙동강을 내려다보며 두 사람은 조금씩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월아는 사달추수를 만날수록 그가 꿈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도련님이고 또한 자신과 맺어질 인연임을 확신했습니다. 월아는 다만 남지 족장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걱정되었습니다. 어쨌든 아버지에겐 남지로 시집가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 버티다 보면 아버지도 대책을 마련하시겠지 하는 계산을 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염려되었습니다.

 

월아가 임해진으로 돌아온 사실을 알고 남지 족장은 빨리 잔치를 열어 달라고 계속 요청했습니다. 달포가 지나도록 아직 완쾌되지 않았다며 미루긴 했으나 더는 미룰 수 없어 임해진 족장은 달갑지는 않지만 남지 족장을 불러 잔치를 열었습니다. 이날 군복을 입고 잔치에 참석한 남지 족장은 술을 한 잔 들이켤 때마다 월아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월아는 나오라는 기별이 와도 연회장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남지 족장의 무례한 행동과 언사가 계속 되자 임해진 족장은 더는 참을 수 없었던지 한마디 내뱉었습니다.

족장께서 너무 성급하신 것 같소. 제가 약속을 드리지 않았소? 여식을 반드시 족장께 보낼 것이라고. 여식이 아직 어려 그러니 마음을 돌릴 때까지 좀.”

성질이 불 같은 남지 족장은 임해진 족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뭐라? 준다고 했으면 당장 줘야지. 날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야!”

남지 족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상을 뒤엎으며 연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애들아, 지금 당장 월아 낭자를 이리로 데리고 오너라.”

안 된다. 이놈들!”

임해진 족장이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임해진 병사들이 순식간에 몰려와 길을 막아섰습니다. 분위기가 험상궂게 변했습니다. 남지 병사들과 임해진 부족들이 서로 칼을 꺼내어 겨눴습니다. 누구 하나라도 칼을 휘두르면 피비린내나는 싸움으로 확산될 게 뻔했습니다.

 

그 시각 사달추수는 월아와 늘 만나던 절벽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오늘 남지 족장을 불러 잔치를 한다는 얘기를 미리 듣고 알고 있었으므로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별 탈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일세. 남지 족장의 성정으로 보아 조용히 물러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네만.”

뒤따라 오르던 달염모가 한숨을 거칠게 내쉬며 말했습니다.

잠깐, 임해진 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나?”

두 사람이 귀를 세우는 동시에 점점 장정들의 고함이 크게 들려왔습니다.

이쪽으로 오는 모양인데?”

사달추수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지 병사와 임해진 병사 사이에 맞서 있던 팽팽한 기운을 깬 것은 임해진 족장의 개였습니다. 병사들의 칼날에서 반사된 빛에 흥분한 개가 하고 한 번 짖더니 갑자기 뛰어올라 남지 병사의 팔을 물어버린 것입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서로 칼날을 부딪치며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남지 병사의 팔을 계속 물고 놓지 않던 개는 다른 병사의 칼에 찔려 그 자리에 떨어졌습니다.

연회장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오자 대문 밖에 서 있던 남지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상황이 불리해졌음을 느낀 임해진 족장은 병사들에게 후퇴하라고 명령을 하고 뒷문을 통해 산으로 올랐습니다.

병사들도 임해진 족장의 뒤를 따라 산으로 대피했습니다. 뒤에서는 남지 병사들이 고함을 치며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남지 족장 역시 거구를 이끌고 산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절벽에 다다랐을 때 수적으로 너무 부족한 임해진 사람들은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지 족장이 절벽에 올라왔을 때 임해진 족장과 병사들은 무기를 버린 채 벼랑 끝에서 남지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감히 나를 능멸하다니! 아무리 월아 낭자의 아비라 하여도 용서할 수 없소. 임해진 족장은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오.”

남지 족장의 목소리는 절벽까지 올라오면서 지쳤을 법도 한데 쩌렁쩌렁했습니다. 숲으로 메아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달추수와 달염모는 숲 속에 몸을 은신한 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한편, 아버지가 임해진 병사들에게 쫓겨 산으로 후퇴했다는 소식을 들은 월아는 걱정이 되어 가만히 방 안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월아는 남지 병사들의 뒤를 따라 산으로 올랐습니다. 월아가 절벽에 도착했을 때 남지 족장이 아버지를 향해 칼을 치켜든 순간이었습니다.

그만두세요!”

카랑카랑하면서도 슬픔이 담긴 목소리가 산을 울렸습니다.

사달추수는 월아의 출현에 저도 몰래 뛰쳐나가려 하였습니다. 달염모가 그 순간 사달추수를 제지했습니다.

아버지를 풀어주세요. 제가 족장께 시집가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바로 남지로 따라 가지요.”

갑작스런 월아의 출현에 남지 족장도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다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월아에게 다가가 손목을 끌어당겼습니다.

낭자, 진작에 이랬으면 불필요한 사달이 나진 않았을 것 아니오. 낭자가 그리 원하니 이번만은 아버님을 용서하리다. 흐흐.”

남지 족장의 눈에는 음흉한 빛이 돌았습니다.

임해진 족장을 놓아주거라.”

남지 족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길을 열었습니다. 아버지와 병사들이 안전한 곳으로 나오자 월아는 남지 족장의 손을 뿌리치고 절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 낭자 왜 이러시오?”

남지 족장이 다급한 마음에 다가서려 하자 월아는 소리쳤습니다.

더 가까이 오면 뛰어내릴 거예요!”

월아야!”

임해진 족장이 갑작스런 상황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딸을 불렀습니다.

아버지, 죄송해요. 이 모든 일이 저 때문에 벌어졌으니 저만 사라지면 해결되겠죠.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분위기가 더욱 심각해지자 숲 속에 숨어있던 사달추수는 더는 이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잠깐! 낭자, 이러시면 안 돼요.”

, 도련님. 더는 견딜 수가 없네요. 미안해요. 다음 세상에서 꼭 다시 만나요.”

월아는 몸을 절벽 아래로 뉘었습니다. 그 순간 사달추수도 벼랑 끝으로 달려가 뛰어내렸습니다.

그래요. 우리 다음 세상에 꼭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아요.”

사달추수는 월아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월아의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나왔습니다. 그 눈물은 사달추수의 얼굴에 닿아 번지고 다시 하늘로 뿌려졌습니다.

 

(다음주 3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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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학생들의 6.25전쟁에 대한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60%가 넘는 학생들이 한국전쟁을 북침전쟁으로 알고 있다는 결과에 따른 반응이었지요.

 

박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역사를 왜곡해 가르쳐선 안 된다며 역사담당 교사의 사상적 문제까지 지적을 했는데요.

 

아침밥 달라며 제 방에서 나오는 아이에게 과연 북침으로 알고 있는가 물어보았습니다.

 

"북침 아녜요?

 

"왜 북침이라고 생각하는데?

 

"북한에서 침범했으니까 북침이죠?"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집 아이처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란 거죠.

 

북쪽으로 침범해서 북침이 아니라 북에서 침범해와서 북침이라는 생각. 어휘의 정확한 해석 없이 진행된 설문 때문에 한 나라의 수장이 성급하게 멘트를 날린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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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이긴 하지만 최근 경남지역의 전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삼국유사를 읽으면서 그렇게 재미있어 했으면서도 왜 진작 민담이나 전설, 신화, 설화에 빠지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 연극을 하면서 희곡도 수차례 도전했지만... 그 막막했던 시절. 기자생활하면서 하루살이처럼 바쁘게만 살았던 20여 년... 이제야 관심 분야를 찾은 듯하다. 기분은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하기도 하다. 재미있는 생각만 들면 볼펜을 쥐고 공책에 소설을 써내려 가던... 다시 문학소년이 된다.


제목을 살짝 바꾼 이 글은 '경남이야기'에 연재중인 글이다. 경남이야기는 최근 서버를 바꾸면서 방문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 기존의 수많은 콘텐츠들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은 되지만 링크가 끊어져 사이트 유입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경남이야기' 관리자로 일을 하면서 고민이 크다. 구걸하는 듯한 이 글 자체가 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겠지만 많은 분께 '경남이야기' 사이트 방문을 부탁드리고 싶다.


http://news.gsnd.net/



창녕 부곡 노리-임해진 사이 개벼리에 얽힌 전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창녕 부곡면 노리와 임해진 사람들은 두 마을 사이에 있는 벼랑길을 타고 서로 오고갔습니다. 지금은 1022번 낙동로가 왕복 2차로로 개설되어 대형트럭도 다닐 수 있는 길이 되었지요. 이 길은 낙동강변을 따라 길이 이어지고 교통량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 동호회원들의 단골 도로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이곳을 지나며 바라보는 낙동강 경치가 일품입니다.


이 길을 지나다니신 분 중에 길가에 울타리로 보호하고 있는 무덤을 보신 분이 있을 겁니다. 이 무덤은 노리 쪽 웃곡넘어골 마을 입구에 있는데 오래되어 글자가 확인되지 않는 비석과 함께 있지요. 이 비석은 개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개비혹은 개비석이라고도 하지요. 무덤은 후에 봉분을 쌓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개비석에는 암컷과 수컷 개들의 애틋한 사연이 있더군요. 이 이야기는 이 개비석에 얽힌 이야기에 상상력을 조금 보태 픽션으로 꾸민 것입니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낙동강을 끼고 형성된 창녕 부곡의 강변에 두 마을이 있었습니다. 두 마을 사이에 험준한 산이 가로막고 있어서 서로 왕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산 너머 동네에 누가 사는지 잘 알지도 못하고 지냈습니다. 풍년이 든 어느 해, 두 마을이 거의 동시에 사흘밤낮 잔치를 벌이던 그해, 임해진 마을에는 18살 아름다운 처녀가 살고 있었고 노리 마을엔 스무 살 멋있는 총각이 살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아니, 저건 임해진 마을 족장의 배가 아닌가?”

달염모(喙念牟)가 벼를 베어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있는 사달추수(沙喙鄒須)에게 달려와 강 쪽으로 손을 가리켰습니다.

어허, 이 친구 방정맞게도. 임해진 배가 지나가는 걸 어디 한두 번 보았던가?”

그게 아니라 저 배 위에 있는 달빛처럼 환한 아가씨를 보란 말일세. 임해진에 저리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사달추수는 친구 달염모의 손끝을 따라 뱃머리에 고고하게 선채 머리칼을 흩날리며 가고 있는 여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멀리서 보아 그 표정을 자세히 읽을 수는 없었지만 낭자의 얼굴에서 어두운 낯빛을 느꼈습니다.

이번 추수가 끝나면 우리 임해진 마을에 한 번 놀러 가보세. 난 저 아가씨의 얼굴을 가까이서 한 번 보아야겠어.”

임해진은 산이 저렇게 가로막고 있는데 어떻게 가려고?”

사달추수가 험하고 높은 산을 턱짓으로 가리키고는 달염모에게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이야기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여자 얼굴 자세히 보자고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산 너머 마을에 가겠다니 자네 어떻게 된 것 아닌가? 쓸 데 없는 소리 말고 일이나 어서 거들게.”


그렇게 맑았던 날이었는데 밤이 되자 갑자기 비를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남쪽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 방문을 흔들며 마루에 비를 뿌렸습니다. 마당은 빗물로 골짜기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마을 앞 논은 벌써 물에 잠기었습니다.

사달추수는 오늘 낮에 추수해놓은 벼가 물에 떠내려가지 않을까 염려되어 도롱이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창고에서 새끼줄을 꺼내 볏단을 몇 겹으로 꽁꽁 묶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세찬 바람소리 사이에 사람의 비명이 섞여 들려왔습니다. 소리가 난 쪽으로 걸어 나가 보니 멀리서 불빛이 마구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저게 뭘까?’ 사달추수는 한편으로 저것이 도깨비불이 아닐까 두려워하면서도 가까이 걸어갔습니다. 강변이 가까워질수록 사달추수는 사태가 심각함을 느꼈습니다.

아가씨를 구하라!”

유모가 물에 떠내려갔다. 누가 빨리 가서 구하라!”

여기요, 여기 나 좀 살려주오!”

여기저기서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때야 사달추수는 낮에 하류로 지나가던 임해진 배가 돌아오면서 비바람을 맞고 사고가 났음을 알아챘습니다. 사달추수의 걸음은 더욱 빨라졌습니다.

사달추수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강 가운데서 어른거리는 불빛 사이로 하얀 물체가 얼핏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달추수는 그것이 임해진 족장의 딸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사달추수는 달려가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강 가운데로 다다를 쯤 장대같은 비가 또다시 요란하게 강물을 쏴하고 때렸습니다. 사달추수의 등이 따가울 정도였습니다. 저 여인이 곧 물속으로 가라앉겠다는 생각이 들자 사달추수는 있는 힘을 다해 헤엄을 쳤습니다.

헤엄을 칠 줄 모르는 월아(月阿)는 오랫동안 허우적거리다가 누군가 자신을 구하러 왔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으히히히. 각시야, 내 각시야! 어딜 자꾸 도망을 가느냐?”

큰 칼을 휘두르면서 사천왕상을 닮은 무시무시한 거인이 등 뒤로 바짝 따라오자 월아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무리 소리를 쳐도 자신의 입에선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바로 앞에 있던 아버지도, 다른 식솔들도 자신의 비명을 듣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뒤에선 무시무시한 사천왕이 바로 자신을 덮칠 기세인데 아무도 자신을 구해줄 생각을 하지 않아 갑갑했습니다.

나 좀 구해주세요!”

월아는 눈물이 났습니다.

아가씨, 괜찮아요? 눈을 좀 떠보세요!”

반쯤 뜬 눈 속으로 희미하게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이분이 나를 구해주신 분인가.’

월아는 앞에 있는 남자가 사천왕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몇 번이나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을 하는 데도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신차려보세요, 아가씨!”


월아는 어느새 나비가 팔랑거리며 노니는 꽃밭을 걷고 있었습니다. 옆에는 잘 생긴 청년이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월아는 조심스레 그 손을 잡았습니다.

이젠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있으니까?”

그의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월아는 그 청년의 품에 안기고 싶었습니다. 그의 손길을 따라 다가가는데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그 청년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갔습니다. 그의 몸이 희미해지면서 그림자만 남았습니다. 월아는 또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역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월아는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아버지, 전 어쩌면 좋아요. 절 좀 구해주세요. 누가 날 좀 구해주세요. 그대는 어디 있나요?”

월아는 눈을 떴습니다. 순식간에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정신이 드십니까?”

아주 귀에 익은 목소리였습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청년이 꿈속의 그 청년인 것 같았습니다.

, 이제 괜찮습니다. 절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월아는 그에게 절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습니다. 그대로 누워 계세요.”

제가 얼마나 누워있었나요?”

그저께 밤에 사고를 당하셨으니 꼬박 하루 반을 이렇게 누워 있었습니다.”

다른 우리 식솔들은 어찌되었나요?”

유모만 실종되고 다른 분들은 무사하다고 합니다.”

, 유모

월아는 갑자기 슬픔에 북받쳤습니다. 유모만이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이었는데. 그마저 이제 자기 곁에 없다고 생각하니 불행의 나락으로 곤두박질해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임해진 족장이 월아를 남지 족장에게 첩으로 보내야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사람이 유모였습니다. 유모는 아무리 이웃 족장에게 빚을 졌어도 한창 피는 나이인 열여덟의 귀한 아가씨를 늙은 권세가에게 첩으로 보낸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며 반대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월아는 그때 거실 한쪽에 앉아 가만히 눈물만 훔치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월아는, 자신은 죽을지언정 어머니처럼 살지는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어험, , 안에 있는 처자의 애비되는 사람이오만 좀 들어가도 되겠소?”

밖이 소란한 가운데 장년의 나이가 스며있는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달추수는 방문을 열었습니다. 밖에는 아가씨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과 그보다 더 덩치가 큰 사내가 뒤에 서 있었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군복을 입은 장졸들이 열을 맞춰 서있었습니다. 마루 아래에는 사달추수의 어머니가 작은 그릇에 죽을 담은 채 들어오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임해진에서 왔다는구나.”

제 여식을 구해주신 분이시오? 정말 고맙소. 어떻게 사례를 해야 할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사달추수는 임해진 족장을 방 안으로 들였습니다. 아버지가 들어오자 월아는 몸을 일으켰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배타고 유람 가자고 그렇게 우기지만 않았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지나간 일이다. 잊거라. 그것보다 니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어찌 알고 남지 족장이 찾아왔다. 밖에서 널 보고 가겠다며 기다리는구나.”

월아는 그 사천왕상 같은 남지 족장이 밖에 있다는 얘기에 그만 기절할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 전 그 사람 싫어요. 우리 예전처럼 살면 안 되나요?”

끝난 이야기다. 그에게 시집가면 너도 풍요로운 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우리 부족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 너는 족장의 딸이다. 우리 가족과 부족을 생각해 아버지의 결정에 따르거라.”

월아는 다시 눈물을 쏟아내며 자리에 누워 몸을 벽 쪽으로 돌렸습니다.


아직 심신이 회복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좀 더 휴식이 필요한 듯한데 돌아가 계시면 몸이 회복되는 대로 제가 아가씨를 임해진으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사달추수는 임해진 족장에게 생긴 대강의 상황을 짐작했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겠소? 그럼 잘 부탁하겠소. , 흡족하지는 않겠지만 딸을 구해준 답례로 조금 성의를 표시했으니 사양치 마시고 받아 주시오.”

사람의 목숨보다 귀한 것이 있겠습니까? 바라고자 한 것이 아니니 거두어주십시오.”

사달추수는 사례를 극구 사양했습니다. 처자를 혼자 두고 사달추수는 임해진 족장을 배웅하고자 밖으로 나왔습니다. 임해진 족장 바로 뒤에 서 있던,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람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 사람이 남지 족장이구나.’ 사달추수는 몸속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남지 족장에 대한 적개심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당으로 내려선 사달추수는 자신보다 두 뼘은 더 키가 크고 풍채가 있는 그를 쏘아보았습니다.

거만하게 서 있던 남지 족장도 임해진 족장을 뒤따라 마당으로 내려온 청년을 기분 나쁜 표정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첫 대면인데도 두 사람은 오랜 악연의 고리에 얽혀 있던 사람들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로 마주보았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2편이 이어집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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