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8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0)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04-19 00:03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짧게 2편으로 끝내려고 했던 똑딱귀신 이야기가 처음 의도와 달리 3편으로 마무리됐다. 기존 스토리에 다른 옷을 입히는 일은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다. 뼈대가 있으니 갈등을 할 필요도 없다. 원 스토리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이야기 플롯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왜?'라는 단어 하나만 적용하다 보면 스토리 새롭게 보기가 쉽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간혹 쉽게 전개되지 않을 때 도덕적 고민에 빠진다. 이미 나간 글에 손을 댈 것이나 말 것이냐.





(지난 줄거리) 방앗간을 하는 만복은 고개 너머 마을에 갔다가 친구 천석과 함께 밤늦도록 술을 마십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만복은 돌아오는 길에 고갯마루에서 귀신을 만납니다. 귀신은 자신의 서방님을 혹시 마을에서 본 적이 없느냐고 하는데 만복은 너무 놀란 나머지 기절합니다. 다음날 깼을 때 그곳에서 돌호박을 발견하고 방앗간으로 가져갑니다.


그날 방앗간에 손님이 많이 찾아와 바쁘게 보낸 만복 부부는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자정쯤 방 밖에서 “똑딱, 똑딱”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방문을 열어보니 전날 밤에 보았던 똑딱귀신이 서 있습니다. 똑딱귀신은 자신의 남편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석수장이인 남편 석근은 경남 창녕으로 일을 떠납니다. 병에 걸린 아내 혜정을 치료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6개월 후 돌아온다는 약속을 했지만 일은 기한을 넘기고 맙니다. 석근과 함께 일하는 장 서방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6개월 하고도 열흘이 지난 날 석근은 이상한 꿈을 꿉니다. 아내가 갈라진 묘지 사이로 들어가는 꿈을 꾸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김 대감에게 고향에 잠시 다녀오겠다며 삯을 반이라도 쳐달라고 합니다. 일은 돌호박 하나만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김 대감은 6개월치 삯을 모두 주면서 고향에 잘 다녀오라고 합니다. 고향에 돌아온 석근은 마을 입구 당산나무 아래에서 아내 혜정을 만납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동네 형들이 찾아와 아내가 없어졌는데도 찾지도 않느냐는 얘길 합니다. 그때 다시 방안을 들여다 본 석근의 눈에는 방금까지 있던 아내가 사라지고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석근은 뒷마당에서 돌무덤을 발견하게 되고 동네 형들이 그건 부인의 무덤임을 일러줍니다. 맨손으로 돌을 들어내고 관에 누운 아내를 발견한 석근은 늦게 돌아온 것을 자책하며 통곡을 합니다. “늦어서 미안해!” 하고 말이죠.


. . . . . . . . . . . .


“남편은 동네 뒷산 양지바른 곳에 저를 고이 묻어주고 정성껏 장사를 치러주었어요. 하늘로 향하는 길이 그때 열렸지요. 아름다운 길이었어요. 양쪽엔 꽃들과 나비, 새들이 가득했어요. 하늘나라로 가야 하는데 저는 차마 가질 못했어요. 너무 슬퍼하는 남편에게 한 번 더 모습을 보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요. 그런데 남편은 장례가 끝나자마자 떠나버렸답니다. 귀신은 자신의 시신이 있는 곳에서 멀리 갈 수 없기 때문에 남편을 따라 가지도 못했지요. 그 이후론 소식이 끊어졌답니다.”


똑딱귀신의 이야기를 듣던 만복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만복의 부인도 참 안 됐다는 표정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 앉았습니다.


“남편은 저를 너무나 사무치게 그리워하면서 돌호박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제 영혼이 돌호박에 스며들게 된 것은 그 때문이겠지요.”


똑딱귀신의 추측은 정확했습니다. 당시 아내의 장사를 치른 석근은 눈물을 훔치면서 창녕으로 돌아왔답니다. 석근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으리라 생각을 하고 살던 집과 땅을 모두 처분하였습니다. 김 대감에게 모든 사실을 고한 석근은 돌호박 만들기에 전념했습니다.


“똑딱! 똑딱!”


돌을 쪼는 석근의 망치소리는 경쾌하다기보다 처량했습니다. 똑딱, 똑딱 망치소리는 그날 자정이 다 되도록 온 마을에 울려 퍼졌습니다. 김 대감이나 동네 사람들도 석근의 사연을 들은 터라 다 자야 하는 밤에 망치질을 하더라도 이해를 하였습니다.


자정쯤이었습니다. 석근은 마지막으로 돌호박을 다듬었습니다. 이미 석근의 눈물은 돌호박을 흠뻑 적셨습니다. 달빛에 돌호박이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여보, 미안해. 보고 싶어.”


흐느끼면서 석근은 돌호박을 꼭 껴안았습니다. 그때 돌호박에 연푸른색을 띤 은은한 빛이 감돌았습니다.


“헉!”


짧은 비명과 함께 석근은 돌호박 옆으로 꼬꾸라졌습니다. 뒤에서 누군가가 몽둥이를 휘둘렀던 것입니다. 검은 그림자는 석근을 들쳐 메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돌호박에선 석근의 아내 혜정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돌호박에서 남편의 손길을 느꼈습니다. 돌호박에서 혼령이 다 빠져나왔을 때 혜정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그림자를 발견했습니다. 누군가를 어깨에 메고 가는 그림자의 손목에서 빨간 염주가 달빛에 빛났습니다.


혜정은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분명히 남편의 체취가 느껴졌었는데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으니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혜정은 채석장과 석공장을 한 번 휘~ 둘러보고 다시 돌호박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김 대감은 아침 일찍 일어나 새로 지은 집 낙성식을 준비하였습니다. 인근 고을 유생과 동네 사람들을 모두 초청했습니다. 김 대감은 석근이 밤늦게까지 돌을 쪼는 소리를 들었기에 마지막 작품인 돌호박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집사를 시켜 석근을 불러오게 하였으나 김 대감은 하인으로부터 석근이 행방불명됐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허허, 밤늦게 작업을 하더니 집에서 잠을 자지 않고 대체 어디로 간 게야….”


김 대감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인이 가져온 돌호박을 보는 순간 석근의 문제에 대해선 잊어버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돌호박이야 원래 기껏해야 방앗간 절구용도로 쓰는 물건이지만 정원에 비치해 놓으면 예술적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변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날 낙성식에 온 사람들은 모두 돌호박을 보고 한마디씩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이 돌호박은 제자리를 찾은 것 같군 그래. 고급스러운 게 정원에 딱 어울리지.”

“물확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아. 연꽃을 띄운다면 금상첨화겠네.”


김 대감도 사람들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흐뭇했습니다. 그날 밤, 김 대감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자정께나 되었을 때 밖으로 나왔습니다. 찬 기운이 감도는 날씨였습니다. 정원의 나무들이 달빛에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김 대감은 자신도 모르게 돌호박 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때 달빛을 받아 유난히 빛나던 돌호박이 흐느끼는 듯 떨리는 것을 김 대감은 똑똑히 보았습니다. ‘이상하다.’ 김 대감은 속으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돌호박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돌호박이 서서히 연푸른색을 띠더니 그 안에서 뭔가 솟아오르는 것입니다. 김 대감은 몸을 뒤로 흠칫 물러서면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여인의 모습을 본 김 대감은 호흡이 가빠졌습니다. 평소 심장질환이 있어온 터라 두려움에서 오는 몸의 경직화는 더 심했습니다. 김 대감은 자신의 몸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음을 느꼈습니다. 귀신이 자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자 호흡을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서방님 혹시 못 보셨나요?” 슬픔에 찬 목소리였습니다. 김 대감의 동공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러나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김 대감의 몸에서 힘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땅바닥으로 축 늘어졌습니다. 혜정은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냥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남편 소식을 듣고 싶은 것뿐이었는데 이렇게 죽어버리니 말입니다.


한참 후, 김 대감의 부인이 정원으로 나왔습니다. 김 대감을 찾아 나왔던 거지요. 김 대감의 부인은 쓰러져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누구 없느냐? 대감께서 쓰러지셨다.”


혜정은 이러한 상황에서 차마 부인에게까지 모습을 드러내어 남편의 행방을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혜정은 다시 돌호박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돌호박이 다시 연푸른빛을 띠었습니다. 부인은 순간적으로 돌호박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부인은 돌호박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집사와 하인들이 달려나와 김 대감을 방으로 옮기고 의원을 불러 진맥을 해보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다음날 김 대감의 부인은 돌호박에서 느꼈던 이상한 기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인을 불러 돌호박을 처분하도록 하였습니다. 아무리 남편이 아꼈던 물건이지만 하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돌호박은 석수장이 장 서방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장 서방은 돌호박이 석근의 분신처럼 느껴져 어딘가 멀리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돌호박에 손을 대면 짜릿짜릿한 촉감이 들면서 기분이 나빠지고 두려워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장 서방은 그날 밤 몰래 고갯마루 길가에 버렸습니다. 그 후 고갯마루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야릇한 소문이 마을에 퍼졌지만 사람들이 그걸 믿거나 동요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재미삼아 귀신 이야기를 할 때면 들먹이곤 했던 겁니다.


김 대감이 죽고 보름도 지나지 않아 귀신 소문은 잠잠해졌습니다. 그때쯤 만복이 고개 너머 사는 친구 천석을 찾아와 술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돌호박을 주웠던 거지요.


“꼬끼오~!”


새벽 닭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똑딱귀신 혜정은 만복에게 날이 밝는 대로 돌호박을 고개너머 마을로 가져가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남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만복은 아침을 먹고선 바로 지게에 돌호박을 얹어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고개 너머 마을로 들어간 만복은 돌호박을 어디에 놓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먼저 주막에 들렀습니다. 주모에게 얼마 전까지 김 대감 새집 짓는데 일하던 석수장이가 어디에 사는지 물었습니다. 만복은 주모에게서 보름 전 김 대감 댁 낙성식 때 행방물명이 되었고 그 이후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똑딱귀신의 남편은 이 마을에 없는 것이 확실하다. 잘못 온 것인가. 만복은 오늘 밤 똑딱귀신에게 여기선 남편을 찾을 수 없으니 자신이 더 도와줄 수는 없다고 말할 참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나졸이 나타나 살인사건이 났다고 이야기를 하며 목격자를 찾는다고 했습니다. 주막에 있던 사람들이 일시에 술렁였습니다.


그 이야기에 만복의 귀는 솔깃해졌습니다. 오늘 밤 돌호박을 가지고 그곳으로 가봐야겠구나. 이렇게 생각한 만복은 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밤이 되고 시체가 유기되어 있다는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현장에는 ‘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금줄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금줄 안쪽에는 시체가 손발이 묶인 채 반듯하게 드러누워 있었는데 의외로 시신의 상태가 깔끔하였습니다.


밤이 이슥해지자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사위가 훤해졌습니다. 돌호박을 옆에 내려놓고 기다리던 만복은 추워진 날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체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두려워졌습니다. 산속 분위기도 으스스했습니다. 여기저기 귀신이 나타날 것 같기도 하고 곰이나 여우 같은 짐승들이 ‘인간이 여긴 뭐하러 왔어?’ 하면서 툭 나타날 것만 같았습니다.


“똑딱! 똑딱!”


그 소리와 함께 돌호박에서 연푸른 빛이 감돌았습니다. 혜정이 돌호박에서 나와 시체가 누워있는 쪽으로 갔습니다. 만복의 눈에 혜정이 입을 막고 슬피 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 시체가 똑딱귀신의 남편이 맞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소원을 해서 만났는데 남편이 죽어있으니 그 속마음이 얼마나 찢어질까 만복의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어디선가 여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때 금줄 안에 있던 시체에서 혼령이 일어났습니다. 만복이 보기에 두 혼령은 반가워하면서도 슬픈 표정이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혜정이 석근의 손을 잡으며 물었습니다.

“돌호박을 만드는 동안 나는 당신을 잊지 못해 계속 슬픔에 빠져있었어요. 돌호박을 완성했을 때였지요.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아 잠시 혼절해 있었는데 깨어보니 돌 창고였소. 나를 해한 사람은 7개월 전부터 나와 함께 일한 장 서방이었소. 자신이 빚이 있는데 상당한 금액을 빌려달라는 거예요. 내가 김 대감으로부터 받은 돈과 집을 처분한 돈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아요. 말이 빌려달라지 협박이었소.”


“이런 나쁜놈을!”

귀신 석근의 이야기를 듣던 만복이 씩씩거리며 화를 냈습니다. 석근은 그때야 만복을 발견하고 다시 고개를 혜정에게 돌렸습니다.

“저를 이곳까지 안내해준 분이에요. 고마운 분이지요.”

석근은 만복에게 묵례를 했습니다.

“그래서요?”

혜정은 남편이 산속에 버려진 연유가 궁금했고 그 범인을 알게 되면 복수를 하리라 생각을 했습니다.


“관두세요. 나 스스로 이것을 원했는지도 몰라요.”

석근은 아내의 혼령에서 악한 기운이 감돌게 되자 어서 말렸습니다.

“사실 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 와중에 장 서방이 나를 도와준 거지요. 내가 가진 모든 돈을 장 서방에게 주었더니 그는 한 번 더 몽둥이로 내 뒤통수를 내리치고는 이곳에 버렸나 보오. 그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겠지. 한참 지나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지금처럼 깜깜한 밤이었소. 줄을 풀고 마을로 내려가려면 얼마든지 내려가겠는데 사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소. 다시 당신을 생각했지. 당신을 따라가고 싶었소. 그런데 이렇게 당신을 만났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오.”

“혹시 그 장 서방이라는 사람이 빨간 염주를 손목에 차고 있나요?”

“그 사람은 돌 파편이 튀는 작업장에서도 그 염주를 항상 손목에 차고 있었지. 그런데 왜?”

“제가 돌호박에서 나오던 그때 당신을 들쳐업고 가던 사람의 손목에 빨간염주가 반짝인 걸 봤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그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때 바로 달려갔었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두 혼령의 대화를 듣던 만복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돌호박은 챙겨두었다가 시신의 장례가 치러지면 그곳에 갖다놓으면 될 것이라는 계산도 하였습니다. 그때 마침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서 시커먼 그림자가 달빛에 나타났습니다. 점점 가까이 왔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 이런 산속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은 그가 범인임이 틀림없다고 만복은 생각했습니다. 만복은 바위 뒤쪽으로 숨었습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온 사람은 시체를 확인하는 듯했습니다. 그러고는 두리번거리더니 돌호박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림자는 만복이 숨어있는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친구 천석이었습니다. 만복의 머릿속에는 오만 생각이 뒤섞였습니다. 천석이 만복이 숨어있는 곳으로 다가오자 더는 몸을 숨길 수 없었기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여보게 장천석! 여기 어쩐 일인가?”

천석은 깜짝 놀랐다가 이내 반가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습니다.

“자네야말로 이 시각에 여긴 어쩐 일로….”

천석의 손목에 있는 빨간 염주가 달빛에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다음 주엔 전설의 현장을 찾아가봅니다. 돌호박(돌확)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고요.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