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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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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덥잖은 글의 첫 독자는 누가 뭐래도 문학소녀로 자처하는 큰딸이다. 그렇다고 큰딸이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빠의 글이 완성되나 관심을 기울이진 않는다. "아빠 글 한 번 읽어볼래?" 하고서 방문을 열고 한마디 하면 그제서야 "예."하고 프린트된 종이 몇 장을 받을 뿐이다.

 

어쨌든 딸은 다 읽고서 반응을 보여준다. 어떤게 아쉽고 어떤건 재미있고 어떤건 어떻게 보충하면 좋을 듯하다면서...

 

이번 장자늪 구렁이의 저주 2편을 보여줬더니 부처바위로 변한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없단다. 장자에 대항하는 가장 큰 존재라면 사람들 사이에서 며느리 얘기가 좀 더 구체화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다. 그런데 추가 안 했다. 바빴고 시간도 촉박해서다. 그래서 다음 3편, 마지막 편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이다. 어쨌든 고민 좀 더 하다보면 길이 보이겠지...

 

이 글을 보시는 분은 영화에서 CG로 탄생한 멋진 황룡은 아니지만 삽화가 들어있는 원문을 읽어주시라.

 


 

 

(전편 줄거리)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 창녕군 영산면 기름진 땅에 장자라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아주 욕심이 많고 심술꾸러기인지라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지요. 어느 날 노승이 이 마을을 지나가다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해결방책을 알려주려 장자를 찾았으나 장자는 노승의 시주바랑에다 소똥을 퍼붓는 심술을 부립니다.


이를 본 장자의 며느리가 노승에게 시아버지 대신 사죄를 하고 바랑을 깨끗이 씻고 쌀을 넣어 시주를 하지요. 노승이 착한 며느리에게 앞으로 닷새 후면 마을에 큰 변고가 생기니 대피하라고 이릅니다. 특히 시아버지와 남편은 꼭 대피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노승의 이야기를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듣지 않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날은 점점 노승이 예견한 대로 심각하게 변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며느리가 전하는 말을 듣고 산으로 대피하지만 장자와 아들은 마지막 닷새가 되어도 요지부동입니다. 그 이유는 이런 혼란을 틈타 누군가 자신의 재산을 훔쳐갈까 두려워해서입니다.


며느리는 노승이 시키는 대로 동북방향 고개로 오릅니다. 절대 뒤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잊지 않고 말이죠. 그러나 고개를 오르는 동안 시아버지와 남편이 자신을 원망하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래도 스님이 일러준 대로 참고 고갯마루에까지 올랐으나 마지막 순간 엄청난 뇌성에 그만 되돌아보고 맙니다.


◇                      ◇                       


며느리는 짙게 깔린 먹구름 속에서 황룡이 꿈틀거리며 나와서 자신을 쳐다보며 질타하듯 ‘꽈르르르’ 고함을 치는 것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 고함에 비바람이 며느리를 향해 더욱 세차게 몰아쳤습니다. 며느리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온몸이 떨렸습니다. 정신마저 아뜩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며느리는 고갯마루에 있는 큰 바위에 몸을 기댔습니다.


황룡은 잠시 후 물이 잠긴 마을 위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때 물속에서 시아버지와 남편의 영혼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습니다. 생전의 모습과 달리 몸이 투명하였습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와 남편이 물속에서 사망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동네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주지 않은 사람들이었어도 시아버지이고 남편이어서인지 며느리 눈에는 눈물부터 흘렀습니다.


‘아, 죄송해요. 아버님. 미안해요. 서방님. 제가 끝까지 남아서 구해드려야 했었는데….’


두 영혼이 빗줄기 사이로 승천하고 있는데 황룡이 갑자기 두 영혼을 앞발로 콱 틀어쥐었습니다. 다시 한 번 커다란 번개와 함께 우레가 울려 퍼졌습니다. 황룡은 앞발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습니다. 시아버지와 남편의 영혼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며느리는 차마 그 모습을 더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며느리는 자신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몸이 딱딱해짐과 동시에 서서히 바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며느리는 갑자기 두려워졌습니다. 하늘이 시아버지와 남편을 구하지 못한 자신을 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꽈르르르.”


(삽화)


다시 천둥이 온 세상을 흔들었습니다. 며느리의 시선이 다시 물에 잠긴 마을로 향했을 때 황룡은 시아버지와 남편의 영혼을 물속으로 집어던졌습니다. 황룡은 그곳에서 몇 바퀴를 돌더니 고개를 며느리 쪽으로 돌렸습니다.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며느리는 이미 굳어가고 있는 몸이지만 두려웠습니다. 황룡이 자신에게도 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넌 밤낮으로 여기에 서서 장자가 죽은 늪에서 사악한 기운이 퍼져 나가지 못하게 지켜 내거라.’


황룡이 말을 하는 듯했습니다. 며느리는 황룡의 눈 속에서 부처로 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황룡은 몸을 돌려 빠른 속도로 날아가 먹구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며느리의 눈에선 여전히 눈물이 흘렀습니다. 몸은 이제 완전히 바위가 되었습니다. 모든 신체가 바위 속으로 들어가 돌로 변했지만 희한하게도 세상을 볼 수도 있었고 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한편, 황룡에 의해 물속으로 처박힌 장자와 아들의 영혼은 물속을 떠돌게 되었습니다. 죽어서 하늘에 오르지도 못하는 영혼이 되니 세상에 대한 원망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장자는 물에 잠긴 자신의 집으로 가보았습니다. 안방에서 보석함을 꼭 끌어안고 죽어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얼굴은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듯도 했습니다.


장자의 아들 역시 쌀이 가득 찬 곳간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꼭 걸어 잠근 모습으로 죽어있었습니다. 장자의 아들은 아버지만큼 그렇게 욕심이 많거나 심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만 살다 보니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부터 욕을 얻어먹으며 살았습니다. 아들에겐 그게 더 억울했습니다.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인데 동네 사람들은 등 뒤에서 손가락질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동네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자와 아들이 지붕 위에서 자신의 모습을 처량한 듯 바라보고 있는데 구렁이 두 마리가 서서히 이쪽으로 헤엄을 쳐 오고 있습니다. 생긴 모습이 징그럽기도 하고 무시무시하기도 했습니다. 입을 벌렸을 때엔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금방이라도 온몸을 관통시킬 정도로 섬뜩하였습니다. 장자와 아들은 잎이 무성한 미루나무 가지 사이로 헤엄을 쳐 몸을 숨겼습니다.


어미 구렁이인 듯 큰 놈이 장자가 숨져 있는 안방으로 긴 몸을 흔들며 들어가고 있었고 작은 구렁이는 곳간으로 향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장자와 아들은 덜컥 겁이 났습니다. 구렁이에게 자신의 육신이 잡아먹혀 버리면 나중에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영원히 이 늪 속에서 떠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자와 아들은 각각 구렁이를 뒤따라 헤엄쳐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구렁이가 장자의 몸을 칭칭 감더니 입을 쩍 벌렸습니다. ‘, 이대로 구렁이의 밥이 되는구나!’ 장자는 순식간에 구렁이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구렁이가 장자의 영혼을 감지하고 고개를 돌리는 찰나였습니다. 장자의 영혼이 구렁이 몸속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구렁이는 아주 고통스러운 듯 온몸을 비틀었습니다. 그 때문에 벽이며 지붕이며 모두 부서져 물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장자의 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작은 구렁이가 자신의 몸을 먹으려 할 때 구렁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장자 구렁이와 다르게 아들 구렁이는 바로 정신을 잃고 바닥에 가라앉았습니다. 아들의 영혼이 모질지 못했거나 구렁이와 영혼의 궁합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들 영혼이 구렁이와 함께 죽게 되자 장자 구렁이는 온 늪이 출렁이도록 몸부림을 쳤습니다.


장자가 재산 다음으로 가장 사랑했던 게 아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물려받아 지켜낼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하물며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에게까지도 광의 열쇠를 맡기지 않았지요. 그런 아들이 자기와 함께 죽게 되고 또 영혼마저도 구렁이와 함께 사라지게 되었으니 가슴을 칠 노릇이지요.


장자 구렁이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구렁이의 영혼을 지배하고 구렁이의 수명만큼 살게 된 이상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에 대해 해코지하고 복수할 일념에 사로잡혔습니다. 장자 구렁이는 아들의 시체와 아들 구렁이의 시체를 마을 우물이었던 곳에 넣고 돌로 메웠습니다.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창했습니다. 마을을 잠기게 했던 물은 조금 빠지다가 멈춰 늪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물이 완전히 빠져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비가 그치고 며칠이 지나도록 물은 여전히 수위를 유지했습니다.


몇 날 며칠이 지나서야 마을 사람들은 장자와 장자의 아들, 그리고 그 집 며느리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며느리가 그날 대피했다는 것을 아는 돌쇠는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찾아보았으나 매일 허탕을 쳤습니다. 늪가에 다시 집을 짓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소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열흘이 지나도록 이렇게 나타나지 않은 걸 보면 장자의 가족이 이번 물난리에 변을 당한 모양일세.”

“에그…, 쯧쯧! 그 많던 재산 전혀 쓸 줄 모르고 모으기에만 애면글면하더니 결국 저렇게 되어버렸어.”

“여보게, 우리 물속에 잠긴 장자의 재산, 조금씩 건져내 쓰면 어떨까? 금은보화가 곳간에 가득 들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말야. 우린 고생하지 않고 여생을 편안히 살 수 있지 않겠나?”

“하기야 주인도 없어진 마당에 장자의 재산은 먼저 차지하는 놈이 임자렸다!”


이렇게 작당을 한 두 사람은 다음날 날이 밝는 대로 뗏목을 만들어 늪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림짐작으로 장자의 집이 있던 곳까지 노를 저어가서는 옷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밝은 아침 햇살이 늪의 제법 깊은 곳까지 비추어 두 사람은 장자의 집을 쉽게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저기로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수신호를 하고 함께 헤엄쳐 내려갔습니다. 장자의 집에 다다를 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섬뜩하고 이상한 기운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뒤따라 헤엄을 치며 내려가던 사람이 등에서 뭔가 차가운 촉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3편이 이어집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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