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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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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06:32

아내가 도움을 준 어떤 몽골 출신 노동자로부터 오히려 봉변을 당했다. 봉변이라고 표현한 것은 너무 기분이 나빠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는데 말하자면 이렇다.

이 몽골 노동자는 두어달 전 어떤 한국인의 지갑을 훔쳤다는 혐의로 경찰서에 연행되었다. 이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해 늦은 밤에 경찰서에 가서 통역을 하면서 그를 선처해 주도록 도와주었다.

또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서에서 여권을 압수했고 일정 기간이 지났다. 그가 훔쳤다는 지갑은 술이 취했는지 어쨌는지 어디에 버렸는지 기억을 못했고 찾아주지도 못했다. 대신 오늘 20만 원을 지갑 주인에게 보상하고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받았다.

그가 아내에게 고맙다면서 밥을 사줬다는데 그러면서 술을 마신 모양이다. 아내는 아이들 밥을 차려주어야 한다며 식당에서 나오려는데 가방과 핸드폰을 빼앗아 돌려주지 않았다. 아내는 나에게 금방 출발할 거라고 했지만 내가 퇴근해 집에 올 때까지 그 몽골 노동자와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빨리 집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설명했는데도 그는 아내의 가방을 돌려주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있는 오가나(처제)와 함께 현장으로 갔을 때 그는 나를 보고 그때서야 가방을 아내에게 돌려주었다.

"당신 왜그래?"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화난 억양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미안해하는 기색 없이 자꾸 대거리를 하기에 아내가 그의 멱살을 잡고 나무랐다. 어린 놈이 어른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굴기에 아내가 화를 낸 거였다.

아내가 너무 강경하게 나와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말이 안 통했는지 그가 더욱 건방지게 굴었는지 아내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두 명이 도착했다. 경찰은 우리와 그에 대해 간단한 신원파악을 하고 우리에게 어떻게 해주길 원하느냐고 했다. 폭행이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훈방조치를 원했다. 경찰에 그에게 "결혼한 여성을 이렇게 괴롭히면 안된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추방 당한다."고 했고 아내개 통역을 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통역한 경찰의 말을 무시하는 듯했다.

나중에 집으로 오는 길에 아내는 "이제부터 문을 다 잠그고 자야겠다"라고 했다. 그가 한 말이 "찾아가서 죽여버린다"라고 했단다. 그래도 먼길 타국에 와서 고생하며 사는 게 불쌍해서 경찰에게 그말은 안 했지만 도와준 게 후회된다며 아내는 이주민센터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길 한다.

한국말을 잘하게 된 것도 업보라면 업보, 이런 일 한 번 겪는다고 가치있는 일을 포기하는 게 옳은 일은 아니므로 아내의 하소연은 귓등으로 듣고 넘어갔다.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착한 사람만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이제 도와줘도 아주 형식적으로만 도와주고 너무 잘해주지 마라."

결혼이민여성들이든 외국인노동자들이든 아등바등 살면서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배신감이 들 때면 회의감이 든다. 모든 사람이 다 이 몽골노동자와 같지는 않음에도 상황을 일반화시켜버리는 옹졸함이 기분을 지배하게 된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다고 추방당할 위기에서 구해줬으면 고마워해야 하거널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이렇게 괴롭혀서야 되겠는가. 실망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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