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대필작가의 독백
< 그림속으로 들어간 소녀 > 배홍진 지음·멘토press
1997년 70세의 나이로 귀천한 한 '소녀'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강덕경'. 사람들은 그를 '할머니'라고 부르지만 단 한 번도 할머니였던 적이 없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았으며 가족 없이 세상을 부표처럼 떠돌며 살다가 '소녀'인 채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 강점기 15세의 나이에 '성노예'로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와서는 자신의 존재마저 숨기며 살다간 강씨의 슬픈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에세이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작가 배홍진은 강씨가 남겨 놓은 '빼앗긴 순정' '마츠시로 위안소' '악몽' '그리움' '책임자를 처벌하라' '새가 되어' 등 그림들을 한 장씩 특유의 시어로 묘사했다. "아아 산 넘고 바다 건너/ 멀리 천리 길을 정신대로/ 아득히 떠 있는 반도/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작가는 일생을 '위안부 소녀'로 살다간 강씨의 한을 세상에 알리고자 이 글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 강씨가 세상에 남겨 놓은 사실의 단편을 기반으로 역사적 의미를 풀어내는 동시에 추리소설 같은 치밀한 논리로 재구성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강씨의 그림을 통해 일본에 의해 상실된 소녀의 꿈과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흰 뼈로 이루어진 새가 붉은 달 속으로 스미고 있다. 소녀는 기도를 드리는 중이다. 저고리는 붉고 치마는 희다. 소녀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녀의 꿈은 붉은 달 속에 산다." '마츠시로 위안소' 그림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며 '못다핀 꽃' 15세 소녀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수요집회 등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렇게 목청껏 외치지만 일본은 여전히 공식 사과를 않고 있다. 게다가 실용 외교를 위해 더는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까지 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더욱 위안부 할머니들을 힘들게 했고 울부짖게 했다. 이 책은 강덕경 소녀의 그림을 매개로 위안부의 삶을 섬세히 그려내 우리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224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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