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인체해부도?
<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 질송 바헤토, 마르셀로 지 올리베이라 글ㅣ유영석 옮김
어느 그림에나 작가의 의도가 들어 있다. 하다못해 '무제'나 '무상'이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에도 작가의 숨은 의중이 배어있기 마련이다. 작가는 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일까 감상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다. 때론 화가의 의도에 완전히 벗어난 해석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비춰 감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림에서 작가의 의도를 수수께끼 풀 듯 찾아내는 것은 미술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은 독자에게 그런 재미를 주는 책이다. 책장을 한 꺼풀 넘기는 순간 우연일까, '다빈치 코드'가 떠올랐다. '모나리자의 미소'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쫓아가듯 미켈란젤로의 작품과 해석을 보면서 그런 비밀을 밝혀내려고 퍼즐을 맞춰나가는 과학수사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미켈란젤로가 1508년 5월에 그리기 시작했다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천재화가 미켈란젤로는 후대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통해 무엇을 남기려고 했던 것일까. 이 책을 쓴 외과 의사 바헤토나 화학연구소 교수 올리베이라는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아담의 탄생' 뇌, '이브의 탄생' 폐 형상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는 미켈란젤로가 행한 해부학 실험의 도상적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천장화 중에 '아담의 탄생'에서는 하느님과 주변의 천사들이 있는 부분을 인간 뇌의 단면과 유사하게 그렸다. 이 장면에 대해 미켈란젤로의 제자 콘디비는 "신은 아담에게 인간이 꼭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별하는 의식을 주려는 듯이 그를 향해 팔을 내민다"고 해석했다.
역시 미켈란젤로가 소네트에서 "예술가의 능력은 손이 아니라 머리에서 나온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단서들이 그림에서 하느님과 천사 부분이 뇌를 형상화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또 '이브의 탄생'에서는 폐의 측면도를 볼 수 있다. "조물주는 아담이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다음, 그의 몸에서 갈비뼈 하나를 떼어 내 살을 붙였다. 그렇게 해서 신은 남자의 갈비뼈에서 여자를 만들었다."(창세기 2장 21절) 그림을 보면 아담이 기대어 자는 나무에는 세 갈래로 나뉜 가지가 있고 왼편 조물주의 몸은 뭔가를 강조하려는 듯 인체비례학적으로 봐서 과도하게 크다. 이것은 또 세 가닥으로 갈라진 기관지와 폐의 측면 해부도를 나타냈다는 해석이다.
38개 부분화 중 34 곳 암호 있다 주장 흥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는 38개의 부분화가 있다. 이 중에 34곳이 저마다 해석해야 할 코드가 존재한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켈란젤로 그림에서 이전에 느꼈을 법한 예술에 대한 희열은 사그라질지도 모르겠다. 암호화된 코드가 그림 곳곳에 들어 있음을 알았으니. 또 다른 어떤 그림을 본다면 예술적 감화를 느끼기보다 그림 속에 감춰진 코드를 읽어내려고 수정체와 뇌를 바삐 움직이진 않을까. 문학수첩. 224쪽. 1만 7000원.
미켈란젤로 작 '아담의 탄생'. 아담에게 뭔가를 전해주려는 듯한 신의 부분이 인간의 뇌와 닮았다.
미켈란젤로 작 '이브의 탄생'. 신의 몸이 인체학적으로 엉성해 보이는 것은 폐를 나타내려고 한 의도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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