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국주의 국가 미국과 그 계급사회를 논하다
<제국의 미래>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미국 비평서 2권 눈길
제국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고 그리고 왜 영원할 수 없는지를 다루며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식 세계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제국의 미래>(에이미 추아 지음·이순희 옮김)와 세계에서 가장 잘산다는 미국이 빈부격차가 점차 커지는 데다 계급 갈등은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을 비판한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가 눈길을 끈다. 특히 쇠고기 관련 협상을 하면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마저 한국이 수입하겠다고 협상한 상황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와 그 실체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겠다.
<제국의 미래>는 결코 영원하지 못하다는 점을 역사상 여러 제국의 사례와 오늘날 미국의 현실을 비교하며 논증한 책이다. 예일대 법대 교수이자 <불타는 세계>의 저자인 이이미 추아는 페르시아 아키메네스 왕조부터 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2500년 제국의 역사를 통찰했는데 성공한 제국은 동시대의 어느 누구보다 더 다원주의적이고 관용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관용'이란 '상대적인 관용'으로 오늘날의 '존중'이란 개념을 포함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제국의 지배자들은 인종과 종교, 민족과 언어를 뛰어넘어 정치적 문화적으로 피지배자들을 동등하게 대우해주었으며 이는 오늘날 쇠락해가는 제국, 미국과 새롭게 부각되는 강대국 중국·유럽연합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추아 교수는 미국이 유럽과 달리 종교의 자유와 이민자들을 존중했기 때문에 오늘날 제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편선거권을 인정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군사 제국주의의 목적을 갖지 않은 최초의 제국이었지만 2001년 9월 11일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9·11사건 이후 민주주의와 자유수호를 핑계로 대영제국이 갖추었던 군사적 제국주의로 변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제범죄재판 참여 거부, 교토의정서 외면, 나토 동맹국 지지 없이 이라크 침공 등의 행보는 결국 2500년의 역사에서 관용 없는 제국주의 국가가 사라진 것처럼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꼬집었다. 비아북. 560쪽. 2만 5000원.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는 미국 사회의 문제점인 '계급'에 대해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누구도 감히 먼저 말하지 않는 현상을 국가와 개인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다뤘다. 지은이 벨 훅스는 미국의 흑인 여성운동의 대모로 젠더, 인종, 계급, 문화, 정치 등 분야에 다수의 비평서를 쓴 문화비평가다.
그이는 이 책에서 '미국의 빈민 3800만 명 중 대부분이 백인인데도 왜 미국에서는 가난한 사람 하면 흑인을 떠올릴까?' '부의 힘이라는 환상이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계속 가난하게 만드는 걸까?' '왜 우리는 항상 더 많은 돈이 필요할까?' 같은 의문을 에세이 형식을 빌려 풀어갔다.
한국은 과연 '계급'에 대해 말을 꺼낼 필요가 없는 상황일까. 얼마 전 마이클 무어의 '식코'를 통해 폭로되었듯 평등과 기회의 땅 미국에서 부유하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 계급으로 군림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출판사는 "안타깝게도 미국을 닮지 못해 안달이 난 한국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흡사한 상황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철저한 보안 속에 살고 있는 미국 부자들은 강남의 고급 아파트를 떠올리게 하고 아무리 일해도 여전히 먹고 실기 빠듯한 3800만 국민을 국가가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도 결식아동 40만 명이라는 한국 상황과 유사하다"고 했다.
양극화와 계급주의가 사회 곳곳에 스며있는 오늘날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벨 훅스의 이 책은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겠다. 모티브북. 244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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