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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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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유 글·손지훈 그림ㅣ현암사
 
마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마고할미', 그래!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신화 속에 마고할미가 나오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마고의 숲>이라는 제목이 영 낯설지만은 않다.

마고할미는 태초에 세상을 만든 여신이다. 마고할미 이야기는 중국의 진기한 이야기를 담은 책 <산해경>에도 나오고 신라사람 박제상이 지은 <부도지>에도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도 마고할미의 전설이 스며있다. 일례로 거제 폐왕성에도 마고할미가 등장하며 경북 영덕에는 마고산이 있다. 또 마고단이 노고단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있다. 중국 역시 마고에 관한 전설이 풍부하다.

이쯤 마고에 대한 사전지식을 살펴보니 이 책이 그와 관련된 내용은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은근히 동화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첫 장을 넘기면 웅장한 코러스를 듣는 듯하다. 마치 마고의 숲에서 여러 정령이 2중 3중의 에코효과를 넣어 대서사시를 읊어내려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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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에게 신기한 비 한 자루 있었네/ 싹싹 쓸기만 하면 길이 생겨나는 요술 빗자루/ 그래도 길을 만들지 않았던 마고/ '길은 이쪽저쪽 땅을 나누고 마을을 나누는 걸. 그러다가 사람들 마음까지 나뉘게 되면 어떡하지?'/ '게다가…, 길을 닦게 되면 그 나머지 땅은 길이 아닌 곳이 되지 않겠어? 길을 닦게 되면 길보다 길 아닌 땅이 더 많아져 버리는 걸~'//…//마고가 잠든 사이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길을 만드네./ 길은 점점 뒤죽박죽 히쭉해쭉/ 끝없이 생겨나는 길/ '어흥! 재미있군. 이제 돈을 받고 팔아야지.'//…//마고성을 떠나는 사람들 따라서 성에서 멀어지네./'꼭 마고성으로 돌아옵시다.'/떠날 때 슬피 울며 서로 다짐했던 사람들/그러나!/그러나!/사람들의 눈에 마고가 보이지 않네.//…//마고는 슬픔에 잠기네./'모두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구나. 저렇게 멀리 가버렸으니 여기 앉아 있는 내가 보일 리 없어…."

슬픔에 빠진 마고는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묘안을 짠다. '시작하지만 시작하는 것도 아니요, 끝나지만 끝나는 것도 아닌 길'을 만든다.

그랬더니 뫼비우스 띠처럼 길의 처음과 끝을 꼬아서 붙인 그 자리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산이 거꾸로 뒤집히고, 날던 새가 사라지고, 골짜기 물이 산꼭대기로 흘러간다. 그래서 마고는 이곳을 감춰둔다. 그러고는 "누군가의 첫 마음 마고성을 찾으리라"하고는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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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마고의 숲은 어느 누구의 눈에 띄지 않고 비밀에 싸인 채 만년의 세월이 흐른다. 누군가 첫 발자국이 숲을 밟을 것이라는 마고의 예언이 실현될 시점이 되었다. 이 숲을 찾아온 작은 아이가 하나 있다. 소녀의 이름은 다물. 다물은 이 숲에서 마고를 만나려 모험을 시작한다.

서장의 서사시를 읽다 보면 대충 마고가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 채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태초의 자연이다. 자연이 파괴되어가는 현실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자연의 정령, 그가 곧 마고일 것이다.

지은이 장성유는 지리산 대자연의 자락에 있는 산청에서 태어났다. 1996년 잡지에 글을 연재하려고 강화도의 고인돌 취재를 나갔는데 그곳 들판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거인의 환상을 만난 것이 이 장편동화를 쓴 계기였다고 한다.

출판사는 이 작품에 대해 인류의 신화를 소재로 한 첫 장편동화라고 소개했다. 마고가 시의 영역에 있기보다 엉뚱하고 우직한 인간의 성격을 띠며 '대자연의 어머니'로 승화된다고 했다. 그리고 숲을 베어버리고 사막화를 가속하는 현대 문명을 비판하고 있다고 평했다. 1권 280쪽, 2권 272쪽. 각권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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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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