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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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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이호준 글·사진ㅣ다할미디어
일간지 기자이자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담은 '옛것·옛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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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한 기억 속에 검정고무신이 있다. 동네 새집 짓는 공사판에 가면 어린 아이의 키보다 두 배나 높게 쌓여 있는 모래섬. 그곳에선 아이들이 검정고무신으로 도로를 내고 굴을 파서 통과하기도 하며 근대화 역군(?)처럼 신나게 놀던….

그러나 지금은 쉽사리 접할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검정고무신도 마찬가지이지만 원두막, 섶다리, 대장간, 초가집, 물레방아, 등잔, 양은도시락도 이젠 점점 우리의 기억에서조차 멀어져가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낡은 추억일수록 되잡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일간지 기자이자 아마추어 사진가인 이호준은 독자에게 사라져가고 잊혀가는 것을 여행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그때가 더 행복했네'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읽기가 참 편하다. 깔끔하고 인상적인 사진 덕분인지 몰라도 다리 저린 줄도 모르고 책장이 넘어간다. 그리고 잊혀가는 것을 되살리는 매력이 있어서 책과 기억이 뒤섞이는 듯하다. 그래서 읽는이의 과거가 영화의 장면처럼 펼쳐진다. 중년 이상의 독자라면 더욱 선명한 영화가 망막 뒤편에서 상영될 것 같다.

섶다리, 지은이는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에 있는 것을 소개했다. 사진을 보니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장에 나갔던 어른이 술 한 잔 걸친 김에 팔자걸음으로 신고산이 우르르르르~ 흥얼대다가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섶다리 만드는 과정, 그리고 섶다리에 얽힌 먼 옛날의 이야기도 소개해놓았다.

또 '키질'에서는 오줌싸개 아이가 등장하는데 어느새 입은 미소로 변함을 느낀다. "아이는 울상이 되어 옆집 대문을 두드리지요. 엄마가 소금 좀 얻어 오라고…. 연이어 들리는 싸르륵~ 소금 뿌리는 소리. 어마, 뜨거라! 도망쳐 보지만 이미 소문은 동네방네를 달음질친 뒤고 망신은 당할 대로 당한 뒤입니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주제로 엮었다. '청보리 일렁이던 고향 풍경' '연탄·등잔, 그 따뜻한 기억' '술도가·서낭당이 있던 자리' '완행열차와 간이역의 추억'. 이 속에 우리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왔던 드러나지 않은 역사가 담겨 있다. 책에 다뤄진 40편의 소재는 지은이가 전국을 뒤지며 자료를 모으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지은이는 "박물관에 전시된 '죽은' 소재가 아니라 '살아있는' 소재를 담으려 전국 구석구석 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다. 언론인을 떠나서도 '옛 풍경과 추억'을 기록하겠다는 글쓴이는 앞으로 이 시리즈를 3~5권으로 낼 계획을 하고 있단다. 또 북한과 중국을 답사해 기록할 포부도 밝혔다.

독자들 저마다 사라져가는 것이 있을 터이고 잊혀가는 것이 있을 터이다. 기억 저편에 가물가물 잊혀가는 무언가 있다면 다시 끄집어 내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다. 다할미디어. 280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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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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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막.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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