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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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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3일. 날씨가 맑다. 다섯 식구가 할머니 댁으로 총 출동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벌써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계셨다.


장갑 하나씩 끼고 밭으로 고고!


할아버지는 삽으로 고구마를 캐고, 엄마랑, 지원이는 던져주는 고구마의 흙을 떨어내고 소쿠리에 담는다. 할머니는 고구마 줄기를 끊어 고구마 파낸 고랑에 전달하고 아빠는 그 고구마 줄기를 고랑에 집어넣고 밟는다. 오빠는 곡괭이로 뭘하는지... 언니는 따로 앉아서 고구마 흙떨어내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고구마 수확 날에 확실한 농촌 생명체험을 해버렸다.


텃밭이 그늘져서 그런지 수확량은 기대에 못 미친다. 어쨌든 우리가 심고 수확한 것이니 의미있는 먹거리다. 지원이가 땀의 결실을 자랑하듯 포즈를 잘 잡는다. "오빠야, 계속 장난만 치고 있을래?"


대부분 잔챙이들만 나왔는데 그 중에 그래도 수확의 기쁨을 주는 놈들도 나왔다. 지원이가 모델이 됐다.


아무리 작은 고구마라도 알뜰히 닦았다. 반은 쪄서 먹고 반은 따로 보관했다. 전형적인 물고구마다. 그런대로 맛도 제법 있다. 그래 고구마 잘생기면 뭐하랴. 맛만 좋으면 됐지.


함께 고생한 보람은 점심 때 있는 것이야. 온가족이 주남저수지 인근 오리고기집엘 갔다. 소문이 좋게 나 있기에 한 번 가보자고 여러번 벼뤘었는데 이제야 움직인다.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야외용 플라스틱 의자에 큰쟁반을 그대로 얹어 사용하고 화덕도 편리하게 얹을 수 있게 해놓은 게 아주 실용적이었다.


주남오리알. 고기는 대부분 뼈를 발라내고 나왔다. 다리는 뼈도 함께 나온 것 같고. 오리다리 누가 먹었지? 언닌가? 오빠얀가?


숯불에 직화. 아빠 입엔 괜찮았는데 엄마는 별로란다. 그러고보니 결혼 이후 무슨 고기를 먹더라도 숯불에 바로 구워먹은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원이는 식당 도착 바로 직전에 잠이 들어니 계속 잔다.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난다.


검은 깨죽이다. 맛만 있구만. 아이들과 엄마는 별로인 모양이다. 오빠야 거는 할머니가 자셨고, 엄마, 언니 거는 아빠가 먹었다. 지원이는 다 먹고 밖에 나와 차에 앉았을 때, 그때 깼다. "엄마, 배고파!" 이런!


고구마도 있겠다. 지원이를 위한 특별식. 언니가 책을 보더니 고구마 케이크, 그라탕, 이런 저런 음식을 준비한다. 엄마와 언니가 생크림 사오겠다기에 그동안 우리는 인터넷으로 영화를 봤다. 입도 심심하고 해서 냉장고에 있는 땅콩을 꺼내 먹었다. 밖에서 소리가 난다. 왔나보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파는 데가 없어서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갔단다. 또 무슨 이야기가 문밖에서 흘러들어온다. "땅콩 어쨌어?" "아빠랑 오빠가 다 먹었어!" "에이, 집에 땅콩 있다고 일부러 안 샀는데..." 후다닥 옷을 주섬주섬 입고 부리나케 동네 마트로 뛰어갔다.


케이크 만드는 모습들이 자못 진지하다.


예술작품을 만드는 표정에 뒤지지 않는다.


먹자. 다됐다. 냉장고에 한 40분 정도 있다가 나왔을 거다. 고구마가 케이크로 변신한 오늘은 고구마데이.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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