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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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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1일 금요일, 마산시 석전동 근주어린이집. 지원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다. 낮에는 낮대로 수업을 하고 밤에 또 엄마 아빠를 모셔서 공개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란다.


체육 수업, 코앤코 음악 수업, 영어 수업을 했다. 다섯 살 아이들의 공부다 보니 모두 놀이 위주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공부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한다. 잘 노는 공부가 참된 공부라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그런데 어린이집을 마치고 유치원에 가고, 또 초등학교를 나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서 공부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왜? 노는 것을 금지하고 의자에 앉아 졸립도록 해야만이 진짜 공부라고 학부모가 그렇게 생각하고,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교육청에서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면서 공부를 할 땐 총명하던 아이가 의자에 묶이고부터는 그저 입력한 대로 출력하는 기계로 몸이 변하니 영혼이 떠나버린다. 그런 걸 알면서 나 역시 부모이기보다는 학부모가 되어버린 것 같다. 첫째, 둘째에게 늘 하는 말이 뭔지 보면 안다. "이노무 시키들, 공부 안 하나?"


지원이는 아주 소심하다. 남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한다. 하다못해 인사도 부끄러워서 말이 입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을 정도다. 겨우 또래 아이를 만나 '안녕해야지' 하면 손을 살랑살랑 흔들고 만다.
그러고는 되돌아 서서 엄마나 아빠한테는 똑똑한 흉내는 다 낸다. 누가 어쩌고 무엇이 어쩌고.... 엄마를 닮았나, 아빠를 닮았나.
그런데 이날 어린이집 공개수업을 하는 날엔 달랐다. 친구들 손을 잡고 교실 한바퀴 돌기도 하고 장난을 마구 치기도 하는 게 언제 지원이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의문스러울 정도다. 선생님이 뭐라고 질문을 하면 큰 소리로 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아이들이 워낙 큰 소리로 대답을 하니 저도 그냥 따라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모습이라도 보게 된 것이 다행이다.




이날 참석한 엄마 아빠들, 많이 왔다. 엄마 아빠랑 같이 온 아이도 있고, 엄마만 온 친구들고 있다. 그런데 지원이는 아빠만 혼자 왔다. 어린이집에선 엄마가 올 거라고 짐작하고 이름표를 엄마이름으로 만들어 뒀다. 어쩔 수 없었다. 아내의 이름을 달고 하는 수밖에.


아빠 이름이 정현수든 노유정이든 상관은 없다. 아이가 즐거워하고 그것을 보고 내가 즐거우면 된 거다. 놀다가 한 번씩 아빠를 찾아 쫓아온다. 다른 아이들고 마찬가지다. 엄마 아빠가 주변에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어린이집에 다닌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처음엔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많이 발전했다. 그런데 집에서 아이에게 보여주는 엄마 아빠의 모습과 언니 오빠의 모습은 지원이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이다. 벌써 신경질내는 것부터 배웠으니 말이다. 오빠를 야단치는 아빠에게서 배운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 "오빠는 좀 제대로 해라."

이 말을 들은 승환이는 가슴을 치고 흥분해 말도 제대로 못한다. "너, 니가 오빠보다 나이 많아? 어? 오빠보다 어린 게 그러면 되나?" 불만을 쏟아내지만 지원이는 제대로 듣지 않는다. 그러면 또 오빠말 무시한다고 승환이가 난리다. 그러다 시끄러워지면 오빠만 야단을 맞는다.

한번은 승환이가 아빠 옆으로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꺼낸다. "아빠, 지원이 앞에서 자꾸 나를 야단치니까 지원이가 절 무시하잖아요." 맞는 말인데 그땐 그것조차 불만스레 들렸던 것은 왜일까. "니가 잘하는데도 아빠가 야단을 치더냐? 니가 잘하면 지원이 앞에서 얼마든지 칭찬을 하지."하고 말하긴 했는데... 혹시 나는 아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아들의 행동을 보면서 즐거워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즐거워할 일을 억지로라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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