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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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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총질하는 장면은 어쨌든 신난다. 두두두두... 픽픽 피를 튀기면서 쓰러지는 악당들의 모습은 속을 후련하게 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어쨌든 주인공이 죽으면 정서에 맞지 않으므로 최소한 적이 10명 이상 죽어야 약간의 상처를 입는다. 그래야만 시청자에게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만약에 나쁜 놈들이 세명도 죽지 않았는데 주인공이 죽어버리면 관객모독이다. 왜냐하면 현실이야 어쨌든 영화는 영화이므로 정의롭고 착한 주인공은 되도록 적을 많이 죽이고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죽더라도 적이 모두 죽고 난 이후, 주인공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관객이 느낄 때 그때 죽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의 코드에 맞춰 인식을 하는 법을 배운다. 아니, 길들여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거침없이 쏴라>는 그런 관객의 욕망을 100% 만족시켜주는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존엄성 따위를 애기 꺼내려거든 몰래 알아듣지 못할 흥얼거림 정도로 이야기해야 한다. 누군가 알아듣게 얘기했다간 따귀에 불붙기 딱이다.

<거침없이 쏴라> 장면 중에서 내가 보기엔 스카이 다이빙하면서 총질해대는 장면이 압권이다. 공중제비 넘으며 온갖 지랄들을 다하는 것은 동방불패를 닮았고 구름을 뚫고 씽씽 날아다니는 모습은 슈퍼맨을 닮았다. 주인공 한 명을 상대로 최신식 따발총을 갖추고 달려드는 적(?)들이 얼마나 많은지, 무슨 총싸움 게임이나 하는 듯 무수한 총알이 핑핑 날아다닌다. 불공평한 장면 중의 하나를 소개하자면, 나쁜 놈의 편에 있는 자는 총 한 방에 바로 죽고 주인공에게 빗발처럼 쏟아지는 총알은 항상 빗나간다. 어쩌다 한 방 맞더라도 꼭 팔이나 다리, 어깨, 이런 데를 맞아 다친다. 어떤 때엔 심장에 맞아도 어지간해선 죽지 않는다. 이쯤이면 불멸의 주인공 답다.

아, 이 이야기를 하려고 손가락 아프게 자판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거침없이 쏴라>에서 정확히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세어보지 않았다. 최소한 50명은 그냥 총 한 방에 생을 마감한다. 영화에서 줄거리 중간에 죽은자들은 무슨 악한 행위를 했는지 모르겠다. 단지 나쁜놈의 편에 서있었다는 이유로 허망하게 주인공의 총에 떨어져야만 한다. 우리의 영웅과 같은 주인공도 별스런 고민 없이 총질해댄다. 눈감고 쏴도 적은 총탄에 맞아 죽는 수준이지만 별 죄의식이 없다. 당연히 보는 사람도 상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데 고민을 기대하지 않는다. 저 놈 총 제대로 맞았나 보게 될 뿐이다. 다만 동물을 향해 쏴야 할 때엔 엄청난 양심의 발전기가 가동한다. 죽음에 대한 무감각이 그나마 제동 걸린 것이어서 다행이랄까.

한국엔 아직 총기가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미국이 그러니 미국 따라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 국가이다보니 우려되는 점이 있다.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에 '내 총 내가 사서 내가 쏘아 대는데 니가 무슨 참견이야'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라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미군 사상자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는데 이라크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한국에서 파병된 사람들이야 직접 전투에 나서고 있진 않다지만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가 언제 어떤 마음을 먹고 니죽고 내죽자 식으로 대들지 어떻게 알아서. 그런데도 그런 전장에 사람들을 자꾸 보낸다. 미국의 위정자들이 눈이 희끄덕해서 덤벼드는 것에 덩달아 우리도 파병계획을 세우고 알랑방구 뀌느라 정신없다.

지 배에 바람구멍 나는 것이 아니므로 총맞고 사람 죽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군대에서나 파병가서나 어디 좀 잘려나가면 일계급 특진해서 위로 좀 하고, 죽으면 돈 좀 들여 가족 불러 거창하게, 눈물도 좀 뽑으면서 장례식 치러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봐라'고 하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영화평을 적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인간 생명을 단지 총 한 방에 아무런 꺼리낌없이 날려버릴 수 있다는 문화를 몰지각한 상업주의가 만들고 있음에도 우리는 의식없이 받아들이고 공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석양의 무법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한국도 서서히 그렇게 변해가는 듯하다. 여기 저기 발생하는 연쇄살인 사건이 그 징조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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