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말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초등학교 6학년 승환이가 그림 그리려 경남은행 주최 창원 용지공원서 하는 사생대회에 갔다가 뜬금없이 금붕어 수족관을 한참 들여다 보고 있었던 이유는 자료 화면으로 그림의 소재로 삼기 위해서였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우를 두고 촬영을 했다. 그림 주제가 5월의 용지공원 풍경을 그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재작년 제맘대로 그린다고 고집부리다 그림 엉망으로 만들어 후회를 했기 때문에 이번엔 적극적으로 도와서 자그마한 상장이라도 받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도움을 받으면서 배우고 자그마한 상이라도 받으면서 용기를 붇돋울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주제가 정해지자 우리는 용지공원 주변을 대충 둘러봤다. 어떤 풍경들이 있는지 눈에 한 번 그리고 자리로 돌아왔다. 최고학년 6학년이니 약간 수준있게 그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런 이런 그리이 어떻겠냐는 식으로 의견을 던졌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그리는 것 같더니 짜증을 낸다.
"사람은 내가 안 그려 봤어요. 내가 그리고 싶은 것 그리면 안 돼요?"
"어떤 거 그릴 건데?"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단다. 하필 이때 또 사진기 배터리가 다 되었다.
재작년에 있었던 일을 상기시켰다. 아빠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기도 해놓고선 또.
"그냥 내가 알아서 그릴 게요."
그래서 맡겼더니 우중충한 색감에 스케치도 제대로 안 된 작품이 나왔다.
"자신 있나?"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가면 갈수록 잘 못하고서도 자존심부터 내세우는 모습이 아빠의 화를 돋운다. 지원이에게 색연필 한다스 주고 싶어서 급히 그림을 하나 그리고 승환에게 작품 내고 색연필 받아 오랬더니 자신이 그린 게 아닌데 왜 자기 이름을 써서 내어야 하느냐며 따진다. 그냥 색연필은 얻어오겠다고 한다.
자기가 그린 게 아닌데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제출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되며 그것은 승환이 말이 맞다. 그건 항상 정직하란 아빠 말을 잘 기억한 것 같다만 모자 하나 더 얻어오라고 했을 때 그 도우미 누나들이 자신을 기억할 거라며 빼던 모습과 대비되어 속이 끓었다. 뭐 어쨌든 놔 두고. 짐을 챙겨 나왔다.
어린이 사생대회와 함께 여성백일장도 열렸는데.... 아빠인 나는 아이가 그림을 다 그리는 동안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남성 백일장'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남자들은 참가하지 않기에 소용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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