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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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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30분. 아내의 출근과 아이들의 등교 시간을 가늠해 아침 반찬을 만드느라 빠르게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데 중학생 큰 아이가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고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카네이션을 달아줄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바빠서 아침도 대충 몇 숟가락으로 때우고 나서기 바빴고 나역시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가야 해서 아이에게 적절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 그제야 아이가 "엄마 아빠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사진을 한 장 찍어드릴게요." 하는데 정신없이 바쁜 순간이라 그러질 못했다. 진작에 말했으면 어찌 시간을 맞춰볼 수도 있었을 텐데. "저녁 때 같이 사진 찍자."하고 아이를 달랬다.

그런데 나는 아버지 어머니께 카네시션을 달아주지 않는다. 물론 어렸을 때엔 일부러 만들어서 숙제처럼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지만 조금 컸다고, 또 아빠가 되었다고, 또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런 저런 핑계로 어버이날에 부모께 무심한 내 모습이 아이를 통해 알게됐다. 아내는 "그래도 어버이날인데 어머니께 용돈이라도 드리자"하는데 정작 살림을 사는 나로서는 아내의 그 말도 부담이 됐다. 이번달 카드사용금액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돈을 융통해야 하는데... "어머이한테 돈 안 줘도 된다." 빚을 내서라도 주잔다. 에휴.

정말 팍팍한 생활이다. 그게 삶의 여유를 뺏고 있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 말로 하는 애정표시도 부모님이 좋아하시지만 자식의 마음은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느낀다. 자식의 이런 모습이 안쓰러우신 걸까. 어머니께서 점심을 사준다고 하시는데 이왕 쓰는 카드 오늘 결제하고 다음 달에 어찌 해결할 요량을 해야겠다. 

내 자식이 나에게 하는만큼 나 역시 부모님께 효도 흉내라도 내는 게 사람의 도리일 듯하다. 카네이션 가슴에 다는 것은 쓸데없이 돈쓰는 일이라며 싫어하시니 이번에도 말로만 하는 애정표현으로 때워야할 것 같다. 더 나이 드시기 전에, 기회가 없어지기 전에 진하게 효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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